(우크라 전쟁 뒤집기-9) 돈바스 기차역 미사일 공격은 누가?- 러시아가 부인하는 이유
(우크라 전쟁 뒤집기-9) 돈바스 기차역 미사일 공격은 누가?- 러시아가 부인하는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4.0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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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소속 연합군과 우크라이나 군이 격전을 벌이는 돈바스 지역의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이 8일 두발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도네츠크주 행정구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관할권에 속하는 곳이다. 러시아군은 현재 크라마토르스크의 북서쪽 하리코프(히르키우)주 이쥼을 장악한 뒤 남동쪽으로 진격하는 중이고, DPR과 LPR 군(민병대)는 북동쪽에서 남하하고 있다. 러시아군·DPR군에 곧 함락될 위기에 처한 지역이다. 주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중서부쪽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이유다. 

크라마토르스크 주변의 전황 지도. 위쪽 붉은 점이 몰려 있는 곳 바로 아래가 크라마토르스크다. 붉은 점은 DPR군의 장악지대, 아래 주황색 점은 러시아군. 러시아군은 위쪽(북쪽)으로 북진하고, DPR군은 남하하는 중이다/현지 매체 rbc 지도 캡처

이 지역을 아직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측 행정 책임자인 파벨 키릴렌코는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격 당시 약 4,000명의 주민들이 피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도 했다. 미사일의 큰 파편(잔해)은 역에서 4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잔해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는 러시아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역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10여명의 중상자들이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으나 사망했다고 한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피난민의 짐가방들을 담은 사진들은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정든 집마저 버린 피난민들을 누가 왜 미사일 공격으로 수십명의 생명을 앗아갔을까?

주인없이 남겨진 피란가방들(위)와 미사일 잔해/리아노보스티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대량 살상 무기인 '집속탄'으로 피난민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격 당시 기차역 주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없었다"며 "러시아가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는 등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에는 한계가 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이같은 주장을 "또다른 도발"이라며 "우크라이나 '나치세력'(민족주의 무장세력을 러시아가 부르는 명칭)이 '토치카-U'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반박했다.

전쟁 와중에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을 즉각 추적, 확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근거로 이번 미사일 공격을 분석해 보자.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향해 진격하는 중이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여겨질 만하다. 우크라이나 나치세력(민족주의 무장세력)이 무고한 주민들의 뒤에 숨여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소위 '인간 방패 작전'을 줄곧 비난해온 러시아로서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웠다'는 거센 공세를 피해가기 힘들다.

하지만, 이같은 주변 정황만으로 러시아를 진짜 범인으로 몰기에는 미사일 추적 기술이 이전과 많이 다르다. 시간이 좀 걸릴 뿐, 위성 추적 등을 미사일의 궤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커다란 파편도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러시아측은 그 잔해가 우크라이나군이 그동안 DPR의 통제 지역을 향해 사용해온 '토치카-U'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가 '가짜 깃발 작전'(타국에 대한 보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작극)을 펼친 것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8일 "크라마토르스크에 대한 러시아군 공격은 이날 전혀 없었으며, 그럴 계획도 없었다"며 "기차역 공격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 측 주장은 도발이며,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차역 주변에서 잔해가 발견된 '토치카-U'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치카-U'는 구소련 시절에 생산된 구형 미사일이다. 러시아와 DPR, LPR은 이미 이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러시아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DPR 측도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이 '토치카-U'로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왔다고 숱하게 주장했다. 지난 3월 14일 도네츠크 도심을 때린 미사일 공격이 대표적이다. 당시 도네츠크 현장에서 민간인 17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했다. DPR 측은 공격 주체를 우크라이나군 제 19미사일 여단으로 특정했다. 또 러시아 측에게 '토치카-U'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방공무기 시스템의 공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 3월 16일자 <(제우군-20) EU, 러-우크라 접촉면 늘려, 키예프엔 17일 아침까지 통금, 종군기자 또 사망> 기사 참조

3월 14일 도네츠크 도심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위해 주민들이 헌화하는 모습. '도네츠크의 슬픔'이라는 자막이 떠 있다/러시아 TV채널 캡처

러시아 국방부의 일일 브리핑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토치카-U' 미사일 기지를 공격했다는 발표가 자주 나왔다. 러시아 일부 언론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처음에는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기차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가, 토치카-U 미사일로 말을 바꿨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DPR군(민병대)의 에두아르드 바수린 사령관은 이날 러시아 TV 채널과의 회견에서 "러시아는 '토치카-U' 미사일이 발사된 장소를 특정할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위성을 이용해서라도 그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확인 결과, 토치카-U 미사일은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남서쪽으로 45km 떨어진 도브로폴리예에 있는 우크라이나 미사일 부대가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바수린 DPR군(민병대)사령관, 크라마토르스크 미사일 공격 조사를 위해 위성 활용 제안/얀덱스 캡처

미국과 유럽은 예상대로 우크라이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러시아 비판에 앞장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키예프(키이우)를 방문 중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이 부당한 전쟁을 피하려는 민간인의 탈출로를 차단하고 인간적 고통을 야기하는 또 다른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도 "끔찍하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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