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진행되는 점령 지역의 러시아화 - '크림 연방지구' 복원도 눈앞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점령 지역의 러시아화 - '크림 연방지구' 복원도 눈앞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0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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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와의 평화 협상 지지부진에 러시아도 '플랜B'도 전략 바꾼 듯
돈바스 지역 이동통신 전화번호, 아예 러시아 국가 코드 7 사용키로

러시아의 제 2단계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은 더디지만, 단단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방측 정보기관들과 언론이 러시아군의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점령 작전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사이, 러시아 측은 군사적 점령→긴급 구호작업→민군(민간및 군사) 임시 정부 수립→러시아 루블화 경제권 편입이라는 순서로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헤르손주(州) 민군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병합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은 그 다음 수순으로 평가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서기(우리의 당 사무총장)이자 상원 부의장인 안드레이 투르차크는 6일 헤르손에서 민군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이곳(헤르손)에 영원히 왔으며,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헤르손주 민군 정부 부수장(부지사)인 키릴 스트레무조프는 "우리는 러시아 연방의 일부로 살 계획"이라며 "누구도 강제적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원래 러시아 땅이었던 지역들은 원래 문화와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헤르손주 청사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돼 있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헤르손주의 새 로고/리아노보스티 텔레그램 캡처

이같은 흐름은 지난달 22일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루스탐 민네카예프 부사령관(준장)이 "특수 군사작전의 2단계에서 러시아군의 과제 중 하나는 돈바스 지역과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네카예프 장군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당초 선언한 특수 군사작전 목표(돈바스 지역 안보 확보)와 일정 부분 차이가 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플랜 B'로 바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4월 24일자 (우크라 뒤집기) 우크라 군사작전 목표는 돈바스+흑해 연안 장악? 기사 참조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자국 안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 등의 보증을 전제로, 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 등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었다. 이후 서방의 적극적인 군사적 지원 방침을 확인한 우크라이나 측은 이스탄불 제안을 뒤집었고, 러-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러시아 정치권 일각에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구체적으로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통괄하는 '크림 연방지구'의 복원이다. 크림 출신 국가두마(하원) 의원 드리트리 벨리크는 지난달 말 "에카테리나 2세 시절에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이 제정러시아로 편입됐다"며 "이제는 크림 연방지구를 다시 생각할 때"라고 주장했다. 크림 타타르족의 지역 문화 책임자인 에이바즈 우메로프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으로부터 해방된 남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경제권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크림 연방지구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림 연방지구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함께 만들어졌으나, 2년 뒤 크림반도가 남부 연방지구로 편입되면서 사라졌다. '연방지구'란 대통령령으로 구성되는 공동체적인 행정 개념이다. 연방지구 대표는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통령 전권대사'다. 러시아 극동지역을 총괄하는 '극동 연방지구'의 대통령 전권대사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다.

러시아군은 이미 헤르손주는 거의 대부분, 인근 자포리제주와 니콜라예프주는 절반 정도 장악한 상태다. 헤르손주에는 루블화 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다. 헤르손주를 중심으로 동쪽의 자포리제주를 거치면 바로 돈바스에 닿고, 서쪽으로는 니콜라예프주와 오데사주를 통해 몰도바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위치(위)와 각 주의 사용 언어 분포. 헤르손주(우크라어 73%, 러시아어 24%) 등 노란색은 우크라이나어 사용이 절대적으로 많은 지역, 자포리제주(우크라 52%, 러시아어 46%) 등 연두색 지역은 우크라이나어가 상대적으로 많이 쓰이는 곳이고, 돈바스와 크림반도 등 나머지 지역에선 러시아어가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된다/사진출처:위키피디아

점령 영토의 병합 방식은 2014년 크림반도의 주민투표(국민투표)를 떠올리면 된다.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주민 의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하지만, 크림반도에서는 8년이 지난 지금도 '반러시아' 시위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친러 성향의 돈바스 지역은 이동통신 전화번호를 아예 러시아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앞으로 러시아 국가 코드 7을 받게 된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예를 들어 현재 이동통신 전화 번호가 (+38071)1234567이라면, (+7949)1234567이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 우크라 두줄 뉴스-7일

-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아조우스탈(아조우스탈) 공장지대에 고립된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들이 모두 대피했다고 말했으나 대피 인원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유엔, 국제적십자사와 함께 대피작업을 수행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측은 아조프스탈에서 구조한 민간인은 모두 176명이라고 밝혔다.

키예프, 아조프스탈 공장내 어린이와 여성들이 모두 대피했다고 밝혔다/얀덱스 캡처

-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유럽 고객사들에 서한을 보내 새로운 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 방안을 제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서한은 "고객사들이 '러시아국가결제센터'(Russia's National Clearing Center) 계좌로 외화를 보내면, 이 기관이 투명한 방법으로 환전한 후 가스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며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인 러시아 중앙은행을 거치지 않아 EU의 제재 조치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이 그러나 EU의 제재조치를 위반하지 않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 러시아가 외국 브랜드 상품에 대한 '병행수입'(우회 루트 수입)을 허용한 가운데,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의 운송및 물류업체 CDEK(러시아어로는 СДЭК)는 해외 직구 쇼핑몰 'CDEK.Shopping'의 오픈을 발표했다. 직구 가능한 물품에는 Apple, Dyson, Hugo Boss, iHerb 등이 있다고 밝혔다.

- 미국의 항공우주국(나사)와 국제우주정거장 협력을 파기하기로 한 러시아 연방우주공사(Roscosmos)는 러시아 군의 지원과 소련의 우주 개발 업적을 기리기 위해 회사 로고를 붉은 별로 변경했다.

로스코스모스의 새로운 로고

-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고립된 러시아 선박 '아방가르드'호의 선원 11명이 풀려났다고 러시아 인권 옴부즈맨 타티아나 모스칼코바가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러시아 선박 7척의 선박 60명의 선원이 상륙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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