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위기 맞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 피아노 부문에서 첫 1위 나올까?
우크라 전쟁으로 위기 맞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 피아노 부문에서 첫 1위 나올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4.21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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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음악콩쿠프 세계연맹, 차이코프스키 회원 자격 박탈 - 1996년에 이어 2번째 위기
유럽 출신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내년 대회 참가하지 않으면 한국인 첫 1위 나올 수도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군사작전의 여파로 위기를 맞았다. 구소련 해체 뒤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1996년에 이어 두번째로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으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임시 총회에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회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야만적 전쟁과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러시아 정권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홍보 도구로 사용되는 대회를 지지하거나 회원으로 둘 수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인(음악가)에 대한 개별 제재나 국적에 따른 예술가들의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는 이전의 입장은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회원서 제외/얀덱스 캡처

WFIMC 측은 앞서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은 정치와 무관하며, 국적을 이유로 음악가를 모욕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특히 전쟁 중에 우리를 신뢰하고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1957년 창설된 WFIMC는 유네스코 산하 기구로 전 세계 120개 콩쿠르 대회가 가입한 방대한 조직이다.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유망한 젊은 재능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회원 자격을 갖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지난 1971년 가입했으나, 1996년 회비 미납으로 일시 제명된 적이 있다. 

WFIMC 임시 총회에 참석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사무국장 안드레이 말리셰프는 현지 매체 '로시스카야 가제타'(러시아 신문)에 "오늘날 음악계는 차이코프스키와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와 베르디, 프로코피예프와 슈트라우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 음악가들이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약이 파기되고 콘서트가 취소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피아노 판매도 금지됐다"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아무리 악화되더라도 콩쿠르는 최고 수준에서 개최될 것이며,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계속 문이 열려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019년 대회 시상식 모습(위)와 콩쿠르 홈페이지. 2019년 대회에서는 피아노 부문의 알렉산드르 칸토로프가 '그랑프리'를 차지했다/캡처

4년마다 열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다음 대회는 내년에 열린다.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냉전 당시인 1974년 정명훈이 피아노 부문 공동 2위에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대회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2위)·조성진(3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3위), 소프라노 서선영(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남자 성악 1위) 등 무더기로 입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에도 수많은 국내의 음악가들이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러시아와 일부 친러 국가 출신 음악가들만 출전하는 대회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현지의 한 매체는 "미국과 유럽 음악가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특히 동양의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고 권위의 피아노 부문에서 국내 피아니스트 가운데 1위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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