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세계 질서는 이제 'G7대 브릭스'의 대결로 가는가?
21세기 새로운 세계 질서는 이제 'G7대 브릭스'의 대결로 가는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0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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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이념적 '동서 냉전'이 경제적 '남북 신냉전'으로 흐름이 바뀌는 느낌이다.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무너졌지만, 냉전 시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과거 적대국이었던 동유럽으로 '동진'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와 충돌했고, 언론은 이를 '신냉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홀로 나토에 맞서기는 역부족인 상황. 마지막 '안보' 몸부림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표출되면서 그야말로 '신냉전'의 서막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다연장 미사일 '스메르치' 공격을 가하는 러시아군의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ok계정 

신냉전을 나토와 러시아의 대결로 단순화하는 것은 너무 좁은 시각이다. 냉전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와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세력간 대결로 보듯이, 신냉전 역시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세력권 간에 벌어지는 '패권 다툼'으로 정의하는 게 옳다.

러시아 편에 선 세력은 기존의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북한, 쿠바 등 남미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대러 제재및 규탄 결의안에 반대 혹은 기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묵인해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브릭스'다. '브릭스'는 원래 세계적인 금융투자업체인 골드만 삭스가 지난 2001년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국의 앞글자를 따 'BRICS'라고 부르면서 등장한 '경제 용어'다. 그러나 이들 4개국이 지난 2009년부터 '브릭스' 정상회의를 열면서 정치세력화했고.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브릭스' 에 가입하면서 5개국 체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느슨한 협력관계에 지나지 않았던 '브릭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 선진국 중심의 주요 7개국(G7)과 나토 체제에 대립 각을 세워나가는 모습이다. 아직은 그 지향점이 어디로 향할 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이 '브릭스'의 향후 진로 모색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G7,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6월 22일), 브릭스 정상회담(6월 23일), 브릭스 +(플러스) 정상회담(6월 24일) 등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그 지향점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예상대로 라면 '브릭스'는 북반구 중심의 기존 선진국 모임인 G7에 맞서는 세력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G7이 냉전 시절(1970년대)부터 세계의 정치, 경제 판도를 주도해온 자본주의 선진국 모임을 상징한다면, '브릭스'는 그 시작부터 신흥개발국가들을 대표했다. 남반구 세력이다. 그래서 양측의 대립을 '남북 대결'로 불러도 어색할 것은 없다.

나토 정상회담/사진출처:위키피디아

양측이 지난달 말 마치 세몰이를 하듯, 비슷한 시기에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심상치 않다. 브릭스는 중국 주재로 지난달 22~24일 사흘간, 미국 중심의 G7과 나토는 각각 26~28일, 29~30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말의 향연(饗宴)을 벌였다. 브릭스와 G7·나토 간의 대립 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브릭스' 5개 회원국 중에 대러 제재에 동참한 나라가 없다는 점과 미국 주도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속한 인도마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며 서방의 대러 제재 효과를 희석시켰다는 점 등에 특히 주목했다. 사실상 '러시아편'에 섰다는 의미다.  

'브릭스' 정상회담의 '베이징 선언'은 서방 측(G7)에 맞설 만큼 독자적 경제권을 키우자고 했다. 그리고 이튿날에는 '브릭스 +' 정상회담을 열고 동남아 지역 5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피지), 아프리카·중동 5개국(알제리·이집트·이란·세네갈·에티오피아), 중앙아시아 2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중남미 1개국(아르헨티나) 등 13개국을 '자기 진영'에 끌어들였다. 특히 '브릭스+' 회담에 참여했던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한 것에 버금가는 행보다. 

브릭스의 '몸집 불리기' 가 주목을 받는 것은 앞으로 추진할 독자적인 노선, 특히 새 경제권 창설 때문이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포함된 브릭스 5개국은 이미 세계 인구의 40%를 넘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 무역의 16%를 각각 차지한다. 여기에 반미 노선의 이란과 남미의 강국 아르헨티나가 참여한다면 독자적인 새 경제권 창설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중국 주재의 브릭스 플러스 정상회담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새 경제권 창설에는 푸틴 대통령이 총대를 맸다. 그는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서방의 일방적인 대러 제재를 비판하며, 브릭스를 발판으로 서방에 맞서기 위한 세력을 만들고, 넓히자고 제안했다.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를 대신할 독자적인 국제결제체계, 물류 인프라, 생산망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패권에 맞서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위안화'를 키울 절호의 기회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과제는 소위 경제 신흥·후진국들을 어떻게 포섭할 것이냐다. 과거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앞다퉈 제3 세계를 공략하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인상) 우려를 낳고 있는 글로벌 경제 상황은 '브릭스'에게는 호재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및 해상 실크로드) 정책에다 중국과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아낌없는 공급으로 닦아놓은 정서적 공감대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시급한 글로벌 현안인 식량 문제에서 '브릭스'의 영향력을 막강하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쌀 생산량 2위, 쌀 수출량 1위 국가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대두(콩)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러시아는 밀과 해바라기유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손에 쥐고 있다. 

경제개발 측면에서도 서방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의 자본과 기술력을 끌어들여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많아질 게 뻔하다. 

G7이 위기를 느낄 만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6000억 달러(약 774조원)에 이르는 신흥 개도국 기반시설 투자 방안을 내놓았다. 

브릭스 화상 정상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브릭스의 또 다른 과제는, 미국 주도의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가 계속 협력할 것인지 여부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고 있지만, 인도는 근본적으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국가다. 브릭스와 서방(G7)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나토는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러시아 국경 주둔 나토군도 30만 명으로 증원할 것이며 군사적 대결 태세도 분명히 했다. 

'냉전'은 역시 군사적 개념으로 해석해야 그 맛이 생생하다. '신냉전'도 'G7와 브릭스의 대결'에 따른 '남북 신냉전'으로 부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감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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