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프로파간다'가 판치는 국내 언론 보도? 최근 이슈 몇 가지를 분석해 보니..
우크라이나 '프로파간다'가 판치는 국내 언론 보도? 최근 이슈 몇 가지를 분석해 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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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은 이제 '프로파간다'(선전, 선동) 전쟁이다. 아군의 사기는 북돋우고, 적의 사기를 꺾는데 '프로파간다' 만한 무기도 없다. 소셜 네트워크(SNS)는 '프로파간다'의 전투 현장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미국의 SNS 플랫폼은 '가짜뉴스'를 막는다며 일찌감치 러시아의 주요 채널(계정)을 폐쇄했다. 러시아의 '프로파간다' 공격에 굳건한 방어벽을 친 셈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에는 문을 활짝 열어 언제든지 공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그대로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도네크츠주와 우크라이나주)에서 기존의 우크라이나 통제지역을 하나씩 점령해 들어가고 있지만, 국내 언론을 보면 마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프로파간다'전의 승리다.

'사나흘만에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는 서방 측의 러시아군 승리 기준으로 본다면, 개전 80일이 넘도록 잘 버티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몇몇 전투에서 승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분석인 듯하다. 서방의 최신 무기 투입이 판을 앞으로 어떻게 바꿀지는 예측불허이지만, 가끔은 객관적으로 현재의 판을 보는 것도 필요하다.

(서방)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국방부(정보부)가 만든 '프로파간다'식 정보를 거의 검증없이 내보낸다. 그것을 국내 언론은 그대로 번역한다. 앞 뒤가 맞지 않는 기사가 같은 공간에 함께 있기도 하는 이유다. '프로파간다' 형 정보는 러시아 언론에 대입해 보면, 어렴풋하게나마 앞뒤 전말을 제대로 짚어볼 수 있다. 객관적인 전황 파악을 위해 최근에 나온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앞뒤 맥락을 더듬어 본다/편집자 주

◇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해임

서방이 설정한 기준에 의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을 근거로 러시아군 최고 지휘부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 대한 해임설은 진짜 잊을만 하면 또 나온다. 가장 최근에는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이 게라시모프의 직위 해제를 주장했다. 

아레스토비치 고문/페이스북 캡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주장을 인용, 게라시모프 총창모장의 직위해제설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게라시모프에게 군 지휘권을 계속 맡겨야 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게라시모프가 평가를 받는 동안 직위를 떠나 있음(직위 해제)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또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을 이유로 지휘관 2명이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흑해 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함대 사령관 이고르 오시포프 제독이 직위해제 후 체포됐고, 육군 6군단 사령관인 블라디슬라프 에르쇼프 중장도 해임됐다는 것이다.

객관적 정황은 미국의 대러 접촉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개전 후 처음으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장관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양측의 접촉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핫라인'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미 CNN 방송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통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위 해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러시아군 최고 지휘관(총참모장)을 미 합참의장이 애타게 찾고 있다니, 전체 정황상 앞뒤가 안맞는다. 

◇ 세베로도네츠크강 도하 러시아군 전멸

러시아군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연합군이 세베로도네츠크강에 부교를 설치하고 도하 작전을 시도하던 중 우크라이나군의 매복 공격을 받아 대대급 병력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부교 인근 항공사진도 첨부됐다.

이 전투는 보도 나흘 전인 지난 8일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70대 이상의 러시아군 탱크·장갑차를 파괴하고 약 1,000명의 병력을 전멸시켰다고 주장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으려던 러시아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게 더 타임스의 평가다. 

러시아·LPR 연합군이 그같은 패배를 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이미 세베로도네츠크강을 건너 다음 목표를 향해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수많은 전투 현장 중 한 곳의 전과를 나흘이나 지난 뒤에 대대적으로 알리는 의도는 분명하다. 퇴각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군 내부적으로는 이기고 있다, 혹은 이길 수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아비아프로 등 현지 언론도 13일 도하작전 중 매복 공격을 받아 49대의 군사 장비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T-72 탱크와 장갑차, 보병 전투 차량 BMP-1및 BMP-2, 군수 물자 차량 등 49대가 강 주변에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고 확인했다.

현지 매체 아비아 프로는 파괴된 군사 장비들에 순번을 부여하며, 패인을 분석했다/아비아 프로 캡처
얀덱스 지도. 한가운데에 '세베로도네츠크'가 있고, 왼쪽 위로 '보예보도프카' 마을이 보인다. 그 위가 '루베즈노예'다. 세베로도네츠크 왼쪽 아래에 '리시찬스크'가 있다.

