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김기민, 18일부터 국립극장서 ‘발레 슈프림 2022’ 갈라 공연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김기민, 18일부터 국립극장서 ‘발레 슈프림 2022’ 갈라 공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8.18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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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단, 영국의 로열발레단, 프랑스의 파리오페라발레단, 미국의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와 함께 ‘세계 5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러시아 제국 시절,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창단된 마린스키발레단은 무려 23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전통의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유일한 아시아인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발레리노 김기민(30)이 18일부터 사흘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발레 슈프림 2022’ 갈라 공연을 갖는다. 발레의 갈라 공연은 남성 무용수와 여성 무용수의 '그랑 파드되'(2인무)를 중심으로 유명 작품들 중에서 핵심 장면만 추려 연기하는 무대다. 

4년만에 국내 팬들과 만나는 김기민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세계 간판급 무용수들과 함께 좋은 에너지를 한국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명문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 19명과 함께하는 무대이기에 더욱 기대된다고도 했다. 

김기민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들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간판급 발레리나 마리아넬라 누녜스와 알리나 코조카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도로테 질베르,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이사벨라 보일스턴, 독일 베를린슈타츠발레단의 다닐 심킨 등이다. 특히 “마라아넬라 누녜스와는 여러 차례 파트너로 공연해 ‘케미’가 잘 맞는 발레리나”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18, 19일 공연에선 누녜스와 함께 '해적'의 그랑 파드되(2인무)를, 20일 공연에서는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김기민의 갈라 공연 포스터

그의 발레 이력은 지난 2011년 아시아인 발레리노 최초로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면서 꽃 피우기 시작했다. 2015년 만 23살에 최연소 수석무용수로 승급했고, 이듬해인 2016년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았다.

소속 무용수가 270명을 웃도는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도 단 13명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단독 리사이틀' 기회는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그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 마린스키 극장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열었다. 그것도 이 극장의 지난해 발레 공연 중 최고가를 기록하며 티켓을 조기에 ‘완판’했다. 그의 ‘티켓 파워’를 입증한 셈이다.

이제 그를 ‘마린스키 극장의 간판’으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유럽의 댄스 전문지 '댄스유럽'은 “화려한 하이 점프, 롤스로이스 엔진처럼 돌아가는 부드럽고 음악적인 회전, 강철 같은 코어로 기술적으로 최고”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기민의 점프/사진출처: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특히 그의 점프는 일품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점프’, ‘시간이 멈춘 듯한 점프’ 등의 찬사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김기민은 "발레 동작에 적합한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으로서) 신체 조건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점프를 하더라도 더 높이, 더 음악적으로, 더 가볍게 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점프력의 비결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점프 직전에 아주 빠르게 준비 동작을 한 뒤 뛰는 것"이라며 "공중에서 힘을 빼려고 헤엄을 치는 상상도 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이제 30대에 들어선 그는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올 상반기에 그가 소화한 전막 발레 공연은 20개 작품 40차례에 이른다. 2주 동안 6개의 다른 전막 작품을 선보일 정도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했다.

지난해 김기민의 단독 리사이틀 소개 페이지/캡처 

그럼에도 여전히 공연에 배가 고픈 모양이다. 발레 무용수의 은퇴 나이로 여겨지는 40을 넘어서까지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42살에서 46살까지를 제 발레 인생의 정점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몸을 만들어야 해요.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에게 닥친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마린스키 극장의 예술감독이자 총감독은 푸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온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다. 그래서 마린스키 발레단에 계속 남아 있는 김기민을 향한 외신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는 “전쟁은 무조건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예술과 정치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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