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의 모스크바 탐방) 관광객 끊어진 '이즈마일로보', 90년대 옛모습의 벼룩시장으로
(김원일의 모스크바 탐방) 관광객 끊어진 '이즈마일로보', 90년대 옛모습의 벼룩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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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3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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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COVID 19)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모스크바. 러시아 특유의 '풍물시장'으로 한국 관광객들과 현지 교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이즈마일로보'에 있는 '베르니사쥐'도 1990년대의 '벼룩 시장'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너도 나도 집안에 있는 중고물품들을 갖고 나와 서로 사고 팔던 '추억의 옛 모습'을 다시 찾은 듯하다.

모스크바시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몰려드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겨냥해 이 곳을 러시아의 문화예술과 공예, 민속, 전통을 유지, 개발하는 단지로 정비했다. '장인'으로 불릴 만한 전통 수공예가를 중심으로 화가, 도예가, 디자이너, 골동품 전문가, 기념품 단체 등을 한 자리에 모았고, 매장들도 새로 꾸몄다. 정교회 성당과 크렘린을 본 딴 목조 건물까지 세워 모스크바의 '명소'로 만들었다. 그 결과, 모스크바 관광 붐과 함께 '이즈마일로보'의 '베르니사쥐'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이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모스크바에 여행객이 거의 끊어지면서 '베르니사쥐'에도 매서운 한파가 밀어닥쳤다.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옛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가판대(?)가 들어섰다. 시민들도 집에서 쓰던 물건이나 골동품 등을 다시 갖고 나와 팔고 있다. 러시아에선 늘 빠지지 않는 중고서적 판매 매장들도 많다. 

1990년대부터 이 곳의 변화를 지켜본 교민으로서, '베르니사쥐'의 바뀐 모습에 사실 큰 충격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번화한 이 곳이 1990년대 '벼룩시장'으로 되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역시 레닌과 고르바초프, 브레즈네프 초상화가 걸린 가게다. 1990년대로 되돌아갔다는 증표로 여겨진다.

골동품 속에는 레닌, 고르바초프, 브레즈네프의 초상화들이 빠지지 않는다
러시아 정교회의 이콘(성화) 판매대 
러시아 전통의 그젤 도자기, 그릇 매장

그나마 다행한 것은,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요즘, 그동안 눈여겨 본 푸른 빛깔 '그젤' 그릇(도자기)이나 이콘(성화), 러시아 전통 공예품, 독특한 민속품, 골동품, 기념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즈마일로보'의 '베르니사쥐'로 함께 가보자.

글·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중고서적 판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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