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폭격-13일) 지루한 군사작전, 러시아 언론도 보도 형식을 바꾼다? 하루를 정리하는 법
보복 폭격-13일) 지루한 군사작전, 러시아 언론도 보도 형식을 바꾼다? 하루를 정리하는 법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0.15 0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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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형식에서 주요 사건 정리 방식으로 바꾼 로스발트 - 13일 하루 정리를 보니
장난 전화에 속은 쿨레바 우크라 외무, '크림대교 폭발사건 배후' 인정 발언도 실어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7개월을 훌쩍 넘기면서 현지 언론의 취재및 보도에도 적지 않는 변화가 감지된다. 군사작전의 하루 하루를 정리하는 방식이 매체별로 크게 달라졌다. 군사작전 개시 초기에는 거의 모든 현지 매체가 하루의 주요 사건을 시간대별로 따라가는 '연대기' 형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군사작전이 지루하게 계속되면서 일부 언론이 일정한 기준 하에 하루를 주요 사건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지금은 크게 연대기와 주요 사건 정리 언론으로 크게 나눠진다.

바이러시아(buyrussia21.com)도 마찬가지이지만, 계속 같은 포맷으로 전쟁을 보도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다. 일부 매체가 연대기에서 핵심 정리 방식으로, 또 다른 매체는 정리에서 연대기로 바꾼 이유다. 

13일의 주요 사건을 정리한 현지 매체 로스발트/웹페이지 캡처 

연대기 형식에서 하루 정리로 바꾼 매체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로스발트 (rosbalt.ru)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일찌감치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이 매체는 보도의 균형이 잡혀 있는 것 같다. 로스발트의 13일자(12일 밤 늦게 정리) 주요 사건(главное за 13 октября)을 한번 보자.

13일(목요일)의 가장 중요한 뉴스는 △유엔 총회와 유럽평의회(PACE) 결의안과 △나토(NATO)와 러시아 간의 무력 충돌및 핵전쟁 위험을 둘러싼 평가 △러-우크라 사회 인프라 시설에 대한 폭격 △ 글로벌 형식으로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을 개최하려는 튀르키예(터키)의 제안 △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시달리는 헤르손 주민들의 대피 등이다. 

유엔 총회장/사진출처:위키피디아

- 유엔(UN)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의 주민 투표와 러시아로의 편입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전날 채택했다. 결의안은 "이들 지역을 '불법 합병'하려는 시도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 유엔 전문기구 등에게 러시아의 국경선 변경을 지위 변화를 인정하지 않도록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모스크바측에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합병 결정을 취소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 결의안은 143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북한과 벨로루시 등 5개국이 반대, 중국과 인도 등 35개국이 기권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집행위원) 요셉 보렐은 이같은 표결 결과에 대해 "너무 많은 국가가 기권한 데 우려한다"고 말했다.

1949년에 설립된 유럽국가 간 협력 기구인 유럽평의회는 러시아를 '테러 정권'으로 칭하는 결의안은 99명의 대의원 중 79명 찬성,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채택됐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화상 연설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결의안 지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미 PACE에서 탈퇴한 상태다. 당연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서방 진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십자군 전쟁'(대성전)의 일부로 규정했다. 영국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더 큰 '십자군 전쟁'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세계대전을 원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보전하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러시아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 TV 채널 '프랑스-2'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가하더라도 러시아에 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핵무기 사용 규칙은 간단명료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가 그것(핵무기 사용)에 대해 이야기를 적게 할수록 위협은 줄어들기 마련인데, 우리는 지금 그것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쏟아지는 핵무기 사용 발언을 우려했다. 

