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수출항 오데사를 향한 미사일 공격 - 러시아는 어떻게 책임을 피해 나갈까?
우크라 곡물 수출항 오데사를 향한 미사일 공격 - 러시아는 어떻게 책임을 피해 나갈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24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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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오데사 폭격한 러시아군 "이번 공격과 관련 없다" 부인 - 국방부는 아직 침묵
곡물 수출 4자 합의 하룻 만에 항구에 미사일 - 우크라, 러측의 합의 이행 의지 의심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한 러-우크라-터키- 유엔 4자 합의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수출항 3곳중 하나인 오데사항의 화물 적재 시설에 23일 미사일 2발이 떨어져 큰 화재가 났다.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 러시아가 이번 4자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한 도발이라고 규탄하고, 서명 당사자인 터키와 유엔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미사일 공격 배후로 몰린 러시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흑해 곡물 수출 합의 문서를 서로 교환한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과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현지 매체 영상 캡처

전날 러-우크라-터키-유엔 대표들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합의안에 서명했다. 기뢰가 깔려 있던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해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측도 유엔과 각서 교환을 통해 곡물과 비료 수출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합의서 서명식 자리에서부터 불길한 조짐이 엿보였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4자 합의문에 함께 서명한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시간에 따로따로 터키-유엔과 3자 합의문에 서명했다. 4자는 터키와 유엔을 통해 '간접 합의'한 셈이다. 이를 두고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합의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데사 항구에 미사일이 떨어졌으니, 러시아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합의문에 서명한 당사자가 바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었다.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 러시아는 오데사항 공격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탄불에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서명한 합의서를 교환한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은 2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한 뒤 "러시아는 오데사 항구 공격에 대해 '우리와 무관하다.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카르 장관은 또다른 서명 당사자인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인프라 장관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며 "필요한 정보를 받았으며, 부정적인 결과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합의 직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아카르 장관은 흑해 곡물 수출을 통제할 (이스탄불) 조정센터 설립 작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쿠브라코프 장관도 “전 세계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기아에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하기 위해 곡물 수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3일 일일 브리핑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의 전언대로 전후 사정을 면밀히 조사중인 것으로 보인다. 

종군기자 코테노크의 텔레그램. 위는 건물 안에서 항구를 향해 촬영한 영상 캡처, 아래는 바다에서 항구를 찍은 사진

현지 매체 '시보드냐'(오늘이라는 뜻) 종군기자인 유리 코테노크는 우크라이나 측의 오데사 공격 발표 전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가 항구를 포함해 군사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오데사에 일련의 (미사일) 출현. 최소 5번의 폭발. 오데사 항구 지역의 시설 파괴에 대한 정보도 있다"며 건물 안에서 항구를 향해 찍은 영상과 사진을 첨부했다. 

또다른 현지 매체 아비아프로는 "러시아측이 터키 국방부를 통해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미사일이 오데사 상공으로 날아오는 영상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측 발표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도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오데사 항구에 폭발이 일어난 시점에 인근 루마니아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미 정찰기는 오데사 미사일 공격에 관한 많은 영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공격을 받은 오데사 항구 모습/텔레그램 캡처 

러시아는 그동안 오데사가 서방 무기의 중간 기착지라며 자주 미사일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지난 20일에도 러시아 국방부는 "오데사주(州)의 다츠노예 마을에 있는 우크라이나 제 35 해병여단의 임시 주둔지를 공격해 우크라이나 군 200명 이상과 외국 군사 장비 10개 이상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23일 오전 11시께 남부 오데사항 인근 인프라 시설을 겨냥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4발을 쏘았으며, 이중 2발은 요격했지만 나머지 2발이 (목표물에) 떨어졌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요격 장면. 가운데 2개의 하얗고 길쭉한 점을 향해 날아간 방공 미사일의 궤적이 그 밑으로 보인다. 영상에서는 오른쪽 미사일이 먼저 요격됐다/캡처  

4자 합의안 서명을 주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을) 분명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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