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담긴 푸틴의 야망- 한국외대 '러시아CIS 토크'을 보니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담긴 푸틴의 야망- 한국외대 '러시아CIS 토크'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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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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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두달을 훌쩍 넘겼다. 러시아는 특별 군사작전 1단계를 끝내고 2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을 선언하고,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군사적으로 지원할 태세다. 한때 기대를 부풀렸던 '협상 무드'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적 분위기에 휩쓸려 물 건너 간 듯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앞날을 가늠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곳곳에 깔려 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2년 제 5호(2022년 5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뤘다. 러시아CIS 정치 전공 김선아(석사 과정)가 쓴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야망?'이다. 

지루하게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전쟁의 원인과 함의, 앞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 글을 소개한다. '러시아CIS 토크'는 미리 "이 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 편집진도 같은 입장이다./편집자 주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 러시아 당국은 '침공'이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했다. 현지 모든 언론은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쓴다. 바이러시아도 가능한 범위내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다/편집자 주

2022년 2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울린 거대한 포성과 굉음이 지구촌을 깨웠다. 우려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현실화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포함해 남부 오데사와 헤르손, 북동부 하르코프(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압도적인 전력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러시아의 침공은 다수의 예상을 깨고 대담하게 이루어졌다. 우크라이나의 적극적인 나토 가입 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푸틴 대통령이 마침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격시 시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로 고립과 다양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무리한 전쟁을 감행한 저의는 무엇일까?

◇러시아의 재팽창과 지지율 끌어올리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사실상 종신 집권 시나리오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총리(현 국가 안보회의 부의장)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준 후 합법적으로 재집권한 과거의 행보를 보면, 푸틴 대통령은 절차와 제도, 당위성을 중시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외세의 위협을 받으면 국민들은 쉽게 강한 지도자에게 의지하게 된다. 부정선거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질 만큼 하락하던 푸틴의 지지율이 나라 밖 전쟁이라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치솟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는 최대의 재앙”이라는 발언으로 집권 3기부터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표방하며 옛 소련 시절의 영광을 되찾고자 했다.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했던 한 축으로서 소련제국의 붕괴를 바라보며 러시아 국민들이 느꼈을 비참함을 그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국가 팽창 시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때 노골적으로 드러났으며, 당시 그의 지지율은 60%대에서 90%까지 급증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그의 지지율은 다시 60%대에서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2024년 다음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목적이 그 기반에 깔려 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러시아 내 몇몇 도시에서 반전시위가 일어났지만, 정부의 언론 통제에다 맥도날드와 스타 벅스 등 다국적 기업들의 철수로 러시아 국민들이 서방을 대하는 감정은 점점 미묘하게 적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 러시아의 부동항을 향한 욕망

러시아는 지구상 가장 큰 영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영토 확장을 꾀했다. 특히 추운 겨울이 오래 지속되는 지리적 특성상,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농사가 잘되는 비옥한 토지와 혹한의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은 러시아가 평생을 찾아 헤맨 대상이다.

러시아군의 특수 군사작전을 상징하는 Z. '승리를 향해'라는 뜻이다/출처:러시아 국방부 인스타그램
러시아군 총참모부 산하 국방통제센터(우리식으로는 종합 상황실)에 걸려 있는 돈바스 인근 작전 지도/러시아군 영상 캡처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농경에 적합한 비옥한 토지, 따뜻한 기후, 일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부동항 세바스토폴 항구가 있는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다.

현재 러시아군이 공격을 집중하는 우크라이나 주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헤르손,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오데사 역시 지중해로 이어지는 흑해와 접하며, 주요 해군기지와 최대 물류 항만이 있어 절대 남에게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 동슬라브 민족의 종가(宗家), 키예프 루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동슬라브인의 기원이자 현 러시아의 근간을 이루는 고대국가 '키예프 루스'가 태동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를 '어머니의 국가'라고 칭하는 이유다. 키예프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민족의 고향을 상실한다면 제국의 부활은, 설사 성공한다 해도 그 의미를 잃게 된다. 푸틴 대통령 역시 키예프를 “모든 러시아 도시의 모태”라고 언급한 데서 보듯, 우크라이나는 빼앗길 수 없는 최후의 땅이 아닌 제국의 재건을 위한 필수적인 공간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후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수 세기 동안 같은 역사를 공유해 왔다. 한때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고, 때로는 가장 잔인한 역사를 만들었다. ‘형제의 나라’는 취하는 자의 위선으로 만든 허울 좋은 단어였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가 제 갈 길(국가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하니 러시아는 배반자를 대하는 마인드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형제’라는 말 속에 담겨진 본색이 드러난 것이다.

양국의 협상이 잘 진척되어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된다고 할지라도 이미 서방으로 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 2013년 '유로마이단'과 2022년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은 반러시아적인 국민 정서를 잘 보여준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협상/사진출처:러시아군 텔레그램

푸틴식 무력 공세가 원하는 영토는 물리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지 모르나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장기적으론 역사 속에서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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