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6개월) 집속탄과 '꽃잎' 대인지뢰 사용으로 '비인간적' 비난받는데..누가 더?
(우크라 6개월) 집속탄과 '꽃잎' 대인지뢰 사용으로 '비인간적' 비난받는데..누가 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8.2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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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 6개월 간 우크라이나에서는 국제법 상으로 금지된 집속탄(集束彈)으로 민간인 등 700명 가까이 희생됐다는 비정부기관(NGO)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 국제민간군축단체의 하나인 집속탄연합(Cluster Munitions Colition, CMC)의 보고서를 인용,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689명이 집속탄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폭탄(혹은 미사일) 안에 수백개 작은 폭탄을 집어넣은(Cluster) 것으로, 특정 지역에 투하할 경우, 그 속에 든 작은 폭탄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인명을 살상하는 고전적인(?) 무기다. 위력이 큰 폭탄 하나보다 더 넓은 지역을 일시에 초토화할 수 있으니 전장에서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의 중동전쟁에서도 널리 사용된 이유다. 

하지만, '전쟁 인권'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비인간적인 무기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면서 10여년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2019년 8월 유엔 주도로 '집속탄 (생산및 사용 금지)에 관한 협약'이 체결됐다. 현재 110개국이 비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불발한 러시아 집속탄을 보여주는 우크라이나 폭약제거반/사진출처:우크라이나 비상사태부

CMC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기간에 최소 10개 지역에서 집속탄을 사용한 횟수가 수백 차례에 이르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 점령 지역을 향해 3차례 이상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서방 외신은 그동안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측 정보를 근거로 집속탄을 사용한 러시아군의 비인간적, 국제법 위반 사실을 크게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측도 우크라이나군의 생생한 집속탄 투하 영상(집속탄의 하나인 소이탄)을 공개하며 반박했으나, 외신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CMC가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의 집속탄 사용 사실을 확인한 게 다행스러울(?) 정도다. 국제민간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가 앞서 공식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 시설에 방어 기지를 구축하는 등 민간인 보호를 등한시한 '전쟁 인권법' 위반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과 비슷하다.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측이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의 집속탄. "칼루샤, 당신이 원한 것! 5월 14일, (격전지 마리우폴의) 아조프(아조우)스탈에서"라고 쓰여 있다/텔레그램 캡처
DPR측이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의 소이탄(불꽃탄) 투하 모습. 불꽃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다/캡처 

CNC는 "분쟁 지역 중에서도 현재 집속탄이 사용되는 곳은 우크라이나 뿐"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양국 모두 집속탄 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니언 넷(https://www.unian.net) 등 우크라이나 매체도 집속탄을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위험한 무기 중의 하나라고 지목하면서도 비난의 강도는 그리 높지 않다. 북한의 기습 공격을 우려하는 우리나라 역시, 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니, 전쟁중 집속탄 사용을 대놓고 비난하기는 힘든 입장인 게 사실이다. 

오히려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꽃잎 지뢰'(러시아어로 Минa ПФМ-1 «Лепесток»)로 불리는 대인지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대사는 2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사용된 '꽃잎 지뢰'의 실물을 보여주며 우크라이나군의 국제법 위반 실태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집속탄과는 달리, 모스크바와 키예프(키이우) 모두, 지난 1999년 체결된 '꽃잎 지뢰 사용금지에 관한 오타와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미 서명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명확한 주장이다.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녹색의 '꽃잎 지뢰'를 보여주는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현지 매체 영상 캡처

꽃잎 지뢰는 집속탄 못지 않게 민간인들에게도 위험한 살상 무기다. 항공기(우크라이나의 경우 저공비행하는 수호이(Su)-25 전투기) 투하나 포 사격을 통해 매우 넓은 지역에 꽃잎 지뢰를 살포할 수 있다. 무게가 80g에, 크기는 12x6.5㎝에 불과하다. 녹색 플라스틱 물체로 잔디위에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대신에 5~20㎏의 무게만 주어지면 폭발한다. 어린아이라도 잔디위를 걷다가 밟을 경우, 어김없이 폭발한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의 경우 1997년 생산을 중단하고, 보유 개수가 분명치 않으나, 우크라이나는 350만개나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속탄 속에 포함된 작은 폭탄 유형들
다양한 색깔의 '꽃잎 지뢰'
땅위에 떨어져 있는 '꽃잎 지뢰'/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집속탄과 꽃잎지뢰가 진짜 위험한 것은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절대로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집속탄 속에 포함된 작은 폭탄이 불발탄으로 남고, '꽃잎지뢰'가 땅에 그대로 깔려 있다면, 이는 지나가는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체가 된다. 풀밭에서 우연히 발견한 금속제 공이나 꽃잎처럼 생긴 리본이다. 화려한 색을 품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서방 외신들은 왜 이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불법 물체의 투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순전히 '반러시아' 성향 때문이다. 자칫하면 선(우크라이나)과 악(러시아)을 뒤바꾸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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