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장기전 돌입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는 뭘 믿고 계속 버틸까?
(분석) 장기전 돌입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는 뭘 믿고 계속 버틸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21 08: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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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공장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우크라이나군 최고 지휘관이 20일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했다.
#2, 미국 상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4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안을 18일 승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두 장면(#)이 거의 동시에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1은 현재 진행형이고 #2는 향후 최대 변수가 될 결정적 조치다.

개전한 지 3개월이 가까워지면서 (서방) 외신은 우크라이나의 '장기전 시나리오'를 다양하게(사실은 친우크라이나적) 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의 두 장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 '아조프' 연대 사령관 데니스 프로코펜코 항복/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조프스탈 공장에서 동료들의 무더기 투항에도 불구하고, 결사항전을 외치며 남은 우크라이나군 500여명이 '아조프' 부대 부대장 데니스 프로코펜코와 함께 무기를 내려놓았다. 나흘간 포로가 된 우크라이나군은 모두 2,450명에 이른다. 프로코펜코 부대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에서 '장갑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즉각 푸틴 대통령에게 "마리우폴이 완전히 해방됐다"고 보고했다. 또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대한 통제력도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고 했다.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참전 러시아군의 사기도 올라가고 있다.

프로코펜코 부대장은 항복하기 전에 올린 텔레그램 영상에서 "군 최고사령부가 도시 방어를 포기하고 부대원들의 목숨을 보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전사한 동료들을 공장 밖으로 옮겨 명예롭게 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저항 의지를 완전히 버리고, 일부 강경파의 설득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그와 함께 저항군을 지휘해온 '아조프' 부대의 부부대장 스뱌토슬라프 팔라마르(암호명 칼리나)는 지난 18일 일찌감치 항복했다.

아조프스탈 저항군을 이끈 지휘부 3인. 가운데가 마지막으로 무기를 내려놓은 프로코펜코 '아조프' 부대장/사진출처:donnov.ru

'아조프 저항군'을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온 우크라이나 측의 심리적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크라이나가 또 다른 '영웅 만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현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키예프(키이우)에서는 '장면 2'의 조속한 실현을 애타게 기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인사들에 이어 20일에는 키릴 부다노프 국방부 군사정보국(ГУР, 러시아의 군사정보기관 GRU와 같은 정보기관) 국장이 나서 "반격을 위해 우크라이나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대구경 대포, 전투기 등이 필요하다"며 서방측에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 3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제2의 한반도'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정보책임자다.

그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모든 땅에서 러시아군 병력을 몰아낼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오직 무력으로만 잃어버린 땅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의 한반도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현실적으로는 4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추가 지원 보따리가 조속히 풀릴 경우에나 가능한 목표다.

독일의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이중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대전차 미사일 등 주요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계속 공수하면서도 내심 '확전'을 경계하는 중이다. 유럽이 스스로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미 국방부가 지난 4월 독일의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개최한 '40개국 국방장관 회담'의 후속 2차 회의를 23일 화상으로 열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4월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망설이던 독일을 극적으로 끌어들인 바 있다.

관건은 미국내 여론이 아닐까 싶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여론조사에서 취임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졌다. 대 우크라이나(전쟁) 정책 대응에 대해서도 부정평가가 54%로, 긍정 평가(45%)보다 높았다.

미 뉴욕타임스, 영토의 탈환을 동반한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비 현실적이라고 지적/얀덱스 캡처

미국의 주요 언론 기조도 개전 초기와는 달라지는 듯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 복잡해지고 미국은 준비되어 않았다' (The War in Ukraine Is Getting Complicated, and America Isn’t Ready)는 '편집위원회'(BY THE EDITORIAL BOARD, 우리식으로는 논설위원실?)의 의견을 공개했다.

NYT 편집위원회는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승리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매우 서툴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강력하고 조직적인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멀리 떨어져 있는 전쟁에 대한 (미 국민들의) 지지가 무한정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에게 훨씬 더 큰 문제이며, 전세계적 식품 및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나토(NATO)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키예프 측에)분명히 하고, '승리의 환상'을 쫓지 않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무기를 탑재하는 미군/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이같은 논조는 지난 3월 개진한 편집위원회의 의견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당시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울 것"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게 나토가 그의 야망에 저항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의 편집위원회도 '장면 1'로 상징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객관적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군사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승전용 프로파간다(선전 선동)'는 '승리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군이 전선 대부분에서 패하고 있으면서도, 키예프 정권은 일부 지역의 부분적 승리에 집중한 뒤, 이를 주요 성과로 내세운다"며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지적하곤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투 현장에서 얻은 승리 못지 않게,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와 유럽, 러시아와 나토 관계는 물론, 서방의 대러 제재와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등 지정학적 모든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전장'이다. 기존의 전후질서를 바꾸는 '큰 승부'이기도 하다.

NYT 편집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손에 의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우크라이나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미국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큰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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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도 2022-05-21 15: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