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 우크라이나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름을 올린 까닭?
3일 개봉 우크라이나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름을 올린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1.02 0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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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2021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 제작한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일리야 막시모프 감독).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오늘을 연상시키는 설정이 우선 흥미롭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기획에 참여하고, 공동 집필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관심을 돋구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 한국판(위)와 러시아판/사진출처:박수엔터테인먼트, @kinoafisha.info

국내에서는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으로 각인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10대에 인기 코미디 TV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건 맞으나, 그의 유명세는 '인민의 종'으로 알려진 인기 드라마의 주연과 콘텐츠 제작 능력으로 얻어졌다. 그가 세우고 키운 '스튜디오 크바르탈95'는 많은 화제작을 만들어냈다. 

오는 3일 국내에 개봉하는 우크라이나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79분. 전체 관람가)도 '콘텐츠 제작자'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되기 전인 지난 2017년 기획했다고 한다. 당시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모인 기획 회의에서 젤렌스키가 낸 아이디어가 결실은 맺은 것이다.

발상은 파격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년)를 원작으로 하지만, 컨셉 자체를 완전히 비틀었다. 걸리버가 상징하는 '거인'의 의미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고 하는 게 적절하다. 소인국에서 몸집이 큰 '거인'이 아니라, 몸집은 오히려 작더라도, 두뇌와 용기가 남다른 거인을 상정했다.

‘걸리버 리턴즈’에서 '거인' 걸리버는 릴리퍼트 공화국이 강대국 블레퍼스큐의 침공을 받자,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리턴'한다(돌아온다). 40년 전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거인 걸리버'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려온 릴리퍼트 공화국 사람들에게 나타난 '걸리버'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몸집도 너무 작고 평범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히(?)사기꾼 취급을 받았고, 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진출처:박수엔터테인먼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걸리버/동영상 캡처

그러나 걸리버가 다양한 기계와 기술로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고, 수로 문제를 해결해내면서 그의 존재감은 커졌고, "거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단순히 커다란 손이나 발, 무서운 목소리가 아니라 행동과 자신감"이라는 그의 말에 릴리퍼트 사람들은 믿고 따르기 시작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지난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전에 개봉(원작은 90분)됐다. 그러나 약소국 릴리퍼트와 강대국 블레퍼스큐간의 전쟁은 공교롭게도 현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린다. 특히 극중에서 블레퍼스큐의 대사들이 릴리퍼트를 찾아와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나라를 포기하고 바치라"고 강요하는 모습, 릴리퍼트 국왕이 이를 거부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시작하는 블레퍼스큐 총독에서 중첩되는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공동집필자로 이름을 올린 블라디미르 젤렌스키/영상 캡처

다만, 이 애니메이션이 크림반도가 지난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뒤에, 또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는 '제작 의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걸리버 리턴즈’는 미국을 포함한 73개국에서 정식 개봉했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걸리버 리턴즈' 한국 수입·배급사 박수엔터테인먼트는 "수익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극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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