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 팝의 전설 '타투'가 내달 3일 돌아온다 - '타투의 결성부터 결별까지'
러시아 여성 팝의 전설 '타투'가 내달 3일 돌아온다 - '타투의 결성부터 결별까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8.1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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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벨라루스 민스크 디나모 경기장서 '오비온 쇼' 메인 무대 장식

뉴밀레니엄(2000년대)의 시작과 함께 거칠고 외설적인 이미지와 행동, 충격적인 뮤직 비디오 등으로 러시아 팝 뮤직을 전세계에 알렸던 여성 듀오 '타투'(t.A.T.u.)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타투의 컴백 무대는 내달 3일 벨라루스 민스크의 디나모경기장에서 열리는 '오비온 쇼'(Ovion Show)로 잡혔다. 입장료는 30~105 벨라루스 루블(1유로는 2.6벨라루스 루블).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의 첫 '컬트 그룹'으로 평가받는 타투의 멤버 율리아 볼코바(이하 율리아)와 레나 카티나(이하 레나)는 최근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오비온 쇼' 공연 포스터를 올리며 '검백 무대'를 예고했다. 율리아는 공연 포스터에 "준비됐나요? 녜, 사실입니다(Вы готовы? Да, это правда)"라는 멘트를 달기도 했다. 

타투 멤버 율리아 볼코바의 인스타그램. "준비됐나요? 녜, 사실입니다"라는 문구가 올라와 있다/캡처 
타투/사진출처:얀덱스 젠

국내에 알려지기로 타투는 러시아의 '레즈비언' 그룹이라는 것 정도. 하지만 14세, 15세 나이로 데뷔한 뒤 5~6년 가량 활동하면서 남긴 많은 히트곡과 뮤직 비디오, 무대 장악력 등은 우리의 상상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타투는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수상하면서 국내에 알려진 IFPI (글로벌 아티스트)상을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받기도 했다. 전세계 음반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이 음반 판매량으로 선정하는 IFPI상을 러시아 가수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상한 것. 당시 앨범 판매량은 300만장 이상이고,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팔린 음반은 1,500만~2,000만장으로 추정된다.

타투의 컴백 소식에 “나의 어린 시절은 타투의 노래에 묻혀 지나갔다. 당시엔 그 의미를 정확히 몰랐는데, 어른이 되고나선 깜짝 놀랐다!. 그래도 '타투'는 최고다,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어..."라는 해외 팬들의 댓글이 올라올 정도다. 듀 소녀(?)의 노래 영상은 주요 사이트에서 조회수 수백만 클릭을 기록하고, 그들의 음악적 영감은 여전히 새로운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타투/사진출처:애플 뮤직 사이트

현지 매체와 얀데스 젠(https://zen.yandex.ru)의 뮤직 분야 인플루언스에 따르면 타투는 탁월한 능력의 프로듀서(이반 샤포발로프)와 작곡가(알렉산드르 보이틴스키)에 의해 만들어진 소위 '아이돌 그룹'이다. 두 사람은 지난 1999년 15세의 레나 (카티나)를 예쁘고 노래 잘하는 '아이돌'로 키울 생각이었으나, 레나가 이전에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 한 살 연하(14세)의 율리아 (볼코바)를 떠올리고, 소개하면서 '여성 듀오'가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프로듀서 샤포발로프는 처음부터 충격적인 '스캔들 마케팅'으로 10대 소녀 듀오를 띄울 작정이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의 사회 분위기는 구소련의 해체(1991년), 시장경제 개혁(1992년), 체첸전쟁(1994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 1998년) 선언 등으로 이어지면서 공포와 불안, 혼란 그 자체였다. 여기에 Y2K(컴퓨터의 2000년도 날짜 인식 실패)로 상징되는 세기말 현상마저 겹쳐 왠만한 스캔들은 아예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타투의 소녀 이미지/사진출처:얀덱스 젠

