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두줄-22일) 우크라이나의 폴란드 동기화? '합병'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끈끈한 관계
(우크라 두줄-22일) 우크라이나의 폴란드 동기화? '합병'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끈끈한 관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5.23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 폴란드 국민에게 특별한 지위 부여하는 법안 추진 - 폴란드선 이미 발효
구소련권 관계 정리속 계엄령 3개월 연장 - "러시아와 휴전 협상은 없다"고 강경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동기화(同期化·컴퓨터 용어)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듯하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국경을 넘어간 자국민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폴란드 측에 우크라이나가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양국 관계는 그 이상을 향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병합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견제에 나설 정도다. 제 1차 세계대전(1914~1918년) 후 유럽의 무질서 속에 폴란드가 소비예트 러시아(소련)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동서로 분할한 리가조약(1921년 3월)의 체결 전후를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폴란드의 제슈브시를 '구원자' 도시 명칭 부여/얀덱스 캡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회 연설 모습/현지 TV채널 러시아-1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최고라다(의회)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요구에 굴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오직 우크라이나가 결정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영토의 1㎝라도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폴란드는 대러시아 제재를 적극 지지하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더욱 긴밀한 새로운 조약 체결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의회 연설에서 "폴란드와 국경 통과의 간소화 조치에 합의했다"며 폴란드 국민에게 특별한 법적 지위 제공을 거듭 제안했다. 이와관련, 집권 '인민의 종'의 한 고위 인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만간 폴란드 국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폴란드 도시 제슈브를 (우크라이나를 구원한) '구원자'의 도시 호칭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의회는 러시아·CIS와 정서적 공감대의 바탕이 된 '위대한 애국 전쟁' (제2차 세계대전) 영웅들의 헌신적 행동을 기억하는 협정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구 소련권과의 인연을 끊고 폴란드와 새로운 동맹 관계를 맺어 나가겠다는 우크라이나 전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구글 지도위의 폴란드/나무위키

양국간의 새로운 관계는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국민에게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폴란드는 이미 지난 3월 말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투표권만 부여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폴란드인과 동일시하는 획기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우크라이나 일각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이 법에 따라 2월 24일부터 18개월간 합법적으로 폴란드에 체류할 수 있고, 이후 임시 거주 허가와 사회보장 번호(영주권 번호)를 받는다. 사회보장 번호를 취득한 우크라이나인은 폴란드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 사업을 할 때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또 의료서비스 등 사회적 공공혜택도 제공된다.

의회에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법안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경우, 양국이 서로 상대방을 동일한 국민으로 대우하는 셈이다. EU의 국경 감시 기관인 프론텍스(Frontex)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630만 명에 이르는 피란민이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서 EU로 넘어왔으며, 이 중 340만 명이 폴란드에 안착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근세사에서 '불가원 불가근'(不可近不可遠)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동서로 갈려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우크라이나는 이후 서부지역 세력(서우크라이나인민공화국)이 1920년 폴란드와 동맹을 체결한 뒤 동부지역 세력과 소련이 장악하고 있던 수도 키예프를 그 해 5월 탈환했다. 그러나 이는 소련과 폴란드간의 전면전으로 비화했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동서로 분리돼 소련-폴란드에 병합됐다. 바로 1921년 3월 체결된 '리가조약'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폴란드는 러시아에 가장 적대적이다. 우크라이나와 '동맹급' 관계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의해 철저하게 무력화될 경우, 서부는 폴란드, 동부는 러시아의 영향권 안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우크라 두줄 뉴스 - 22일

-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동결했다"며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협상단 단장도 "휴전을 위한 협상은 중단될 것"이라며 "휴전 후에도 러시아군은 새로운 공세를 시작할 것이고, 그것은 이전보다 훨씬 더 피비린내 나는 대규모 공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토에 대한 양보는 없다"고 못박았다.

첫 협상과 달리 러-우크라 협상팀이 두번째 협상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지 TV 채널 미르24 캡처

-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는 계엄령을 오는 8월 23일까지 90일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계엄령 연장은 이번이 세번째. 계엄령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18~60세 남성들은 출국이 금지된다. 

-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인 세네갈이 슐츠 독일 총리의 방문을 앞두고 LNG(액화천연가스) 가스를 독일로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등 에너지 독립을 위해 아프리카 순방에서 대안을 찾을 계획이다. 아프리카는 독일에게 단기적으로는 가스 공급에 숨통을 트여주고, 중기적으론 '녹색 수소'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6개월 혹은 1∼2년 내 EU에 가입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며 "아마 15∼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을 위해서라도 느슨한 형태의 유럽 정치공동체를 만들자'고 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랑스의 이 제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게 정식 후보 자격을 달라고 주장했다. 

아에로플로트 항공기/사진출처:항공사

-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가 서방의 대러 제재로 3개월 내에 예비 부품의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며 "항공기 정비를 위해 다른 항공기의 부품을 뜯어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에로플로트가 운영중인 350여대의 항공기는 대부분 에어버스와 보잉사가 제작한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포파스나에 있는 성니콜라스 성당을 또다시 포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격으로 성당의 지붕과 창문이 파괴되고, 제단과 아이콘도 크게 손상되었다며 거의 폐허로 변했다고 국방부는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