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진실) 민간 시설을 폭격하는 건 오로지 러시아군, 반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 진실) 민간 시설을 폭격하는 건 오로지 러시아군, 반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12 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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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아파트 단지에 러시아군의 로켓이 떨어져 적어도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우라간 로켓이 차시우 야르 마을의 5층짜리 아파트 단지에 떨어졌다"며 "적어도 6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중략) 『이후 우크라이나 재난당국은 페이스북을 통해 "구조 작업 도중 15구의 시신을 현장에서 발견했으며, 잔해 아래서 5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10일 오후 5시 14분에 전한 '러, 도네츠크 아파트 단지에 로켓 공격… 최소 6명 사망' 기사의 앞 부분이다. 연합뉴스는 또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테러 국가에 의한 또 다른 테러 공격"이라며 "러시아는 반드시 테러 지원국가 명단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는 아파트/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을 보면, 개전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군은 수시로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을 겨냥해 공격을 가했다. 의도적이었다면, 국제법상 전쟁 범죄다. 하지만 상대(우크라이나군)가 적(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민간 시설에 중화기를 배치(러시아 측은 이를 '인간 방패'라고 부른다)하고 역습을 가한다면, 그 중화기를 부수지 않고 '닥공'(닥치고 공격)할 수 있을까? 절대 전력이 약한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먼저 은폐·엄폐물을 찾아 매복한 뒤, 진입하는 러시아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해야 승산이 있을텐데, 민간 시설이라고 군사적 은폐·엄폐물로 활용하지 않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상식적인 답은 '노'(No)다. 러시아군은 (상대의) 중화기를 어떻게든 제거해야 하고, 우크라이나군은 비록 민간 시설이라도 적을 막기 위해 은폐·엄폐물로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구나 추론 가능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등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선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우크라이나군의 전력도 허투루 볼 정도는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에만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반격) 사실은 러시아 언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11일 오후) 러시아의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ru)의 뉴스(Новость)→정치(Политика)→군과 무기(Армия и оружие) 혹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Военная операция на Украине) 코너에 들어가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혹은 친러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대한 공격(미사일 공격 혹은 포격) 기사를 10개 가까이 찾아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남쪽 지역을 탈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밝혀/얀덱스 캡처
DPR, 지난 하루동안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한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고 발표/얀덱스 캡처
우크라군, 도네츠크 페트로프스키 지역에 최소 20차례 중화기 공격/얀덱스 캡처
알체프스크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미국의 다연장 로켓시스템인) 하이마스 공격으로 쉬콜라(초중등학교 11년제)와 전문학교 건물 손상/얀덱스 캡처
러시아군 방공시스템, 헤르손주 상공에서 니콜라예프(미콜라우)주 쪽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향해 작동/얀덱스 캡처

또 미국의 다연장 로켓시스템 '하이마스'를 동원한 러시아 타격이나 구소련제의 토치카-U 미사일 발사, 곡사포 등 각종 대포 공격에 의한 러시아측(친러시아 돈바스 지역) 민간인 피해 상황도 심심찮게 실린다. "서방측 제공 무기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도, 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의 총공세 강조 (서방) 언론 인터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반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포탄(미사일)은 마치 신기(神氣)를 부리듯이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피해갈까? 아니다. 민간인 지역에 떨어져 건물이 부서지고, 사상자가 난다. 지역 주민들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을 찾아 헌화하고 추모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 측의 민간인이 죽고 부상했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벨고로드 포격 이후 현장에 설치된 희생자 추모 공간. 사망한 어린이들 사진과 인형들도 보인다/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시 폭격 이후 (상대를 조롱하는 문구와 함께) 올린 사진. 빌딩 사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 관련 SNS 텔레그램 계정은 폭격으로 불타는 친러 지역의 사진(영상)을 올리면서 '불타는 러시아'라고 조롱하는데, 이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간다. 왜? 국내 언론이 애써 '피아'(彼我)를 구별하고 보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러-우크라이나 양측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프로파간다'(선전 선동) 영상의 선택 기준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피아'를 구별하려면, 우선 정확한 게 생명이다. 소개한 기사에서 '도네츠크'라고 하면 돈바스 지역을 구성하는 두개의 주(州,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 가운데 도네츠크주(州)를 말한다. 주도는 도네츠크시(市)다. 안타깝게도 도네츠크시는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우크라이나에게는 친러 반군 무장단체)에 속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은 도네츠크주 지역의 행정 중심도시(주도)는 도네츠크시의 북쪽에 위치한 크라마토르스크시다. 기사에서 인용한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도네츠크시가 아니라 크라마토르스크시에서 근무하는 행정 책임자다.