이런 분위기를 꿰뚫어본 프로듀서는 아직 '쉬콜라'(러시아의 11년제 초중등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10대 어린 소녀들에게 거칠고 외설적이며, 도발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스캔들화했고, 그 작전은 적중했다. 특히 레즈비언적인 동성애 이미지는 보수적인 러시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 충격은 타투에 대한 관심으로, 또 팬심으로 이어지면서 러시아CIS지역에서 대단한 성공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나중에 프로듀서 샤포발로프는 레즈비언적인 타투의 이미지는 사랑에 빠진 10대 두 여학생의 스캔들을 그린 스웨덴 청춘 영화 'Show Me Love'(1998년 작, 1999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심사위원상, 관객상 등 수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두 소녀는 무대 위에서 영화 장면을 연상시키 듯 딥키스를 나누는 등 유치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러시아어로 Tatu는 원래 '문신'이라는 뜻이지만, '타(Та)는 투(Ty)를 사랑한다(любит)'는 의미로 지은 그룹 명(러시아어)이라고 한다. 

스웨덴의 청춘 영화 'Show Me Love'의 포스터/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CIS권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 영어 앨범을 발표하면서 타투(러시아어로 ТаTy)는 그룹명을 정식으로 'tATu'(영어)로 바꿨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영국과 일본에서 가장 크게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당시 발발한 '미국의 이라크 해방작전'(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적극 반대하면서, "X .. 전쟁"이라는 욕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타투의 세계적인 첫 히트곡은 세계 각국에서 랭킹 1위를 차지한 데뷔 영어 싱글 'All Things She Said'다. 이어 '나는 미쳤어'(Я сошла с ума)가 러시아 라디오 음악방송들을 차례로 장악했고, 기어코 러시아 음악TV 채널 'MTV'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2002년에 발매된 데뷔 앨범 '시속 200킬로미터 역주행' (200 по встречной, 영어로는 200㎞/h In the Wrong Lane)는 몇 주 만에 50만장이 팔렸다. 당시 세계의 팝계를 장악한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도 이 앨범을 높이 평가했다. 뒤이어 나온 곡 '우리를 잡지 못해'(Not Gonna Get Us)도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TV 화면을 차지했다. 

해외 차트를 정복하고, 미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출연한 타투는 2003년 유럽 대륙의 국가 대항 노래 경연대회인 '유로비전'(송 콘테스트)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 '믿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부탁하지도 마'(Не верь, не бойся, не проси)로 3위에 올랐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타투는 이듬해(2004년) 프로듀서와 계약을 해지하고 작곡가와 헤어지면서 인기가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비평가들은 말한다. 몇년 만에 소녀티를 완전히 벗고 한결 성숙해진 것도 소녀 팬들을 떠나가게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타투는 2005년 새로운 곡 '장애인들'(Люди инвалиды)을 발표하고, 일본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으로 투어를 떠났다.

그 사이에 타투는 "우리는 서로 친구일 뿐"이라고 말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면서 10대 레즈비언 이미지가 퇴색하는 걸 막기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거리를 걷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던 소녀들이었다. 그들의 솔직한 고백 이후, 두터운 팬층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상 마지막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모든 것'(All About Us)'를 발표한 뒤 율리야는 사실상 타투를 떠났다. 타투는 2006년 9월 한-러교류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둘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간격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율리야는 (자신을 스카웃한) 레나가 박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두 소녀 사이의 애틋한 로맨스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둘은 한동안 서로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러시아 유명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차크(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는 데뷔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각각 따로 만나야 했다.

타투가 공식적으로 해체를 선언한 것은 2011년이다. 율리야는 이미 한 아이의 어머니가 돼 과거의 목소리를 잃었고, 동성애자(레즈비언)를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홀로 남은 레나는 'Redhead from Tatu'란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명해진 돈바스 지역의 루간스크주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솔로로 독립한 레나 카티나/사진출처:인스타그램

율리아와 레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몇년 후 다시 만나 '나를 따르라'(Follow Me)를 2017년 선보였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타투의 재결합설은 지난해 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레나가 적극적이었다. 그녀는 지난 2021년 10월 팬들에게 내년에 재결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거의 1년만에 타투의 민스크 공연이 확정됐다. 타투의 무대가 기대되는 '오비온 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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