같은 날 현지 매체 N(노보스티vl)은 우크라이나군과 영국 국방부가 이미 과거가 된 러시아군의 도하작전 실패를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당초 도하 목적인 '보예보도프카' 마을의 점령 사실은 왜 발표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도하 작전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다며 러시아군이 이 강을 건너 ('보예보도프카'를 거쳐)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포위하고, 서쪽의 리만을 공격하려 한다는 계획을 미리 입수해 매복 작전을 짰다고 자랑한 바 있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 북부 진입로인 '보예보도프카'를 점령하고 세베로도네츠카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괴된 우크라이나군 탱크와 장비/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미 CNN 방송도 전날(12일) 우크라이나 군 병력이 루간스크 주 일대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루비즈네'(러시아어로는 루베즈노예)가 러시아군에 넘어가면서 세베로도네츠크로 이어지는 다리를 폭파한 뒤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비록 한차례 도하작전에 실패했을지는 모르나, 이미 그 일대 전쟁에서는 이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스메이니(뱀)섬 흑해 함대의 최신 함정 파괴

우크라이나 흑해 '즈미니'(러시아어로는 즈메이니, 뱀이라는 뜻)섬 인근 해역에서 러시아 해군 보급함이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을 받아 침몰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이 13일 발표했다. "파손된 '브세볼로드 보브로프'호는 러시아 함대에서 가장 최신 보급함 중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즈메이니 섬은 러시아의 군사작전 개시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된 곳이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러시아 함정을 향해 '엿 먹어라'는 포즈를 취해 유명해진 그 섬이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그 병사는 양측의 포로 교환으로 석방된 뒤 우크라이나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아비아 프로 등 현지 언론은 "위성 사진상으로 침몰된 선박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인다"며, "정확히 언제 어떻게 침몰한, 누구의 함정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전에 SNS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폭파된 함정이 침몰한 상태에서 위성사진에 찍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7일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파괴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위성 사진만 첨부했다.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 화살표 앞에 (침몰한) 선박의 형체가 보인다.

러시아군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뱀섬을 장악하기 위해 최근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으나 큰 피해를 입고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전날 밤 뱀섬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Su-24 전폭기 2대와 Mi-24 헬기 1대를 추가로 격추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무력화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에서만 우크라이나군 전폭기 4대와 헬기 4대, 바이락타르 드론 3기, 해군상륙정 1척이 하루 만에 파괴됐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뱀섬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손에 들어가 있다. 침몰 선박은 누구의 것일까? 

◇ 홈메이드 드론에 러시아군 탱크 박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10일 트위터 등을 통해 러시아군의 값비싼 탱크 T-90M을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홈메이드 드론'에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하르키우 북쪽 스타리 살티우 인근에서다. 이튿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국내 일부 언론은 '45억원짜리 러시아군 탱크가 65만원짜리 드론에 박살났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 공격은 우크라이나군 드론 특수부대 '아에로로즈비드카'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아에로로즈비드카는 앞서 SNS를 통해 해외에서 지원받은 부품으로 전투용 드론을 만드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파괴된 러시아군 T-90M 탱크는 지난 1993년부터 실전에 배치된 기종이다. 125mm의 주포를 장착했고, 외부 공격을 받으면 미리 터지면서 공격 미사일의 관통력을 약화시키는 반응 장갑(裝甲)을 장착하고 있다. 또 적 미사일의 레이저 조준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연막탄을 터뜨리는 자동방어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최신 탱크라면 '아르마타 T-14'이다. 2015년 승전 기념식의 군사퍼레이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기종이다. T-90M 탱크만 해도 1993년 배치됐으니, 이미 30년이나 흘렀다. 장기적으로 교체해야 할 무기중의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투 현장에서 휴대용 대전차 무기나 공격형 드론에 파괴되는 흔한 탱크 기종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신 탱크 T-14 아르마타를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투입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 중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의 구형 탱크 T-72와 T-90 등과 함께 T-14 아르마타를 공격 편대에 편성할 경우, 돈바스 지형에서는 뛰어난 T-14 아르마타의 능력이 묻힐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전투에서 주력은 T-72와 T-90 탱크다.

◇ 가전제품의 반도체 활용한 러 미사일의 정확도 40% 

서방의 대러 제재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부품의 수입이 막힌 러시아가 가전제품 반도체를 뜯어 군사 무기에 쓸 정도라는 주장이 우크라이나군에서 나왔다. 근거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12일 미 상원 청문회 증언이다. 러몬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러시아 군사장비 내부에는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등에서 빼낸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들로 채워져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정확도가 40%에 불과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우크라이나군은 주장했다. 

군사전문지:우크라이나 선전가들, 러시아 미사일의 명중률이 40%에 그친 이유(가전 제품 반도체 사용)를 설명/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은 이를 전형적인 우크라이나의 '프로파간다'라고 반박했다.

◇ 친크렘린 매체의 비판적인 보도

미 CNN방송은 10일 ‘친 크렘린’ 매체의 일부 기자들이 러시아 승전기념일(5월 9일)에 맞춰 푸틴 대통령 비판 기사를 기습적으로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친정부 성향 인터넷 매체 렌타(Lenta.ru) 홈페이지가 푸틴에 대한 비판 기사로 도배됐다는 것. 경제부 기자 이고르 폴랴코프와 알렉산드라 미로슈니코바는 9일 오전부터 최소 30개의 푸틴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고 했다.

기가 막힌 것은 국내 모 신문이 실은 렌타 홈페이지의 캡처 화면. 캡처 웹페이지의 원문(러시아어)를 보면 엉터리도 보통 엉터리가 아니다. 그 이유를 아래 사진에서 확인해보자.

사진 바로 아래 기사(왼쪽 맨 위)를 번역하면, '아프리카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력에 종속되지 않는 노선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아프리카의 독자 노선을 강조한 기사로 추측된다.  
한국어 번역본으로 캡처했다는 게 이 정도라면 .. 위 원본과 일치하는 번역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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