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사회는 지금) 설날, 추석보다 더 큰 고려인 명절 한식 - 러시아 민족회관서 기념식
(고려인 사회는 지금) 설날, 추석보다 더 큰 고려인 명절 한식 - 러시아 민족회관서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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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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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은 우리 민족 고유의 4대 명절(설날 추석 단오) 중 하나인 한식(寒食)이었다.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이어서 보통 4월 5일이나 6일이다. 조상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사초(莎草)를 하는 날이 한식이다. 

구소련 땅에 뿌리를 내린 고려인 동포사회에서도 한식은 최대 명절이다. 고려인 원로들에 따르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고려인 동포 사회가 형성된 소련 어느 지역을 가든, 한식을 '부모의 날'로 여기고 한식을 기념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대명절로 꼽히는 설날과 추석은 음력을 양력으로 날짜를 바꾸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잊어버렸다고 했다.

대신, 언제부터인가 4월 5일을 '한식'. '부모의 날'로 정해 반드시 가족들과 함께 조상 묘소를 찾는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민족회관에서 열린 고려인 한식 기념식

모스크바에서는 지난 6일 유서 깊은 러시아민족회관에서 고려인 원로들의 '한식 기념식'이 열렸다. 김 모이세이 고려인연합회 고문단 의장과 김 로베르트 김병화재단 이사장, 텐 발렌틴 고려인신문 편집장, 마리아 알레고브나 러시아민족회관 대외담당 대표, 김원일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등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 모이세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식은 고려인 동포에게 단순히 조상의 묘소를 찾는 날이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고향(한반도)을 기억하고 전통을 일깨우는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로베르트 이사장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북극성 콜호즈'(집단농장)를 일군 김병화 선생을 추모하며, 한식날은 콜호즈의 가장 큰 명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김병화 선생의 손자다. 

김 로베르트 김병화재단 이사장(왼쪽)과 텐 발렌틴 고려인신문 편집장

한 참석자는 "한식날에는 아예 직장에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조상의 산소를 찾곤 했다"며 "젊었을 때, 일 때문에 한식날을 못챙겼다가 집에서 쫓겨날 정도로 어머니에게 혼났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의 한식날인 지난 5일, 모스크바 근교의 고려인 동포 묘원에는 차량 주차가 힘들 정도로 많은 고려인들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각자 집에서 직접 준비해 온 한국 전통 음식을 함께 나누며 한식과 한식 음식에 대한 추억을 주고 받았다.

각자 준비해온 한식 음식으로 상을 차리는 모습
이날 행사를 지원한 마리아 알레고브나 러시아민족회관 대외담당 대표(가운데)

행사를 지원한 러시아 민족회관의 마리아 알레고브나 행사담당 대표는 “많은 민족들이 공존하는 러시아에서 고려인들 만큼 자신들의 민족 전통을 잘 보존하는 민족도 많지 않다”며 "고려인들은 하나같이 교육 수준이 높고 문화적 소양이 깊은 사람들이었다"고 호감을 표시했다.

글·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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