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진실 찾기) 유럽 최대의 '자포로제 원전'을 공격하는 자는 진짜 누구인가?
(우크라 진실 찾기) 유럽 최대의 '자포로제 원전'을 공격하는 자는 진짜 누구인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8.09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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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공격일까? 자작극일까?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학교나 병원, 아파트와 같은 민감한 시설이 폭파되면, 우크라니아 측은 당장 러시아군이 '비인간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 측은 주민들을 겁박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일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이 A 지역에서 민간인 시설에 포대나 기지를 설치했으며, B 지역에서는 민간인 참변 자작극 연출을 위해 영상팀이 준비중"이라고 예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발표된 국제민간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에서 일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벌어지는 '공격과 자작극' 다툼의 양상은 돈바스 지역과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도 거의 변함이 없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후 자포로제 원전에서 연기가 치솟기 시작/얀덱스 캡처 

예외가 있다면, 러시아군의 점령 지역에서 폭파 사건이 발생할 경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 서로 '공수'(攻守)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 포로 50여명이 폭사한 도네츠크시(市) 외곽의 '옐레노프카 구치소' 폭격사건과 자포로제주(州) 에네르고다르시(市)에 있는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위험천만한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러시아군이 일찌감치 장악한 지역에 위치한 시설이다. 공격과 수비 측면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외신도 일방적으로 편을 든다. 러시아 측으로서는 기가 찬다는 표정이다. 

자포로제 원전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현지 매체 영상 캡처

최근 외신의 주목을 받는 자포리제 원전은 지난 5일과 6일 밤 이틀 연속 다연장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5일 밤엔 주변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 원자로 운영 장비로 이어지는 전력선 2개가 끊어졌고, 6일에는 원전의 외부 핵폐기물 저장 시설에 포탄이 떨어져 방사능 유출 감시 장비 3개가 파괴됐다는 게 외신 보도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네르고다르 친러 군민합동 시정부(ВГА)는 7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밤에 '우라간' 다연장 로켓(MLRS) 공격을 퍼부었다"며, "피해 지역에는 방사능 상황을 감시하기 위한 초소, 사용후핵연료 저장고 등이 있고, 화재는 진압했으나 취수 시스템의 손상으로 취수 문제가 남았다"고 밝혔다. 또 5일 밤에는 152㎜ 포탄 20발이 원전 구내와 그 일원에 떨어졌으며, 그 결과 두개의 전력선이 손상되고 수소충전소에도 화재가 발생했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틀에 걸친 우크라이나군 제 44포병여단의 공격으로 원전 3호기의 장비 일부에 전력이 끊어지고, 4호기 발전 능력이 감소했으며,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고판이 붙어 있는 자포로제 원전 주변/텔레그램 캡처

반면, 자포로제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에네르고아톰'은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컨테이너 174개가 보관된 곳에 러시아군의 포탄이 떨어져 일부 컨테이너에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감시 장비의 고장으로) 방사능 유출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다행히 양측 모두 원전은 계속 정상가동 중이라고 확인했다.

공격의 주체를 포함해 양측의 피해 주장이 엇갈리는 것은, 자로포제 원전에는 '적과의 동침'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의 운영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에네르고아톰'이 계속 맡고 있으나 그 주변 지역은 러시아군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 러시아군은 개전 나흘째인 지난 2월 28일 자포로제 원전과 그 일대, 관할 행정구역인 에네르고다르시를 점령했다. 원전 경비도 당연히 러시아군의 몫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탈환을 위해 에네르고다르 지역을 향해 다연장 로켓포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미세한 방사능 유출 사고라도 날 경우, 그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자진해서 철수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같은 추론 자체를 거부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원전 공격은 러시아의 ‘핵 테러’”라고 비판하고, 에네르고아톰 측도 “러시아군에 의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원전을 ‘인질’로 삼아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요령부득(要領不得)이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로제 원전'에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능 오염 수준이 과거 체르노빌 원전이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크게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자포로제 원전 전경/텔레그램 캡처

러시아군 총참모부(합참) 산하 '국방운영센터'(우리 식으로는 상황실)의 미하일 미진체프 센터장(중장)은 8일 "사고 발생시, 방사능 오염 지역은 5,300 평방킬로미터(㎢)이상으로, 자포로제주를 넘어 키예프(키이우)와 하르코프, 폴타바, 헤르손, 오데사,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돈바스 지역은 물론, 러시아와 벨라루스,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국경 지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흑해와 아조프해, 보스포러스 해협은 항해가 불가능하고, 튀르키예(터키)와 그루지야(조지아), 압하지야,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해안은 높은 수준의 방사능으로 오염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엄청난 피해를 예상하는 러시아가 '자작극'을 벌여 얻는 이득을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기껏해야 원전 운영의 불안을 이유로 원전 운영마저 장악하는 것 정도일텐데, 전쟁중에 그게 무슨 대수일까 싶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자포로제 원전을 되찾아야 하는 명분이나 목적 등은 차고 넘치지 않을까? 우크라이나군이 위험천만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러시아 측이 반박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사장은 8일 우크라이나 TV에 출연해 "지구 공동체와 동맹국들이 침략자(러시아군)를 원전에서 철수하게 하고, 그 곳을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평화유지군으로 원전을 우선 통제하게 한 다음, 우크라이나가 원전을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러시아군을 빨리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군의 자작극이 계속될 경우)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1개가 부서지면 지역적 사고가 되겠지만, 2개나 3개가 부서지면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이고, 그 경우 재앙의 규모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포로제 당국자가 IAEA 대표단의 자포로제 원전 접근을 즉각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현지 매체의 6일자 웹페이지/캡처

원전을 대하는 태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다른 점은 또 하나 있다. 친러 자포로제주 당국은 원전 공격에 따른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원자력 기구(IAEA) 사찰단의 '자포로제 원전' 방문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IAEA의 방문을 마땅치 않은 듯한 분위기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8일 "러시아가 IAEA 사찰단을 현장으로 초청했지만, 막상 현장으로 가려면 우크라이나 측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자포로제 원전의 안전 문제를 확인할 IAEA의 전문가 대표단이 4개월 넘게 대기만 하고 있다”며 “이들이 현지에서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즉각적인 협력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면 러시아는 "언제든지 오세요", 우크라이나는 침묵 모드다. 왜 그럴까? 외신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측의 자작극 주장은 그래서 더욱 공허해 보인다.

자포로제 원전은 원자로 6기를 보유한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다.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합친 것과 같은 재앙이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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