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지금) 고려인 원로 시인 '듀가이' 새 시집 출판기념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 봇물
(모스크바는 지금) 고려인 원로 시인 '듀가이' 새 시집 출판기념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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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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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기념일 퍼레이드 예행연습도 마무리, 부활절 선물축제는 28일까지
코로나 방역 조치 해제로 행사장에 사람들 몰려 - 2년전 봄맞이 보는 듯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4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체류 중이거나 방문 예정인 우리 국민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안전 공지를 냈다. 치안 불안에 대비해서다.

그로부터 한달 열흘 정도가 지난 이달(4월) 중순부터 모스크바에서는 겨우내 묵을 때를 벗겨내고 봄을 맞는 봄맞이 행사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2년간 모스크바를 무겁게 짓누른 신종 코로나(COVID 19) 방역조치는 이미 해제됐다. 이달 초순까지도 진눈깨비가 흩날렸으나, 봄을 기다리는 모스크바는 눈에 띄게 활기를 되찾았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과 같은 답답하고 우울한 뉴스는 이미 일상에서 벗어던진 것처럼 보인다. 

고려인 동포사회도 지난 2년간의 침묵을 깨고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6일 모스크바민족회관에서는 저명한 원로 고려인 시인 플라톤 듀가이의 새 시집 '비라쥐'(ВИРАЖИ, 회전이라는 뜻) 출간기념식이 열렸다. 고려인 동포사회의 원로급 인사들과 러시아 시인및 가수, 듀가이 선생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출신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함께 했다.

듀가이 선생의 새 시집 '비라쥐' 출판기념회에 모인 고려인 원로인사들. 맨 왼쪽이 필자
시집 '비라쥐'의 표지
출판 기념회 뒷풀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하는 러시아 여가수

김 모이세이 고려인연합회 고문단 의장이 사회를 맡고, 김 슬라바 고려인연합회 대표와 김 펠릭스 고려인통일연합회 회장, 박 갈리나, 신 엘라, 김 베냐민 선생, 김원일 박사 등이 듀가이 선생의 '비라쥐' 출판을 축하했다. 인기 있는 러시아 여가수 엘레나 라트니코바 등은 시에 곡을 붙여 열창했고, 행사의 뒷풀이도 훈훈했다. 고려인 동포들은 한식과 러시아 음식을 함께 나누며 코로나로 단절됐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플라톤 듀가이 선생은 시인이자 언론인, 지정학 분야 학자로 활동해 왔다. 그의 시는 자신이 겪은 굴곡진 삶의 현장 경험이 주된 테마로, 삶의 의미를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스크바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에서는 대중교통수단의 하나인 '트람바이(전차) 퍼레이드'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 방역 제한조치 해제로 3년만에 열린 이 행사에 무려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114년 전에 모스크바를 달린 '트람바이' 등 옛 시대의 유물과 같은 전차 8대가 실제로 운행됐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전차의 현대화로 시민의 든든한 발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모스크바 곳곳에서 열린 '봄맞이 대청소'(субботник)에는 90만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변 환경 정비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봄맞이 대청소(위)와 부활절 선물 축제 모습/사진출처:모스크바 통신(시 뉴스에이전시)
모스크바 쇼핑센터에 진열된 부활절 기념빵 '쿨리치'. 예년보다 더 다양해졌다/사진:김원일

러시아에서 최대 축제로 꼽히는 제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퍼레이드의 예행 연습이 최근 모스크바 도심에서 열렸고, 23일에는 부활절 선물 축제(28일까지)가 막을 올렸다.

알게 모르게 시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 서방의 대러 제재조치에도 모스크바는 조심씩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70루블대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크게 줄었고, 달라진 경제적 환경에 자신의 일상을 맞춰가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여론조사(4월 6일자)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민들은 불투명한 앞날을 대비해 3명 중 1명 꼴로 저축을 시작했고, 절반 이상(51%)은 가전제품 교체를 미뤘다. 또 외식을 자제하고 의류 등 불요불급한 물품의 구매를 줄였다고 한다. 보험 가입도 늘었다. 

맥도널드와 피자헛 등 인기 패스트푸드 매장은 여전히 문을 닫았지만, 젊은이들도 이제는 익숙한 모습이다. 아예 찾지 않거나 '버거킹'이나 KFC, 러시아의 대체 패스트푸드 점을 찾는다고 한다.

러시아 토종 브랜드 '바냐 아저씨'/사진출처@unsplash SNS
여전히 문을 닫은 맥도널드 매장/사진:김원일

모스크바 시 당국도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대체할 러시아의 토종 브랜드 ‘바냐 아저씨’ (Дядя Ваня)의 신규 지점 개설을 돕기 위해 이미 5억 루블(대충 58억~59억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냐 아저씨'의 로고가 ‘맥도널드'와 너무 비슷해 상표권 출원은 보류된 상태다.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최근 "토종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활성화를 위해 10억 루블의 예산을 편성했다"며 “러시아 패스트푸트점이 1년 안에 모스크바의 250개 맥도널드 매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글·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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