하지만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핵 대응은 아닐지라도 '강력한 군사적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파괴될 만큼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며 허세를 부릴 여유가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EU와 나토도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캡처1=무기 독일람슈타인 기지 40개국 소통그룹 2차회의
독일 람슈타인 미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연락(소통)그룹 2차 회의. 맨 오른쪽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그의 발언에 나토 지도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개입하는 '나토 헌장 5조'를 준수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회원국이 아니라는 것.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러시아를 위협하지 않으며, 대립을 바라지 않는다"며 "핵무기를 사용할 상황도 현실과는 매우 멀다"고 말했다. 다만, 미 백악관은 러시아에서 600마일 떨어진 곳에서 나토가 '전략 핵(을 대비한)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탄약을 사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2, 13일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을 것이지만, 계속 키예프(키이우)를 지원할 것"이라며 "집단 방위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와 군산복합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과 나토 13개 회원국이 이번 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유럽 공동 방공 시스템 구축에 관한 성명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러시아군은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의 많은 지역에 미사일과 '가미카제 드론' 공격을 계속했다. 카미카제 드론이 키예프 주요 기반시설을 강타했다.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와 빈니차, 체르카시, 체르냐히브, 벨로고로프카, 스포르노예, 파블로프카, 미르노예, 다비도프 브로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우크라이나의 폭격으로 무너진 벨고로드 건물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도 계속됐다. 러시아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에서는 고층 건물의 일부가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에 무너져내렸다. 다행히 사망자나 부상자는 없다고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가 밝혔다. 이 지역의 탄약고도 폭발했다. 또 쿠르스크 지역의 변전소들이 포격으로 심각하게 손상돼 일부 지역이 정전됐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평의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방공망의 10%밖에 갖추지 못했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미사일과 군사 장비 등 무력 수준에 우세한 적(러시아)과 맞서고 있다며 "우리는 하늘을 닫을 수 있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지금보다)몇 배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은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삼스'(NASAMS) 방공시스템을 위해 AMRAAM 중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 월리스 국방장관은 "AMRAAM 미사일은 순항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이 미사일로 러시아의 순항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AMRAAM 미사일의 인도가 몇 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나삼스 방공 시스템은 지상발사 AIM-120 또는 AMRAAM 미사일을 사용하는데, 최대 요격거리는 25km, 최대 요격 높이는 16km, 명중률은 85%다. 나토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주로 AMRAAM미사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AMRAAM 미사일을 무려 1만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아스타나에서 마주 앉은 푸틴-에르도안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 아시아의 안보와 우호협력 증진을 위한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가 열린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관심을 끈 것은 터키측이 제안한 러시아와 서방 주요 4개국(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간 평화 협상 논의의 진척 여부다. 러시아와 서방 4개 국가가 앞으로 수십년간 영향력을 미칠 '글로벌 평화 체제'를 논의한다는 게 이 제안의 핵심. 우크라이나는 빠졌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새로운 평화협상의 일부로 여겨진 탓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푸틴 대통령과의 모든 협상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그 협상 참여 대상에서 빠진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푸틴-에르도안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우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5자회담 개최 아이디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앞서 두 정상이 이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왜 그럴까? 두 정상이 러시아의 최근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무대 뒤에서 밀어붙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다. 혹은 서방의 어떤 관련 당사자로부터 이같은 협상안에 대한 '모라토리엄'(이행 유예) 요구를 받았으리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의 탱크/텔레그램

- 헤르손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합병된 헤르손주(州)의 상당 지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 있고, 전투는 주도인 헤르손시(市)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치열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살도 친러 헤르손 주지사 대행이 "시민들이 러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연방 정부에 요청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연스럽게 러시아군이 갑작스럽게 헤르손 지역에서 철수한 사실을 떠올렸다. 당시 갑작스런 철수로 친러 정부에 협력한 많은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로 대피할 시간이 없었고, 그들은 부역 혐의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손에 체포됐다.

살도 주지사 대행의 요청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헤르손시가 조만간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로 들어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트레모우소프 부지사는 그후 헤르손 지역의 대피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며, 아무도 이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고, 대규모 탈출을 예방하기 위한 발언이다.

그러나 마라트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는 연방 정부는 헤르손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경우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료로 숙박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헤르손시가 앞으로 시가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민의 대피는 당국의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바흐무트 남쪽의 이반그라드와 엑스페리언스드 지역을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두 지역은 바흐무트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친러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이미 바흐무트 남부의 담바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 제네바 주재 러시아 유엔 대표부 대표는 러시아 곡물및 비료의 수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되지 않을 경우,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4자(러-우크라-터키-유엔) 합의의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4자합의는 연장되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끝난다. 러시아는 서방측이 러시아 곡물 및 비료 수출(특히 선박 사용) 제재를 해제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쇼우 빌'에 나와 우크라이나의 크림대교 폭발사건 배후를 인정하는 쿨레바 장관. 위는 러시아 유튜브인 루튜브(rutube.ru), 아래는 텔레그램 채널. '누가 크림대교와 벨고로드를 폭파했나?'는 질문에 '우리'라는 답변이 달려 있다/캡처 

-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장난전화로 유명한 '쇼우 빌'(Шоу ВиЛ, Вован и Лексус)에 속아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대교 폭발과 벨고로드 폭격의 배후에 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쇼우 빌'은 코메디언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보반)과 알렉세이 스톨랴로프(렉서스)가 진행하는 SNS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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