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 등 국내 전시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들의 반환에 우여곡절을 겪은 까닭?
칸딘스키 등 국내 전시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들의 반환에 우여곡절을 겪은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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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세종문화회관서 전시가 끝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 작품 75점이 가까스로 러시아로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로 한국에 발이 묶였던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들이 우여곡절 끝에 본국에 송환됐다. 러시아 미술품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 전시를 위해 국내에 들여온 작품 75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문화부 장관은 13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서울에서 전시가 끝난 뒤 항공편 문제로 반환이 지체됐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러시아로 돌아왔다"며 "절차를 거쳐 원래 소장 박물관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미술품들은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과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등 4개 박물관의 소장품이다. 

러시아 대사관, 서울 전시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작품의 반환 밝혀/얀덱스 캡처

러시아 미술품의 정상적인 반환 여부가 관심을 끈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고가의 예술 작품들을 사치 품목으로 분류, 대러 제재 대상에 올렸고, 핀란드 세관이 지난달 2일 러시아와의 국경 검문소에서 4,600만 달러(약 560억 3000만원) 상당의 러시아 미술품을 압류했다.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전시를 끝낸 러시아 미술품들이 EU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와의 직항편이 끊어지자, 핀란드를 통해 육로로 반환되던 중이었다. 핀란드 세관의 압류 조치에 세계 미술 전시계는 깜짝 놀랐다.

러시아는 비상이 걸렸다. 자칫하면 해외 전시 중인 국보급 미술품들이 제대로 반환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전시된 미술품 75점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하일, 이반 모로조프 형제의 컬렉션',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런던의 파베르제: 로맨스에서 혁명까지' 전시 작품들의 반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현대 미술작품 수집가 이반 모로조프 초상화. 세로프 작.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 전시회는 러시아측으로부터 작품들의 조기 반환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 주최 측은 계약상의 이유로 국내에서 예정된 일정 동안 전시를 이어갔다.

문제는 그 다음. 서방과 러시아 간의 상호 보복적인 항공편 제재로 한-러 항공편도 끊어졌다. 국내 미술 전시회 측이 미술작품 운반에 주로 이용하는 대한항공이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유럽 화물 항공편을 4월 말까지 중단한 상태였다. 전시회 주최 측은 4월 중순 “화물의 특성상 여객기는 사용할 수 없고 화물기만 이용한다"며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이 러시아행 화물편을 운영하지 않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유럽화물 항공편도 이용할 수 없었다. 제 2의 핀란드 압류 사건이라도 생기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끝났지만, 한-러 간에 작품 반환 방식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면서, 러시아 미술품들은 3주가량 국내 수장고에 보관됐다.

다행히 영국 등 유럽 각국이 전시 예술품 반환에 대한 강경 태도를 일부 누그러뜨리면서 러시아측으로부터 정상적인 반환에 관한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환된 미술품을 전문가들이 검사하는 장면/현지 TV채널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제 문화교류 담당 보좌관인 미하일 쉬비드코이가 지난 5일 "한국과 영국 전시 문화재들의 안전한 반환에 관한 협력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양한 옵션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도 9일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해외 전시에 나선 '미하일, 이반 모로조프 형제의 컬렉션' 미술작품들이 안전하게 러시아로 돌아왔다며 "(한국에 있는 러시아 미술품 반환과 관련해)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전시 주최 측은 12일 "전시 작품들은 10일 국내에서 출발해 현재 제3국을 경유해 러시아로 반환 중"이라며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튿날 미술품들이 러시아로 반환됐다는 사실이 러시아 측에 의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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