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뒤집기) 드론 공격의 주도권이 러시아로 넘어간 까닭? - 키예프가 벌벌 떤다고
(우크라 뒤집기) 드론 공격의 주도권이 러시아로 넘어간 까닭? - 키예프가 벌벌 떤다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0.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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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드론 전쟁'이다. 크림대교 '사보타주'(파괴 공작)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선 러시아군은 17일 '드론 편대'를 앞세워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 지휘부및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중및 해상 발사 미사일로 타격 목표를 정확하게 파괴했다고 발표했지만, 키예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러시아군의 '드론 편대'가 목격됐다.

현지 언론들도 삼각형 모양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조롱하듯 키예프 상공을 휘저으며 목표를 공략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우크라이나 언론 'STRANA.ua'(국가라는 뜻)은 "이란제 샤히드 (Шахид) 자살 드론 43대중 38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난 화재를 진압하는 키예프 소방대원들 모습/텔레그램 캡처

러시아가 보복 공격에 '드론 편대'를 동원한 것은 가용 미사일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는 나오지만, 현지 반응은 전혀 다르다.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그들(러시아군)은 우리의 대공방어 약점을 찾은 것 같다"며 "드론 방어에 우리의 대공 미사일을 소진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드론 배치는 처음엔 300대였으나, 계속 늘어나 총 2400대에 이른다"며 "이 속도라면 우리는 하루 100건의 드론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드론은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방어 전략 효과를 극대화한 현대전의 총아(寵兒)였다. 숙적 관계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지난 2020년 9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을 두고 전쟁을 벌였을 때, 아제르바이잔이 운용한 터키산 드론 '바이락타르-TB2'는 아르메니아군의 러시아제 탱크를 보이는 족족 박살냈고, 이 '바이락타르-TB2' 드론은 키예프(키이우)를 향해 밀고 들어오는 러시아 탱크·장갑차량을 잡는데 앞장섰다. 그때만 해도 드론은 우크라이나군의 전매 특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러시아군은 '드론 잡는' 방공 미사일 시스템 '판치리-S1'(панцирь-с1, 러시아식으로는 '빤찌리 에스1')과 전파를 방해하는 '빨란틴'(Палантин)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우크라이나 드론의 효용도가 떨어졌다. 올가 스테파니시나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지난 15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이 차용한) 나토(NATO)식 군사 전략에 대한 학습효과로,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드론 잡는 러시아 방공망 빤찌리c1/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러시아군도 개전 초반에 드론을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찰및 포병 공격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라진 것은 개전 초기, 외신에 의해 부각된 '탱크 잡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에 버금갈 만큼 적절한 활용 대상및 방안을 찾았다는 점이다. 

당황한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드론이 이란제 '샤헤드'(Shaheed, 러시아 발음으로는 샤히드)-129(혹은 136)라며 이란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공식적으로 이란을 러시아의 '전쟁 공범자'로 지칭하며 "러시아에 대한 모든 무기 배송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과 미사일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키예프 상공에 나타난 삼각형 모양의 드론은 '샤헤드-129'와 닮았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현지 매체 로스발트(rosbalt.ru)는 샤헤트 드론이 아니라 러시아제 카미카제 드론 '게란-2'(Герань-2, Geran-2 kamikaze)라고 주장했다. 중국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모뻬드'(Мопе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공포의 삼각형 모양의 드론(왼쪽)과 기반 시설 폭파
우크라이나 매체가 공개한 드론 '게란-2'의 잔해/텔레그램

또다른 매체는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데 적극 사용되는 '게란-2' 자살 드론은 소형으로, 방공 미사일이나 기관총과 같은 개인 화기로 격추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지 군사 전문가 알렉세이 레온코프는 이 드론은 러시아와 이란이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러시아에서는 '게란'으로, 이란에서는 '샤헤드'라고 불린다고 밝혔다. 최대 비행 거리는 2000km이지만, 통상 1000km 범위내에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17일 키예프 상공에 나타난 '게란' 드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우크르에네르고, Укрэнерго)를 정확히 타격했다. 또다른 드론이 주거용 건물을 때렸는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즉각 "미국은 푸틴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오늘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 '로스발트.ru'를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친우크라이나 온라인에는 강렬한 소총 사격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나는 삼각형 드론의 영상이 유포됐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지상에서 발사된 로켓이 드론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영상들이 바로 '게란-2' 드론의 전술적 성공을 아주 잘 알려준다는 게 현지 매체의 설명이다. 천천히 날아가는 '게란' 드론은 지상에서도 잘 보이지만, 상공 40m 이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공 시스템으로 격추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 '게란' 드론이 키예프와 다른 대도시에서 방공망을 휘젓고 다닌 이유다.

드론을 잡는 방공 시스템(러시아의 경우, 판치리-S1)이 있지만, 우크라이나에는 아직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프랑스와 '크로탈레'(Crotale, 프랑스어로 방울뱀이라는 뜻) 방공시스템 공급을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로탈레'는 프랑스가 개발한 단거리 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중·저고도는 물론 아주 낮은 높이를 나는 드론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요새와 지휘 및 통제 센터, 미사일 기지 등을 직접 방어할 수 있는 전천후 대공방어망이다. 

우크라이나가 도입을 추진중인 드론 잡는 프랑스 방공미사일 크로탈레/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가 도입을 추진중인 드론 잡는 프랑스 방공미사일 크로탈레/사진출처:위키피디아

게란 드론을 잡는 방공망을 갖추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크게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인 안톤 게라쉬첸코는 주민들에게 개인 화기로 눈이 뻔히 보이는 '게란 드론'을 격추할 것을 촉구했다. 샤헤드(게란) 드론의 엔진소리(즉, 중국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리면 자기가 갖고 있는 무기로 즉각 사격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총에 맞은 '게란 드론'이 비행 코스에서 급격히 벗어나면, 인근의 주거용 건물을 때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공황 상태에서 너도나도 사격하다 보면 지나가는 행인이 총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아프가니스탄 카불 함락을 축하하기 위해 '탈레반'이 공중에 총을 쏘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총알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건을 그 실례로 소환되기도 했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부장관도 무기를 가진 시민들에게 섣불리 가미카제 드론을 격추시키려고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훈련되지 않는 사람들이 드론을 격추시킬 확률은 극히 낮고, 오히려 주변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제 드론 샤헤드

우크라이나 공군은 '카미카제 드론'이 남쪽에서 키예프로 날아왔다고 보고했다. 키예프에서 남쪽의 최전선까지 거리는 약 400km다. 게란 드론이 적극 활용되는 1000km 이내다. 우크라이나는 이튿날인 18일에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당분간 러시아 '게란' 드론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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