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러시아서 주요 모델의 '형식 승인'을 추가로 받는 까닭? - 생산보다 수입?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서 주요 모델의 '형식 승인'을 추가로 받는 까닭? - 생산보다 수입?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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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떠난 러시아 자동차 신차 판매 75%이상 줄어
러시아의 '병행 수입' 조치와 함께 한-중 자동차 업체 "현지 생산보다 직접 수입"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로 프랑스 르노 자동차가 러시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한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떠난 러시아 시장에 탐을 낼 만하지만,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현대차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맞춰 지난 3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공장의 문을 닫았다. 한때 현지 언론에서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자동차 조립공장 '아프토토르'에서 현대자동차의 조립 생산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현대차는 이를 부인했다. 이후 현지에서도 '아프토토르'의 자동차 조립 부서가 5월 한달간 유료 휴가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립 생산도 완전히 멈춰선 것으로 보인다.

칼리닌그라드 아프토토르에서 조립되는 현대차/사진출처:아프토토르 홈페이지

'아프토토르'가 한달간의 유료 휴가가 끝난 뒤, 현대차 조립을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서방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에서 현대차도 현지에서 생산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경우, 러시아에 남아 있는 현대·기아차의 재고 물량이 바닥나면, 판매량이 사실상 '제로'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기아차에게 탈출구가 없을까?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리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와 중국의 하발, 길리, JAC 자동차 브랜드들이 러시아 정부에 자사 브랜드 자동차의 수입을 위한 형식승인(Одобрения типа транспортного средства·ОТТС)을 받기 시작했다. 자동차 형식승인은 제작 혹은 수입된 자동차 브랜드가 러시아 시장에 출고되기 전에 관련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증 절차다.

자동차 등록증에 나온 우리나라의 자동차 형식 승인/사진출처:네이버 지식iN @중고차수출부산폐차장 

한 매체(카위크)는 "한국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 비즈니스의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며 "러시아에서 생산한 자동차 모델의 형식승인을 추가로 받는 것은 같은 모델을 수입, 판매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서 형식 승인은 3년간 유효하다.

특히 주요 외국 자동차 브랜드와 그 부품은 러시아 정부가 최근 도입한 '병행수입' 품목에 포함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병행수입' 허용으로 외국 자동차들의 수입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행수입'은 해외의 자동차 수출업자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지(개인 혹은 법인) 원한다면, 신차도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 러시아 소비자를 위해 올해 신차 수입을 시작할 수 있다/얀덱스 캡처

현대·기아차가 주요 자동차 모델의 형식 승인을 추가로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말부터라고 한다.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기아 K5, 쏘울, 셀토스, 쏘렌토와 스팅어, 현대차의 제네시스 G70, GV80, 싼타페 등도 포함됐다. 

형식 승인을 추가로 받는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공장이나 칼리닌그라드 '아프토토르'에서 자동차 생산(조립)을 재개하기보다는 한국 등에서 수입하기 위한 것으로 현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형식승인을 신청한 자동차 모델이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토토르'에서 조립되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셀토스도 형식 승인 허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매체는 "칼리닌그라드 '아프토토르' 공장이 현대차 조립을 재개할 수 없을 경우, 새로 받은 형식 승인이 현대차의 러시아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에서 팔리는 기아 K5/사진출처:기아차

러시아는 현재 주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신차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75% 이상 줄어든 데 이어, 5월 들어서도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서 생산 혹은 조립한 자동차를 러시아로 들여오는 것보다는 한국과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현지의 한 전문가는 "카자흐스탄 공장에서 조립돼 러시아로 운송될 예정인 중국 JAC S6 크로스오버(SUV)의 신형도 이미 형식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직접 수입이 가능하게 됐다"며 "한국과 중국이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을 붕괴 직전에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르노자동차 모스크바 공장. '모스크비치' 브랜드의 부활이라는 자막이 떠 있다/현지 TV채널 미르24 캡처
모스크바 르노자동차 공장이 모스크바시로 넘어갔다/얀덱스 캡처

한편, 러시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 '라다'를 생산하는 '아프토바스'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르노 자동차는 16일 '아브토바스'의 지분 68%를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 'NAMI'로 넘기고, 모스크바 현지 공장 '르노 러시아'의 지분도 전부 모스크바시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르노 자동차의 러시아 자산은 모두 러시아 측으로 넘어갔다. 

모스크바시는 넘겨받은 '르노 러시아' 자동차 공장에서 한동안 단종됐던 러시아 브랜드 '모스크비치'의 생산을 재개하고, 아프토바스는 '라다' 생산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그러나 향후 6년 이내에 아프토바스 지분을 재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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