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방문, 유럽 '빅 3', "밀폐된 문 뒤에서 러시아와 협상 압력" - 독 디벨트 보도
키예프 방문, 유럽 '빅 3', "밀폐된 문 뒤에서 러시아와 협상 압력" - 독 디벨트 보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6.17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의 EU 후보국 지지 대신, 협상 타결 강조 - EU 정상회의 전 협상 복귀 결정?
마크롱 대통령, 모스크바 방문 의사 - 유럽 여론 "평화 35%, 정의 22%"로 협상 우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독-프랑스-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들이 16일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4개국 정상 모두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즉시 부여한다는 생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상대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숄츠 총리도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결정(EU 후보국 지위)을 내리는 것을 찬성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세자르' 자주포 12문 외에 추가로 6문을, 숄츠 총리도 내달 독일의 최신 대공포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말했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숄츠 마크롱 드라기, 비공개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협상 타결 설득/얀덱스 캡처
키예프를 방문한 유럽 4개국 정상들과 포즈를 취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위)와 회담 후 기자회견 장면/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상들의 행보와는 달리, 이들 정상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유럽 일각에서는 제기됐다. 독일 유력지 '디 빌트'(Die Welt)가 대표적이다.

디 벨트는 "마크롱 대통령과 슐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우크라이나에게 EU 후보국 지위 부여를 지지하는 대신에, '밀폐된 문 뒤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EU 후보국 지지라는 '당근'과 함께 러시아와 협상이라는 '채찍'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함께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직후인 지난 2월 28일 EU 가입을 신청했으나,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의 부정적인 발언에 심한 마음고생을 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EU가입을 원하는 국가들(그루지야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등)로 구성된 '유럽 정치적 공동체'에 우선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용주의자'로 변신한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경제적 위기 탈출을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를 원했다고 디 벨트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은 조기 종전 혹은 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서방측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탱크를 제공하지 않기로 합의/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갈등이 끝나는 순간이 올 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며 "협상 방식과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나 독일 어느 쪽도 우크라이나 대신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증하는 협상에 참여할 준비는 돼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발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탱크를 제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독-프랑스-이탈리아 3개국 정상은 이날 열차 편으로 키예프(키이우)에 도착해 이르핀 등 전쟁 피해 지역을 방문한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들과는 별도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이날 키이우를 찾았다.

키예프를 찾은 숄츠 독일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텔레그램 캡처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17일 우크라이나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오는 23~24일 27국 정상이 모두 모인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게 후보국 지위를 부여할 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EU 정상회의 이전에 러시아와의 협상 여부를 결정해야 할 입장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3개국 정상들의 키예프 방문에 대해 드미트리 메트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개구리 요리와 소간으로 만든 소시지,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유럽인들은 키예프 방문을 좋아한다”고 비꼬았다. 

◇우크라 두줄 뉴스 - 16일

- 용병으로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미국인 1명이 또 실종된 것으로 확인돼 전직 미군 3명이 러시아군의 포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인 1명이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며 (러시아군의 포로로 잡힌) 로버트 드루크와 앤디 후인(현?)에 대해서도 "가족과 우크라이나 당국, 국제적십자사와 연락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측은 미국 용병 2명은 현재 세베로도네츠크에 있으며, 미국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2명의 사진도 온라인(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 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키예프를 방문한 후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모스크바에 가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며 “푸틴 대통령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신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협상 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만간 러시아 방문을 배제하지 않았다/얀덱스 캡처
코카콜라 HBC, 러시아에서 생산및 판매 중단/얀덱스 캡처

- 코카콜라는 “러시아에서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며 "재고 소진되면 코카콜라 HBC(코카콜라 유럽 비즈니스 법인)는 러시아에서 코카콜라나 코카콜라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더이상 생산 혹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지난 1980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는데, 2020년 기준, 러시아 음료시장에서 12.1%의 점유율로 펩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코카콜라 HBC는 러시아에 10개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러시아에서는 이미 코카콜라 대신 ‘쿨 콜라’가, 스프라이트와 환타를 모방한 ‘스트리트’와 ‘팬시’ 등이 출시됐다고 한다.

- 푸틴 대통령이 서방 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자동차 공장의 (서방) 파트너들이 장기적인 약속에도 불구하고, 납품을 중단하거나 우리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이 쉽지 않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그는 "러시아 내 자동차 공장의 가동과 필요한 부품 공급, 고용 유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영국의 더 타임스는 유럽의 싱크탱크인 유럽 외교 협의회(ECFR)의 여론 조사를 인용, 유럽인의 3분의 1 이상(35%)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는 Datapraxis & YouGov가 지난달 유럽 10개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탈리아(52%), 독일(49%), 프랑스(41%)에서 '전쟁 종식'(평화)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우크리아나의 승리 후 휴전'(정의)에는 응답자의 22%가 지지했다. 10개국 중 유일하게 폴란드만 '정의'가 '평화' 보다 지지가 높았다. 

-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독-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과 회담중에 컨설팅 업체 맥폴-예르마크(McFaul-Yermak)가 준비한 대러 제재 방안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EU의 대러 7차 제재 방안에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금수 조치가 들어가야 한다는 우크라이나측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경제포럼에 참석한 푸쉴린 DPR수반이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회견하고 있다/동영상 캡처 

-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측으로부터 장거리 공격 무기를 받을 경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선(도네츠크주 경계선)에 도달한 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데니스 푸쉴린 DPR 수반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DPR과 LPR 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포로의 석방은 작전이 끝난 후 논의될 예정이며 아직 아무도 석방되지 않았다"며 "영국과 모로코 출신 용병들의 사형 확정은 한 달안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경제포럼(SPIEF)에서 대부분의 가스프롬 유럽 고객들이 공급량의 약 90~95%에 대해 루블화로 결제하는 것으로 가스대금 지불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의회(최고 라다)의 집권 '인민의 종' 원내 대표인 다비드 아라하미아는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약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는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지 않다"며 "어떻게든 그것을 깨야 한다"고 악시오스(Axios) 미국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시아와 협상 대표로 참여해온 아라하미아는 또 "자신과 그의 팀이 러시아 측 (협상) 파트너들과 일주일에 한두번 전화 통화를 한다"고 말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협상 장면/사진출처:주터키 러시아 대사관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사진출처:현지 TV 채널 렌 영상 캡처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폭격) 위협을 잘 알고 있으며 크림반도의 안전에 필요한 모든 예방 조치가 돼 있다며 "공격을 받으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남부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지역 사령관은 서방측으로부터 필요한 무기(장거리 미사일)를 획득할 경우 크림대교가 '1호 타깃'이 될 것으로 위협했다. 2018년 완공된 크림대교는 18㎞ 에 이르는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다. 

-제이크 셜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국가안보콘퍼런스 대담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해결 방안을 우크라이나측과 협의해 왔다"며 "어떤 해결 방법이 나올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셜리번 보좌관은 "당분간 그들(우크라이나)을 지원한다는 것은 무기와 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