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오르는 베이징 올림픽 '피겨 여왕' 안나 셰르바코바 - 그녀의 마스타 클래스 현장
수술대에 오르는 베이징 올림픽 '피겨 여왕' 안나 셰르바코바 - 그녀의 마스타 클래스 현장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8.18 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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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무릎 부상 완쾌를 위해 수술하기로 - 17일 독일로 떠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인기 절정, 마스타 클래스엔 팬 넘쳐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안나 셰르바코바(18)가 17일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수술로 치료하기 위해 독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과의 직항 항공편이 끊긴 상태여서 그녀의 독일행 경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인들이 거의 대부분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나 튀르키예(터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르바코바 역시 같은 루트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코간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FFKKR) 사무총장은 "안나(셰르바코바)의 주치의가 러시아 피겨 선수들을 여러 차례 치료한 적이 있는 독일의 전문 병원으로 보낼 것"이라며 "무릎 부상은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혀왔다"고 말했다. 

셰르바코바, 수술을 받기 위해 17일 독일로 떠나/얀덱스 캡처
셰르바코바/사진출처:인스타그램

피겨 선수들의 무릎 부상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 최근들어 여자 선수들이 쿼드러블(4회전) 점프를 시도하면서 부상 위험을 더욱 커졌다. 셰르바코바도 예외는 아니어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참고 견뎌왔다고 한다.

셰르바코바는 SNS(인스타그램)를 통해 “프로 스포츠는 최고의 헌신"이라고 전제, "오랜 무릎 부상으로 인해 온전한 힘으로 훈련할 수 없어 며칠 뒤에 수술을 받기로 했다"며 "모든 게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후 그녀의 무릎 수술은 전세계 언론의 관심거리가 됐다. 

셰르바코바의 우승 커리어는 화려하다. 주니어 시절부터 경쟁해온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과 코스토르나야와 함께 일찌감치 '러시아 여성 피겨 3인방'으로 불렸고, 비록 데뷔 첫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신인상을 코스토르나야에게 넘겨줬지만, 지난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눈물의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특히 강력한 올림픽 우승 후보였으나 도핑 스캔들로 컨디션과 감정 조절에 실패한 카밀라 발리예바를 제치고 '올림픽 피겨 여왕'에 올랐다. 지난해 스톡홀름(스웨덴)에서 열린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은 '메이저 연승'(발리예바는 나이 제한으로 불참)이었다. 쾌거였다. 그녀는 ISU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에서 4번 우승했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두 번 준우승했다.

셰르바코바의 베이징 올림픽 우승 당시 모습/사진출처:ROC 텔레그램

그러나 그녀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국제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COVID 19)로 대회가 취소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출전을 금지당했기 때문이다. ISU는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무기한 불허했다. 

그녀의 이번 수술 결정은 이같은 공백 기간을 이용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ISU의 출전 금지 조치로 그녀는 조만간 시작될 2022~2023 시즌 출전도 일단 불가능한 상태다. 

대신, 셰르바코바는 독일로 떠나기 전,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취지 아래 진행되는 '모스크바 도시 포럼'의 '마스타 클래스' 행사에 나와 자신의 모든 것을 팬들에게 솔직하게 내보였다. 14일 저녁 마네즈 원형극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는 피겨 선수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대거 몰려 셰르바코바의 인기를 실감케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셰르바코바 - 인기절정. 거의 중단없이 한시간 사인회가 진행됐으나, 그녀를 뒤쫒는 '미니 추격전'이 여전히 벌어졌다/얀덱스 캡처
셰르바코바의 몸풀기(위)와 따라하는 팬들/사진출처:모스크바 도시 포럼
셰르바코바의 사인회 모습/텔레그램 동영상 캡처

팬들은 그녀와 함께 몸을 풀고, 대화하고,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녀도 팬들의 무리한 요청에도 기꺼이 응하고, 자신의 일일 훈련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매트 위에서 일일이 시범을 보이면서 그 이유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몸풀기 '스쿼트 동작'(приседания со скруткой)을 팬들의 운동에 20번이나 해야 했다. 그러나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점프 시범'은 취소했다.

훈련 직후 시작된 사인회는 저녁 8시 마네즈 원형극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그녀의 수술 소식에 러시아 출신의 유명 피겨선수나 코치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수술이 성공리에 끝나고 다시 무대에 설 것을 확신한다며 셰르바코바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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