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지 않았으면, 나중에 더 나쁜 상황에서 해야" - 푸틴 대통령 아스타나 기자회견
"지금 하지 않았으면, 나중에 더 나쁜 상황에서 해야" - 푸틴 대통령 아스타나 기자회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0.16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중앙아 정상회담 후 회견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조금 불쾌하다"
미-러 대통령, "상대를 만날 일이 없다"는 발언에 러-서방 4개국 협상도 물건너가

푸틴 대통령은 14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러시아-중앙아시아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으로 수세에 처한 그에게 기자회견 질의는 특수 군사작전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먼저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분명히 하고 싶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조금 불쾌하지만, 지금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더 나쁜 조건에서 해야만 했을 것이다. 우리는 적시에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회견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조금 불괘하다'고 표현한 '일'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됐다. 앞선 정상회담에서 중앙아시아 타지크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이 면전에서 푸틴 대통령을 공박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흐몬 대통령은 그를 향해 "중앙아시아를 옛날 소련의 공화국으로 취급하지 말라"며 "우리는 1억, 2억도 안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역사와 문화가 있고 (러시아로부터) 존중 받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는 "한 포럼에 장관급 인사를 초청했는데, 러시아에서 차관급 인사를 보냈다며 "왜 우리가 러시아에게 포럼 참석을 구걸해야 하나"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는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이지만, 파트너 취급을 못받고 있다"며 "우리도 러시아를 존중할테니, 러시아도 우리를 존중해달라"고 했다.

라흐몬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듣기에 따라 푸틴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도발적인 언사였다.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전이라면, 면전에서 그같이 발언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부 언론의 평가다.

라흐몬 대통령, 푸틴 대통령 면전에서 중앙아시아를 과거 소련(공화국)으로 취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협상은 필요하다고 보지 않고, 협상을 할 근거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G20 정상회의 참석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매체 '로스발트'(www.rosbalt.ru)는 이같은 발언들로 미루어 튀르키예(터키)가 제안한 러시아와 서방 4대 강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과의 협상이 러-터키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은 이유가 보다 더 명확해졌다고 해석했다. 서방 4개국 중의 주축인 미국이 터키측에 협상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의미다. 

분명한 것은 바이든 미 대통령도 전날 "G20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미국과 러시아 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스발트'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더욱 확장된 플랫폼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를 기대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한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하나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파괴를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이후) 수로를 막아 크림반도로 가는 물을 차단했고, 우리 군대는 현지(헤르손 지역)로 가서 크림반도로 가는 수로를 열어야 했다"며 "이것은 우리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한 실례(實例)"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에서)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적대 관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헤르손주에서 크림반도로 가는, 막힌 수로가 다시 뚫린 모습/현지 매체 텔레그램 영상 캡처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대규모 공격이 필요하지 않다"며 "29개 목표물 중 7개는 타격하지 못했으니, 추가로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타격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보면 될 것"이라고 여유를 부렸다. 다만, 그는 "외국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단계이며 세계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당신들이 그렇게 할 만큼 멍청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논란이 많은 부분 동원령에 대해 그는 “현재 22만2000명이 동원됐다. 2주 안에 모든 동원 작업이 끝날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군과의 접촉선이 1,100㎞로 정규 군인들만으로는 지킬 수 없어 예비역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동원된 병력중 3만3,000명은 이미 부대에 배속됐으며, 1만6,000명은 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동원 병력의 1차 초기 훈련은 5~10일, 그 다음에는 부대 단위로 5~15일이 소요되며, 부대간의 추가 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원 병력은 소환 순간부터 전선으로 파견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그의 과거 발언에도 주목할 만하다.

동원된 병력이 
기갑부대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모습/텔레그램 현지 매체 영상(국방부) 캡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방부가 원래 30만명이 아닌 더 적은 인원을 동원하자고 했다"고 털어놓은 뒤 "국가안보회의 측에 동원된 병력이 어떻게 훈련받고 있는지 조사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