반면, 러시아 언론이 전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 포격' 기사에선 도네츠크시가 (적의) 공격을 받았다는 뜻이다. 전쟁 이전에만 해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도네츠크주의 3분의 2 가까이 통제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역전된 상태다. 국내 언론이 사용한 '도네츠크'는, 사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을 말하는데, 계속 그렇게 써야 할지 의문스럽다. 

러시아군의 폭격(공습)은 우크라이나 통제를 받는 도네츠크주 영토로 본격 진입하기 전에 벌이는 소위 '초토화 작전'의 일환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이를 무력화하거나, 빼앗긴 도네츠크주내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선제 공격'의 의미를 지닌다. 도네츠크주가 이웃한 루간스크주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DPR 연합군의 손으로 완전히 넘어간다면, '도네츠크 폭격의 피해'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 측이 아니라 러시아 측(엄밀히 말하면 DPR)의 피해 사실이 된다. '어제' 기사와는 내용이 정반대인 기사가 될 판이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위치. 남쪽으로 이어진 곳이 크림반도, 오른쪽이 자포로제주. 왼쪽이 니콜라예프(미콜라우)주다/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와 아조프해를 끼고 있는 헤르손주(州)와 자포로제주(州), 니콜라예프주(州)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크림반도 쪽에서 북진한 러시아군이 이들 3개 주의 남쪽 지역을 장악한 상태에서 북쪽의 우크라이나군과 대치중이다. 남쪽 러시아군 장악 지역에는 군민(군과 민간)합동 정부가 주민들에 대한 긴급 구호작전에 나서고, 민생 안정, 도시 인프라 복구, 러시아 루블화 도입 등 러시아화에 속도를 내면서 러시아와 합병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북쪽의 우크리아나군은 서방에서 받은 무기로 군을 재편성한 뒤 빼앗긴 땅을 수복하겠다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헤르손주 (러시아군 장악 지역의) 주민들에게 미리 피란할 것을 권고한 것은, 총공격에 따른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이, 포탄이 앞으로 민간 시설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린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도 전쟁은 일으킨 쪽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싸움'이 바로 전쟁이다. 지상군 투입 이전에 공습과 포격으로 적진을 초토화하는 것은,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군사작전의 하나다. 러시아군이 개전 초기에 우크라이나군의 매복에 걸려 수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낸 것도, 따지고 보면 '초토화 작전'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걸 '군사작전의 기본도 못갖춘 오합지졸(烏合之卒) 러시아군'이라고 비웃은 건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합참격)가 페북에 올린 미국의 다연장로켓 시스템 '하이마스' 공격 사진/페북 캡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수없이 전쟁을 치른 그들(미군 등 나토)은 달랐다. 예컨대 1, 2차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군 중심의 다국적군은 끔찍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적진에 포탄을 퍼부은(초토화 작전) 다음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그리고 한달여만에 1차 '사막의 방패작전', 2차 '이라크 해방작전'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군사작전의 기본을 갖추면, 민간인 피해를 앞세워 전쟁 범죄라고 비난하고, 안갖추면 '바보 같은 제2의 군사대국'이라고 부르는 게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의 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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