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CIS토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 무용론이 부상(浮上)한 이유는?
(러시아CIS토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 무용론이 부상(浮上)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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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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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州)에서 세 방향으로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측은 반격의 성공을, 러시아 측은 공격의 격퇴를 각각 주장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양측의 전과(戰果)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전과는 공격의 경우, 상대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땅을 얼마나 점령했느냐로 판가름난다. 상대 진영에 대한 폭격이나 공습 등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2000년대 첫 대규모 전쟁인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순항 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동원, 이라크 진영을 초토화한 뒤 탱크를 앞세워 수도로 밀고 들어갔고, 항복을 받아냈다.

탱크(전차) 등 기갑부대는 지상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최고의 군사장비다. 하지만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에서는 '탱크의 무용론'이 또 나오기 시작했다. 왜일까?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진입하는 미군 탱크들/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2년 제 9호(2022년 9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상한 전차 무용론'을 다뤘다. 러시아 정치 전공 조현준(석사 과정)이 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무용론이 부상(浮上)한 이유는?'이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 러시아의 부러진 화살, ‘대전차군단’

전통적으로 강력한 위용을 발휘했던 러시아 전차군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번 작전에 개량된 T-80BV, T-72B3, 구형 T-90A 등 주력 전차를 투입했음에 불구하고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지 못했고, 오히려 큰 피해만 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이후 현재까지 적게는 약 400대 이상, 많게는 약 1,000대 이상의 전차가 파괴된 것으로 추산된다. 예상 외로 심각한 피해를 본 러시아 전차군단은 세계 군사력 2위 라는 국제적 명성에 먹칠을 했고 과거부터 제기되어 왔던 '전차 무용론'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대전차 군단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 요인1. 러시아군의 미숙한 작전 운용 능력 - 대대전술단의 실패

러시아군은 대대전술단(BTG: Battalion Tactical Group) 편제를 중심으로 특별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당시, 러시아군의 1 BTG 편제는 전차 중대(전차 10대), 3개 기계화보병 중대(장갑차 약 40대)를 전투부대로, 2~3개 대(對) 전차 중대, 2개 포병 중대, 방공 중대, 소규모 정보·공병·통신·의무부대를 전투지원부대로 구성됐다. 

BTG는 병력 규모가 크지 않는 만큼,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신속하게 병력을 전개할 수 있는 기동성이 장점인데, 3월부터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소위 '라스푸티차'(Rasputica)로 인해 러시아군은 BTG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이유는 또 있다. 기동성이 강한 반면 소모전과 제병협동(諸兵協同)에 약한 BTG는 게릴라전을 펼친 우크라이나군에 대응하기 어려웠고, 설상가상으로 보급 작전에도 실패했다. 기동성이 뚝 떨어진 러시아 BTG를 향해 우크라이나군은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뒤 대(對) 전차미사일(재블린과 NLAW)로 공격을 가했다. 특히 재블린은 '탑 어택' (Top Attack) 방식으로 전차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상부를 공격했고, 러시아 전차부대의 폭발반응 장갑(장치)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구소련 전차 특유의 낮고 좁은 차체로 인해 발생한 내부 유폭으로 러시아 전차들은 무력화됐다. 

재블린을 발사하기 위해 근거리까지 접근한 우크라이나군을 러시아 전차부대가 발견하지 못하고 공격을 받은 이유는, 기동 중에 충분한 정찰및 감시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발사 장면

◇ 요인2. 미래전의 주인공 ‘드론’ 활약

러시아의 전차군단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데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제공한 재블린은 뛰어난 무기이지만 기술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기 운용 숙달에 시간이 필요하다. 또 고장났을 때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어 급박한 전장에서는 사용상의 제약이 따른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적극 활용했다. 

우크라이나군에게 드론 공격은 운용법 미숙과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는 대전차 미사일을 대신할 수 있는 유용한 무기였다. 군사작전 개시 전, 러시아군의 강력한 야전 방공망 체계와 전자전 능력에 무력화될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드론은 대규모 연료 수송 열차를 타격하거나 수송대 및 기계화 부대를 폭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러시아군의 보급을 끊고 진격을 둔화시키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 나아가 회전날개를 부착해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수류탄을 드론에 싣고 폭격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전차부대에 큰 피해를 줬다.

터키제 드론 바이락타르 TB2공격 장면

◇ 요인3. 서구의 ‘전자·정보전’ 지원

군의 원활한 작전체계와 효율적인 작전운용을 위해서는 적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휘통제정찰(C4ISR)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크라이나군이 근거리에서 러시아 전차를 타격하고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의 방공망을 피해 작전을 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자정보전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C4ISR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던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적재적소에 무기를 활용하고 작전을 개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미국과 나토의 전자·정보전의 우위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미국은 제 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해 우크라이나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는데, ISR(정보·감시·정찰) 작전 지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서구가 운용하는 MQ-9 리퍼 드론, 보잉 RC-135 리벳 조인트 공군 정찰기, 보잉 E-3 센트리 AWACS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  등이 활용됐다. 

나토(NATO)는 미국의 이런 정보자산들을 통해 얻은 자료들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러시아 전차부대의 이동 경로및 위치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게 제공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 전차부대의 길목에 매복하거나, 가장 가까이 접근한 뒤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고, 드론에 폭탄을 실어 목표물에 타격을 가했다. 

◇ 러시아 전차군단의 미래 

러시아 전차부대의 진격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SNS

'전차는 지상전의 왕자'라는 말처럼, 화력·기동·방어 등 3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무기다. 빠르게 기동하면서 강한 포를 쏘고, 동시에 진지를 형성할 수 있는 무기는 전차뿐인 것이다. 현재까지 전차의 임무를 대신할 무기는 없다. 앞으로도 전차는 전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전차 무용론'이 다시 제기된 이유는, 사실 전차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러시아군의 전차 운용 실패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러시아군은 초기 작전 운용의 실패를 바탕으로 전술 형태를 크게 바꾼 상태다. 부대 재편성 이후, 포병 화력을 선제적으로 쏟아부은 뒤 병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러시아군의 작전 양태이다. 러시아군은 현재 루간스크주의 95%, 도네츠크주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전술 변화의 효과를 보고 있다.

러시아군이 앞으로 참호화되어 있는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을 뚫어낸다면, 평야 지대가 펼쳐지는 우크라이나 지형에서 러시아 전차군단은 전차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고 재부상했던 전차 무용론을 다시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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