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뒤집기)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한다고?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보니..
우크라 뒤집기)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한다고?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0.21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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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린 푸틴의 고육지책", "푸틴 전세 역전 안간힘" "러, 헤르손 포함 우크라 남부서 대대적 후퇴"  "이젠 후퇴 걱정해야 할 러시아…우크라 점령지서 무슨 일이"...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주(州)와 루한스크주, 자포로제주, 헤르손주 등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계엄령을 내린 19일 이후 '네이버'의 기사 검색에서 눈에 띄는 제목들이다. 계엄령 발령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헤르손 지역 상황과 맞물리면서 팩트보다 더 센 제목들이 뽑힌 것으로 능히 짐작 가능하다.

헤르손 상황은 현재 유동적이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전날 TV를 통해 "헤르손 상황이 급박하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친러 헤르손주 당국은 주도인 헤르손시를 포함해 드네프로강 서쪽 지역 주민들의 대량 이주를 독려하는 중이다. 

푸틴 대통령, 합병 4개 지역에 '전쟁 상태'(계엄령) 도입 발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ru' 제목은 '헤르손 탈출, 돈바스 지역의 "와그너 라인", 푸틴에게 계엄령이 왜? 개전 238일 요약'이다./웹페이지 캡처

궁금한 것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언론의 상황 분석및 전망이다. 먼저 자극적인 국내 유튜버를 연상케 하는 선동적인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은 제외하자. 그간의 얀덱스(yandex.ru) 검색 경험에 비춰 비교적 중도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매체 '스트라나.ua'(스트라나의 우크라이나판)의 19일 보도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우선, 푸틴 대통령의 계엄령 발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계엄령이 도입한 제한 조치는 점령 지역(러시아 합병 4개 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서 푸틴의 계엄령으로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합리적인 진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이 시작되자, 즉각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발령했다. 러시아군에 점령되기 전, 남부 자포로제주와 헤르손주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계엄령 하에 들어간 것이다. 친러시아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역시 자체적으로 '전시 체제'(계엄령)을 도입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계엄령이 러시아 계엄령으로 바뀐 것 외에는 4개 지역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거나 달라질 게 없다는 해석은 적확하다.

진짜 관심을 끄는 것은, 긴박한 헤르손 지역의 앞날을 전망한 시나리오다. 앞으로 전개될 '헤르손 대첩'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 많이 담겨 있다. 

먼저, 러시아군은 드네프르강 동쪽으로 후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진작에 점령한 헤르손시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수로비킨 러시아군 사령관의 발언과 주민들의 이주 등에 의해 부분적으로 확인된다. 서방 외신과 국내 언론이 공격적으로 차용하는 논리다.

러시아 뉴스 TV채널 '러시아-24'와 인터뷰하는 수로비킨 장군/러시아 SNS ok 캡처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에서도 큰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군이 물러나야 하는 군사 작전상의 이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정예 주력부대는 현재 드네프로강 서쪽에 배치돼 있다는 게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의 주장이다. 이들이 본진과의 통신, 군사 물자 보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자칫하면 우크라이나군에게 포위당해 패배할 위험이 높고, 그 경우 러시아군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러시아의 궁극적인 목표인 헤르손의 '실효 지배'를 위해서는 드네프로강 동쪽을 따라 방어 요새를 구축하는 게 훨씬 더 쉽고 장기적으로도 이득이다. 단점도 있다. 이같은 배치는 앞으로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주, 오데사주와 같은 다른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큰 손실 없이 대규모 병력을 드네프르강 동쪽으로 철수시키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게 '시나리오-2'다. 수로비킨 사령관의 전날 발언을 굳이곧대로 해석하는 게 아니다. 고도로 계산된 '위장극'으로 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에 허위 정보를 흘려 우크라이나군의 총공세를 늦추고, 시간을 번 뒤 러시아군의 방어 진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드네프로강 서쪽 헤르손 시민들의 이주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늦추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자국민을 향해 대포를 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식 '인간방패'형 이주 작전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의도를 부인하면서 러시아 측의 '대피 요구'를 따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드네프로강 서쪽 지역에서 페리호를 타고 대피하는 헤르손 주민들/텔레그램 캡처

'시나리오-3'은 수로비킨 사령관의 발언이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서 시작된다. 드네프로강 서쪽에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말한 뒤 헤르손시를 지켜낸다면, 그것은 새로 취임한 사령관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찬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 시나리오가 주목한 것은 러시아군이 주민 이주로 얻을 수 있는 군사전략상 이점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군사 물자 조달에서 민간인 부문이라도 덜 수 있다면, 모든 물류 체계를 군사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주민 이주를 독려하는 친러 헤르손주 당국이 “러시아군은 헤르손에 계속 주둔하며, 주민 이동은 러시아 군이 적에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콘스탄틴 마쇼베츠는 "러시아군이 드네프로강 동쪽으로 후퇴를 준비하는 듯한 조짐이 없다"며 "러시아군은 헤르손시와 (주민들의 집중 이주 대상 지역인) 베리슬라프 구역 방향으로 방어 진지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 병력은 물론, 동원된 예비군들도 계속 보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일부 지역에서 반격을 재개했다는 친러 헤르손주 당국의 발표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드네프로강을 가로질러 헤르손시를 연결하는 안토노프스키 대교/사진출처:위키피디아

드네프로강을 건너 헤르손시를 잇는 안토노프스키 대교와 가까운 곳에 러시아 공병들이 '바지선 부교'들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도 '시나리오-3'의 현실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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