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부자의 '초호화 요트'가 블라디보스토크 부두에 정박한 까닭은?
러시아 최고 부자의 '초호화 요트'가 블라디보스토크 부두에 정박한 까닭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4.25 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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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다쇼프 세베르스탈 회장의 최신 요트 '노드', 지난달 말 입항후 계속 정박중
현지 주민들에게 큰 구경거리, 서방의 대러 제재로 초호화 요트는 갈 곳을 잃어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세베르스탈 회장의 초호화 요트 '노드'(Nord)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입항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지역 매체 VL.RU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호화 요트는 3월 12일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세이셸공화국을 출발, 3주 가까이 항해한 끝에 블라디보스토크 선착장에 31일 도착했다. 동해~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운항하는 '이스턴 드림'호가 정박하는 그 부두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의 대형 크루즈(유람선)가 며칠씩 머물며 관광객들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2년여의 코로나 방역 제한 조치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덮쳐 썰렁해진 부두에 초호화 요트 '노드'가 정박하자, 현지 주민들에게는 큰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021년 독일서 건조된 이 최신 요트의 크기는 6층 높이에 길이만 142m에 이른다. 가격은 3억 달러(3천700여억 원). 4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고, 대형 수영장과 스파·영화관·헬리콥터 이착륙장 등을 갖췄다.

모두 외국 국적인 승무원 30여명은 블라디보스토크 입항 직후 러시아 체류에 필요한 입국 절차를 거쳤으며, 요트 역시 러시아에 재등록할 계획이라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선착장 모습. 위는 초호화요트 '노드', 아래는 인천~블라디보스토크 항공편이 끊어진 뒤 귀국 교민들을 태운 '이스턴 드림'가 출항하는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 외교부 
블라디보스토크 선착장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위)와 길 건너 레닌동상 쪽에서 본 크루즈의 위용/바이러 자료 사진

초호화요트 '노드'가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입항한 것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정박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지난 2월 28일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올랐고, 그의 또다른 요트 '레이디 엠'(Lady M)은 지난달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압류됐다.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핀란드 등이 잇따라 러시아 자산 압류에 나서자 러시아 호화 요트들은 서둘러 유럽의 해역을 떠났다. 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는 게 현실. 대러 제재에 소극적인 터키의 휴양지로 숨어들거나, 피지나 몰디브와 같은 먼 바다로 피난해야 했다.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노드'급 대형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곳은 흑해 휴양지 소치 정도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모항이어서 민간인 이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러시아의 발트해 연안에는 아예 정박할 만한 항구가 없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겨우 25~30m 크기의 작은(?) 요트만 정박할 수 있고, 칼리닌그라드에는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해 일시적인 정박만 가능하다.

'노드'급의 초호화 요트가 장기간 머물려면,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금각만과 같은 '만'(灣)이 있거나 튼튼한 방파제가 필요하다. 별도 공간의 계류시설에 요트 정비나 유류및 물품 공급, 출입국 관리, 승무원들을 위한 레스토랑 등 기반시설(인프라)이 갖춰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흑해, 발트해 연안에는 그런 시설을 갖춘 항구가 없다는 것.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는 '노드'호의 블라디보스토크 입항 소식에 "호화 요트 한척 건조 비용이면 공동으로 흑해나 발트해에 요트 정박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며 올리가르히들을 향해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세베르스탈 공장 모습/사진출처:기업 인스타그램

'노드'호 소유주인 마르다쇼프 회장은 세계 최대 제철및 철강기업 중 하나인 '세베르스탈' 대주주다. 그의 지분은 77%에 이른다. 원래 러시아 북부 체레포베츠 제철및 철강산업단지(국영기업)가 옐친 대통령 시절, '민영화'를 통해 세베르스탈로 재탄생했다. 당시 국영기업 대표와 함께 민영화를 추진한 마르다쇼프는 이후 동업자와 직원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가 됐다. 그래서 물리적인 힘과 권력을 빌리지 않고 대기업 그룹을 형성한 몇 안되는 올리가르히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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