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뒤집기)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 폭파 '프로파간다 전쟁'- 누구에게 득일까?
우크라 뒤집기)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 폭파 '프로파간다 전쟁'- 누구에게 득일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0.22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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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프로파간다(선전 선동)전' 2탄이 시작됐다. 러시아가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 드네프로강에 세워진 카호프카 수력발전소(Каховская ГЭС, 발전과 교량 목적의 다목적 댐)가 그 대상이다.

'유럽의 최대 원전'이라는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 소재 '자포로제 원전'을 둘러싼 '프로파간다전' 제 1탄은 사실상 러시아 측의 완승으로 끝난 분위기다. 양측이 서로 상대방이 원전을 공격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핵재앙을 일으키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선전전을 펴왔지만, 러시아의 자포로제주 합병과 러시아 측의 원전 시설및 운영권 장악으로 쑥 들어간 상태다.

이번 수력발전소 폭파(?) 선전전은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을 앞두고 먼저 시작한 측면이 강하다.

헤르손 카호프카수력발전소의 모습

수력발전소가 위치한 헤르손주 '노바야 카호프카'(줄여서 노보카호프카)의 친러 시장인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가열되자 "지난 5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이 곳으로 날아오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며 "그들은 항상 (수력발전소의) 댐이나 사회 기반 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루 최대 120발, 그중에서도 미국의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가 74발로 가장 많았다"고 구체적인 포격 수치까지 제시했다. 

급기야 20일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어뢰로 수력발전소 댐을 공격할 수 있다"며 "지난 봄에 이미 그같은 정보를 받았으며, 댐의 물을 방류하고 있는 지금,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수력발전소 댐의 일부인 교량을 수 차례 포격해 러시아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수력발전소 댐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이미 발전량을 크게 줄인 친러 운영자들은 댐의 물도 일부 방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상황은 최근 며칠 사이에 전격적으로 공개됐다.

카호프카수력발전소 댐 방류/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 TV뉴스 채널 '러시아-24'와 회견하는 수로비킨 사령관/러시아 SNS ok 영상캡처

먼저,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세르게이 수로비키 사령관이 지난 18일 TV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19일)에는 친러 헤르손주 블라디미르 살도 주지사 대행이 "우크라이나군이 댐을 공격하면 홍수 발생 위험이 있다"며 드네프로강 서쪽 헤르손 주민들에게 강 동쪽으로 신속히 이주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만약의 경우(댐 폭파)를 대비해 댐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만약 댐이 폭파되면 거의 5m 높이의 파도가 생기면서 2시간 안에 헤르손시에 도달할 것이라고 시나리오도 내놨다. 

우크라이나측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그는 20일 국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카호프카(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에 지뢰를 묻고 '위장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위장 깃발 작전'은 공격을 한 주체가 그 책임을 상대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꼼수를 뜻한다. 그는 "약 1,800만 입방미터(㎥)의 물이 들어 있는 댐이 폭파되면 헤르손시를 포함해 약 80개의 지역이 홍수피해를 입는 등 엄청난 규모의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자포로제 원전의 폭파에 따른 '핵재앙설'과 같은 논리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어뢰가, 우크라이나측은 러시아군이 묻어놓은 지뢰가 수력발전소 댐을 폭파할 것이라고 각각 주장한다. 비슷한 폭파 방법이다. 둘 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댐에서 북쪽으로 40km 가량 떨어져 곳에 주둔하고 있다. 드네프로강을 따라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 방향으로 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퇴각한 뒤 매설한 지뢰로 폭파시킬 수 있다(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주장)

댐이 폭파되면 어느 측이 더 큰 피해를 입을까?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은 북크림 운하를 통해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하는 수원(水源)이다.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측이 '수로'(북크림운하)를 차단하면서 물부족 사태를 겪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점령하면서 서둘러 수로를 다시 연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댐이 폭파되면 북크림 운하 자체가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남부지역과 크림반도를 실효지배하는 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군사전략적 차원에서도 댐이 폭파되면 드네프로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인근 지역이 범람하고, 강 서쪽에 주둔한 러시아 정예부대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도 완전히 끊긴다.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독안에 든 쥐'를 천천히 잡는(러시아 측은 이전에 이같은 경우를 '솥뚜껑 작전'이라고 불렀다)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군 공격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이스북

우크라이나는 자포로제 원전에 이어 또하나의 발전 시설이 사라지는 피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카호프카 수력발전소도 자포로제 원전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러시아 측에게 완전히 빼앗겨 우크라이나 지역으로의 전력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댐을 폭파하든, 안하든 시간적인 차이만 있을 뿐, 우크라이나에게는 같은 결과다. 

트위터에 올라온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의 주장이 재미있다. "러시아군이 댐과 변압기에 지뢰를 심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헤르손 지역을 떠나도록 강제한 뒤,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탈환하지 못하도록 홍수를 일으킬 계획"이라는 것. 홍수가 나면, 군사작전상으로 우크라이나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인데, 상식적으로는 아닌 듯하다. 

“댐과 수력발전소를 파괴하면 누가 덕을 보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는 친러 노보카호프카 레온티에프 시장의 반박이 보다 논리적으로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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