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올리가르히 레베데프도 푸틴 정권의 손보기 리스트에 올랐다
또 한명의 올리가르히 레베데프도 푸틴 정권의 손보기 리스트에 올랐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2.08.0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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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올리가르히 알렉산드르 레베데프(53)이 푸틴 정권의 압력으로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이같은 사실은 본인이 외신과의 회견에서 공공연하게 폭로했다.

레베데프는 푸틴 대통령 처럼 KGB 요원(대령) 출신이다. 푸틴이 독일에서 근무할때 레베데프는 1980년대 런던에서 활동했다. 그래서 영국 동향에 정통하다. 그가 쓰러져가는 영국 신문을 잇달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90년대 러시아의 개방과 함께 사업에 투신한 레베데프는 금융산업에서 돈을 벌어 항공산업,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언론에도 손을 댔다. 올리가르히 1세대가 갔던 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11년 4월 발표에 따르면 그는 21억 달러의 개인자산으로 러시아 200대 부자 가운데 45위를 차지했다.

그가 푸틴 정권에 찍힌 것은 역시 야당 성향 때문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5월 푸틴이 대통령직에 복귀하고 난 뒤 우려하던 일들이 시작됐다"며 "문제는 국가가 개인적 권력 모델에 따라 통치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레베데프는 또 지난해 대규모 시위를 주동한 유명 블로거이자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비슷한 운명이 곧 자기에게도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푸틴에 반대하는 야권의 반정부 시위를 이끌어온 나발니는 지난 1일 한때 고문으로 일했던 지방 국영기업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형사재판 회부와 동시에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는 관계 당국이 벌써 3년째 자신을 외국으로 쫓아내려고 각종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중앙은행이 자신이 운영하는 '나치오날니 레제르브니 방크(국가적립은행)'을 조사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국가적립은행은 올해 1사분기에 중앙은행의 조사를 받은뒤 예금의 3분의 1이 인출되는 위기를 겪었다.

레베데프는 특히 검찰이 2011년 9월 TV 토론 프로그램 녹화 도중 논쟁 끝에 다른 재벌의 얼굴을 때린 사건을 꺼집어내 자신을 '공개 장소에서의 난폭행위'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레베데프는 그러나 "그들(정권)이 나를 감옥에 가두고 내 사업을 죽일 수도 있지만 외국 망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여기서 태어났고 개혁을 바라고 있으며 어떤 위협이나 공갈과 비방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베데프는 "푸틴 정권이 다른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며 "그들은 집회와 시위, 야당 성향의 단체, 독립적 언론 등이 없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베데프는 반정부 성향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를 발행하는 보니예 메디아를 소유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관심은 180년 역사의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를 사들여 무가지로 전환하고, 경영난에 빠진 영국의 '인디펜던트'를 1파운드(약 1천700원)에 인수하는 '특이한 결정'으로 이어졌다.

레베데프는 나아가 야권 지도자인 나발니와 협력해 왔다. 인맥을 동원해 나발니를 자신이 15%의 지분을 보유한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이사로 앉히기도 했다. 지난 4월 말에는 야당 의원인 겐나디 구드코프, 일리야 포노마료프 등과 함께 중도좌파 성향의 정치단체 '좌파 동맹' 조정위원회에 들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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