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서 '러시아 우위'를 전하기 시작한 영국 언론들, 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우크라 전쟁'에서 '러시아 우위'를 전하기 시작한 영국 언론들, 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6.1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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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100일을 훌쩍 넘기면서 러시아 언론 뿐만이 아니라, 서방 외신에서도 '전쟁 보도'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언론은 비록 격퇴했다는 결과를 전제로 깔긴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기사가 이미 빈번하게 눈에 띈다.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지지해온 서방 외신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변화의 조짐이 느껴진다. 폴란드와 함께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가장 적대적인 성향을 드러낸 영국 언론이 대표적이다. 군사력 측면에서 더이상 러시아의 우위를 눈감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은 10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열세를 인정하는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 부국장의 인터뷰를 크게 실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최전선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으며, 사실상 서방의 지원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미 대포 전쟁으로 변한 최전선은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곳이지만, 포격 전에서 (러시아에) 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 스키비츠키 대변인:우크라이나군의 군수품은 거의 바닥났다/얀덱스 캡처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10~15배 많은 대포를 갖고 있다”며 "우리(우크라이나)는 하루 평균 포탄 5,000~6,000발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탄약을 거의 소진해 구경 155㎜ 나토 표준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포대의 전력은 원래 155㎜보다 더 작은 구경의 구소련식 군사 장비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동유럽이 지원한 작은 구경의 포탄마저 고갈되고,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러시아는 하루 5만, 6만발을 쏘아댄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포격 장비는 가용 장비의 10%에 불과하다"며 "서방의 장거리 로켓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주장했다.

러시아의 다연장 로켓 '허리케인'/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동영상 캡처

그의 발언을 서방을 향해 '죽는 소리(?)'를 하기 위해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그 전까지는 정반대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 "우크라이나군이 무기 공급이 줄어들 것을 두려워하며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미국 측에 의도적으로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측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얻기 위해 '죽는 소리' 보다는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더 강조해 왔다. 그래야 서방측도 한가닥(?) 기대를 갖고 무기 지원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댄 사바 키예프 특파원의 분석 기사/웹페이지 캡처

가디언지는 같은 날 "돈바스에서 진격할 길을 찾은 것은 러시아군이고, 우크라이나의 많은 사상자는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댄 사바(Dan Sabbagh) 키예프(키이우) 특파원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기사 제목은 '우크라이나의 높은 희생자 비율은 전쟁을 티핑 포인트로 이끌 수 있다.(Ukraine’s high casualty rate could bring war to tipping point). 

이 기사는 "한 달에 2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고 숫자만으로도 전쟁이 가을까지 계속될 경우, 우크라이나 군대가 어떤 상태에 빠질 지 궁금해진다"며 "우크라이나군의 붕괴는 아직 멀지만, 막대한 손실은 우크라이나의 전투 능력을 약화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썼다.

영국 가디언지, 우크라이나군의 치명적인 손실로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 예측/얀덱스 캡처

기사는 또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와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보좌관)들의 발언을 소개한 뒤 "서방측 고위 인사들은 전쟁이 수비(우크라이나)군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러시아군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걸 선호한다"며 "그 중 한 사람은 15만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1만5,000~2만 명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공격 능력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방측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유사한 손실 추정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러시아측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일방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사는 "러시아 포병의 전력이 10대1 또는 15대 1로 우위에 있다면, 러시아군의 사상자 비율이 (추정치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며 "러시아군은 더 먼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3개월을 넘긴 전쟁은 이제 또 하나의 전환점에 와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결론을 맺었다. 

인디펜던트지:미국 정보는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곤궁한 상태에 처했다고 전했다/얀덱스 캡처

앞서 영국의 또다른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9일 미국의 정보를 인용, "우크라이나군이 곤경에 빠졌고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군의 포병 전력이 20대1, 탄약 부문이 40대 1로 열세에 빠져 막대한 희생자를 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다연장 로켓시스템(MLRS)의 탄약이 거의 바닥나는 등 실질적으로 공격할 무기가 없어 탈영 사례가 더욱 빈번해지고 항복한 병사의 수도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영국의 스카이 뉴스 TV(Sky News TV)가 보도한 '무기 제조업체(방산업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돈을 버는 방법' 이다.

스카이 뉴스는 "스톡홀름 평화연구소의 전문가들은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80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보낸 것으로 추산했다"며 "공급된 주요 무기는 조만간 폐기되어야 할 재고품으로, 방산업체들은 여전히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의 레이션(Raytheon),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로드롭 그루만(Northrop Grumman)이 다른 누구보다도 그런 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스카이 뉴스는 전했다. 그리고 방산업체들은 또 미국과 나토 군대의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영국 언론들의 보도는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보인다. '방산업체의 배불리기' 기사는 러시아 언론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이다.

미국의 M270 다연장 로켓포/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미국의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발사 장면/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영상 캡처

특히 미국이 M142 하이마스(HIMARS) 등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이 고의적으로 전쟁에 계속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한사람까지 러시아와 싸우는 것을 원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협상 의지를 꺾고 있다"고 비난하곤 했다. 

물론,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를 격퇴하기 위해 다연장 로켓 시스템 60기는 있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해왔다는 사실을 빠뜨려서도 안된다. 

영국 언론의 보도 변화가 단순히 1회성으로 끝날지, 큰 흐름으로 자리를 잡을지 여부는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미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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