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출신의 루바키나, 윔블던 테니스 여자 단식 우승, "러시아의 큰 실패?"
모스크바 출신의 루바키나, 윔블던 테니스 여자 단식 우승, "러시아의 큰 실패?"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10 0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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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카자흐스탄으로 국적 바꾼 엘레나 르바키나, 세계랭킹 2위 꺾고 우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의 세계 정상급 테니스 선수들이 출전을 금지당한 최고 권위의 그랜드슬램 대회 '윔블던'에서 모스크바 출신의 카자흐스탄 여자 테니스 선수 엘레나 루바키나(23, 세계랭킹 23위. 러시아어로는 엘레나 르바키나 Елена Рыбакина, 영문 인스타그램으로는 Elena Rybakina)가 정상 등극의 기쁨을 누렸다. 카자흐스탄 선수로는 처음이다. 현지 언론은 "그녀가 모스크바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스크바 토박이 엘레나 르바키나, 윔블던 테니스 대회 첫 제패/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바키나는 9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2022년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7, 튀니지, 세계 랭킹 2위)에게 세트 스코어 2-1(3-6 6-2 6-2)로 역전승했다. 단식 총상금은 4천35만 파운드(약 642억3천만원)다. 

그러나 루바키나의 세계랭킹 순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윔블던 주최 측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바람에, 여자프로테니스(WTA)와 남자프로테니스(ATP)가 이번 대회에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루바키나로서는 '우승의 행운'을 잡았을 뿐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 1위인 폴란드의 이가 시비옹테크가 3회전에서 탈락하고, 2위인 온스 자베르와 결승에서 겨뤄 우승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단순히 '행운'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1999년 6월생으로 만 23세인 루바키나는 지난 2011년 만 21세의 나이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페트라 크비토바(26위·체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윔블던 여자 단식을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결승전에서 공을 리턴하기 직전의 르바키나
우승컵에 입맞추는 르바키나/사진출처:윔블던 인스타그램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루바키나는 지난 2018년 국적을 바꿔 카자흐스탄 선수로 코트에 나서고 있다. 한때 러시아 국가대표팀에 뽑히기도 했으나, 러시아는 그녀의 잠재력을 믿지 않았고, 카자흐스탄은 그녀를 믿었다는 게 현지 스포츠 매체의 분석이다. 그녀가 우승을 확정한 뒤 관중석에 있던 카자흐스탄 테니스 연맹 회장에게 달려간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가 윔블던을 제패하기 전까지, 남녀를 통틀어 카자흐스탄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적은 없었다. 

한 스포츠 매체는 '루바키나의 우승은 러시아의 큰 실패: 모스코비치(모스크바 시민)가 윔블던을 잡았지만, 누구의 공로입니까?"라고 제목을 뽑기도 했다.

그녀의 대회 성적은 세계 정상급과는 거리가 좀 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오르지 못했고(4위), WTA 투어에서 두 번의 우승에 그쳤다. 2019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오픈과 2020 호주 호바트인터내셔널에서다. 지난 1월 호주 에델라이드 인터내셔널 결승에 진출했지만 전 세계 1위 애슐리 바티(26, 호주)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세계랭킹 최고 순위도 11위.

르바키나의 경기 모습/사진출처:인스타그램 @레나루바키나

이번 대회 4강전에서 전 WTA 세계 1위 시모나 할렙(30, 루마니아, 세계 랭킹 18위)를 2-0(6-3 6-3)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른 루바키나는 상대인 자베르의 정교한 샷과 네트플레이에 1세트를 내줬다. '아랍 테니스의 역사'를 쓴 선수로 불리는 자베르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것.

그러나 루바키나는 2세트부터 서브의 영점을 잡은 뒤 최고 시속 193㎞의 강서브로 자베르를 몰아붙였고, 정교함에 네트플레까지 살아나면서 상대를 무너뜨렸다. 3세트에서도 먼저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해내며 기세를 이어갔고, 게임스코어 3-2로 앞선 상태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침착하게 뒷심을 발휘하며 6-2로 세트를 따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일각에서는 자베르가 챌린지(비디오판독)를 요청했다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바꿀 수 있었는데, 그냥 포인트를 내준 게 2차례나 된다며 아쉬워했다. 분석에 따르면 서브에이스는 두 선수 모두 4개를, 첫 서브 성공률은 라이바키나가 60%, 자베르는 54%를 기록했다. 또 범실은 루바키나가 자베르(23개)보다 10개나 많은 33개를 범했지만, 29개의 '위너'를 올리며 '공격 테니스'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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