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뒤집기)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전쟁 정보전에서 최고 인기를 끄는 진짜 이유
(우크라 뒤집기)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전쟁 정보전에서 최고 인기를 끄는 진짜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4.19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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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전하는 최고의 인기 매체로 부상했다. 국내 언론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은 주로 러시아어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국내 한 언론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16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내에서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는 약 440만건에 달한다"며 텔레그램의 높아진 인기를 전했다. "러시아 내 텔레그램 전체 다운로드 수는 약 1억2,400만건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고 했다. 러시아 인구가 1억4천명을 약간 상회하니, 거의 90%에 가깝다. 

텔레그램 초기 화면

하지만, 러시아에서 텔레그램의 인기가 높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개시 이후 다운로드 수가 크게 늘었다니, 관심이 간다.

NYT는 텔레그램의 인기 상승 이유로 러시아 당국의 언론 통제를 들었다.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국영매체를 제외한 '독립'(서방 언론의 표현), 혹은 '외국 대리인'(러시아식 표현) 언론을 통제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같은 서방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부분, 혹은 전면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과론적으로는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의 선후(先後)는 틀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서방의 플랫폼이 먼저 러시아 주요 국영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가짜뉴스를 내보낸다며 언론의 계정(혹은 채널)을 차단했다. 즈베즈다(Zvezda) TV, 리아노보스티(RIA Novosti) 통신, 스푸트니크(Sputnik) 통신, 러시아투데이(Russia Today) 방송, 렌타(Lenta.ru), 가제타(Gazeta.ru) 등이다. 민주 시민사회가 즐겨 사용하는 플랫폼의 부당한(?) 언론 통제와 다를 바 없다.

러시아가 이에 대응하지 않는 건 오히려 이상하다. 러시아 연방 미디어 통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는 플랫폼 측에 차단한 언론 계정들을 풀어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다. 끝내 언론 채널은 풀리지 않았고, 로스콤나드조르는 보복 조치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지난 4일 차단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텔레그램을 선택했다. 

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와 플랫폼 VK, 검색 기능에서 인스타그램과 페북 공식 사이트 퇴출/얀덱스 캡처

전쟁은 그 속성상 적의 기를 꺾기 위한 '프로파간다'(선전 선동) 전이 불가피하다. 언론 매체도 속한 국가의 국익에 따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쟁 상태에서 가짜뉴스는 상대적이다. 서방의 플랫폼이 러시아 국영 매체를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본다면, 러시아 측에서는 우크라이나군과 정보국의 소스를 인용한 기사를 가짜뉴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게 '프로파간다' (여론)전이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러시아 출신의 IT 천재 '(파벨,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만든 텔레그램은 운영 방향을 미국 플랫폼과 달리 잡았다. 전쟁에 '형식상으로라도' 중립을 지키기로 한 것.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텔레그램도 러시아의 군사작전 초기에는 가짜뉴스 게재가 잦을 경우, 해당 언론 매체의 채널 차단을 고민했다고 한다. 

텔레그램을 개발한 파벨 두로프/사진출처:브콘닥테(VK)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는 지난 2월 27일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대한 가짜 뉴스 차단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비스를 일부 제한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곧 이를 철회했다. 그 이유로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사건(전쟁)의 유일한 정보 출처이기에 채널 폐쇄를 재고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 요청이 친러시아 쪽인지, 반러시아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 어려운 시기에 텔레그램 채널에 실린 자료를 전부 믿지 마시고, 다시 한번 확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을 뿐이다. 

**참고: 본보 2월 28일자 '(제목으로 읽는 우크라 군사작전-4) 출구 없는 전쟁이냐? 협상이냐? 러-우크라 첫 협상 주목' 

NYT에 따르면 독립 언론인 출신인 일랴 쎄펠린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텔레그램 채널에 침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텔레그램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말했다. ‘에코 모스크바'(러시아어로는 에호 모스크비 Эхо Москвы다. 모스크바 메아리) 라디오 방송의 부편집장인 타티아나 펠겐가우어는 지난달 '에코 모스크바' 사이트가 차단된 뒤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는 2배로 늘었다고 했다.

또다른 반정부 성향의 온라인 매체 ‘메두자’도 지난달 초 폐쇄된 후 텔레그램 가입자는 120만명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반러시아 측면에서 파악된 텔레그램 옹호론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크렘린이 이달 초 텔레그램 계정을 열었다. 러시아 인터넷 검색중 자주 찾았던 '크렘린.ru' 사이트가 언제부터인가 접속이 불가능했는데, 텔레그램 계정을 열었다니 반가웠다. '크렘린.ru'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푸틴 대통령의 사진도 캡처 가능하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텔레그램 계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크렘린이 텔레그램 계정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한 현지 매체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 웹페이지 캡처
유튜브를 대체하는 루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현지 온라인 매체 rbc/캡처

러시아는 또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대체하는 새로운 플랫폼 '루튜브'를 만들었다. 양측의 '프로파간다' 전쟁이 앞으로 SNS의 판도마저 바꿀 판이다.

국내의 한 언론은 또 텔레그램이 허위 정보 유포와 함께 러시아 극우단체의 선전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SNS 플랫폼 중에서 텔레그램만 유독 그럴까? 

러시아가 기술적으로 텔레그램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8년 텔레그램의 러시아 접속 차단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우회 루트'(VTN)를 통해 텔레그램에 접속했고, 사실상 차단 조치는 무너졌다.

텔레그램의 크렘린 계정/캡처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차단한다고 해서 '우회 루트'로도 접속이 불가능할까? 아니다. 러시아 네티즌들에게 그만한 실익이 없기 때문에 접속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텔레그램을 기술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 권력의 상징인 '크렘린'이 이달 초 텔레그램을 계정을 개설한 것만 보더라도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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