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뒤집기) 합병 4개 지역을 러시아가 놓쳐서는 안되는 경제적 이유 4가지
우크라 뒤집기) 합병 4개 지역을 러시아가 놓쳐서는 안되는 경제적 이유 4가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1.0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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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무리하다시피 서둘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 헤르손주 등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합병 절차를 끝냈다. 합병을 서두른 이유로는 군사전략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나왔다.

군사전략상으로는 △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에 맞서 점령지(4개 지역)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합병이 유리하고, △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규칙상, 최악의 경우 핵무기 사용 협박을 가할 수 있으며 △ 흑해함대의 운영에 안정적인 해상 접근로를 확보한 뒤 △ 우크리아나와의 대치 지역에 가상의 군사분계선(우리 식으로는 휴전선)을 긋고, 실효 지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소련시절부터 개발돼온 산업단지를 손에 넣고 △ 농업국가 우크라이나에서도 '옥토중의 옥토'로 여겨지는 기름진 땅을 확보할 수 있으며 △ 흑해 무역로를 새로 개척하고, '흑해의 진주'격인 크림반도를 육로로 본토와 이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말 4개 지역 수장들과 합병 문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눈길을 끄는 것은 현지 언론 '러시스카야 가제타'(RGRU)가 10월 30일 보도한 '러시아 경제는 새로운 지역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라는 기사다. 이 매체는 "새로 얻은 4개 지역은 역사적 정의의 회복이자, 소련 체제가 (우크라이나에게) 준 선물의 반환"이라며 산업잠재력과 농업, 교통및 물류, 인적 자원 등 4가지 측면에서 경제적 이득을 분석했다. 

RGRU에 따르면 파벨 셀레즈네프(Павел Селезнев) 러시아 정부 산하 금융대학교 사회과학 및 매스컴 제1 부학장(정치학과 교수, первый замдекана факультета социальных наук и массовых коммуникаций, профессор департамента политологии Финансового университета при правительстве РФ)은 "4개 지역의 합병은 러시아의 인적 자원과 산업 잠재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는 새로운 지역에서 무엇을 얻을까' 제하의 RGRU 기사 웹페이지/캡처

합병된 지역들은 소련 시절부터 '산업 지대'로 유명한 곳이다. 소련 시절, 이 곳에 제철및 야금, 조선, 농축산물 가공과 유제품 등 경공업 분야에서 수천 개의 공장이 세워졌고, 분쟁 전까지 운영됐다. 사업 단지에 제공될 전력의 생산을 위해 대규모 발전소도 여럿이다. '핵 재앙' 우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세계 3대 규모의 '자포로제 원전'(Запорожская АЭС)을 비롯해 '드네프로게스'(Днепрогэс) 수력발전소 등 크고 작은 발전소가 산재해 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친러 무장세력이 장악한 DPR과 LPR에는 특히 광산과 제철및 야금 공장 등이 몰려 있다. 

올가 벨렌카야(Ольга Беленькая) 러시아 투자은행 '피남'의 거시경제 분석 분야 책임자(руководитель отдела макроэкономического анализа ФГ "Финам")는 DPR 수출액의 73%를 석탄, 무연탄, 코크스 등 천연자원이 차지하고, 각종 철강 제품이 또 18%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으로는 도네츠크 제철및 야금 공장을 비롯해 하리츠스키 파이프 공장, 시티폴 화학공장, 도네츠크 화학공장, 아조프마쉬 중공업 공장 등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거점으로 유명한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 제철단지는 거의 대부분 파괴됐고, 정상화는 어렵다고 한다.
 

파괴된 아조프스탈 제철단지 모습/텔레그램 캡처

LPR도 DPR과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2014년 이후 여러 기업들이 러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출의 70% 이상을 철강및 야금 제품이 차지한다.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으로 새로 점령한 자포로제 지역(州)에는 원전(자포로제 원전)과 연결된 기업이 적지 않고, '자포로제스탈'과 '모터 시치'와 같이 경쟁력 있는 기업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기필코 수복하려고 하는 헤르손은 농업과 목축, 유가공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러시아 농업부 장관이 "새로운 영토에서 최소 500만 톤의 곡물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것도 헤르손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헤르손에서 수확한 감자와 각종 야채, 과일 등이 크림반도 등 러시아로 공급되고 있다.

헤르손은 소련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었다. 소련 해체후 러시아 땅은 대부분 기후적 특성으로 농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곳이다. 겨우 10% 정도에서만 정상적인 경작이 가능하다.

지난 6월 크림반도에 선을 보인 헤르손산 오이. '헤르손 오이 25루블'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이같은 상황에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엔 강수량이 많은 비옥한 땅 200만 헥타르(h)의 농지를 헤르손에서 확보했으니, 세계 곡물 시장에서 러시아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곡물 뿐만아니라 해바라기와 오이, 수박 등 각종 야채·과일 수확도 가능하다.

자포로제 지역에서도 거의 220만h 경작지에서 밀과 보리, 완두콩, 겨자, 유채 등이 재배되고, DPR의 60만h 땅에서는 농업 외에 소와 돼지, 가금류를 사육하는 목축업이 가능하다. 

물론, 경제적 잠재력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전쟁의 여파로 합병 지역의 상당수 공장은 이미 가동을 중단했다. 전쟁이 끝난 뒤 기반및 생산 시설을 새로 깔아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천문학적인(?) 재정 자원이 필요하다. 벨렌카야 책임자는 DPR과 LPR의 수장들이 산업단지 정상화에는 각각 2조 루블과 1조 5천억 루블(총 3조 5천억 루블)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IVA 파트너스 캐피털' 이사 아르촘 투조프(Артем Тузов, Исполнительный директор департамента рынка капиталов ИК "ИВА Партнерс")는 "합병된 지역에는 새로운 기반 시설의 확충과 시설 현대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2014년 이후 이 지역에는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진짜 투자가 이뤄지면 이 지역을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로 만들 수 있다(이반 솔로비요프 법학 박사)는 말이나 다름없다. 주요 제품의 전체 생산 주기를 계산한 다음, 치밀한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고 솔로비요프 박사는 권했다.

합병으로 러시아는 흑해 무역로를 더욱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 지역의 주요 무역항은 '노보로시스크'가 유일했다. 당연히 과다한 물류 집중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않았다. 셀레즈네프 교수는 "러시아는 헤르손의 '스카도프스크', 자포로제의 '베르단스크' 등을 무역 항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유력한 흑해 무역항구가 될 아조프해의 베르댠스크(오른쪽 표시)와 흑해 연안의 스카도프스크(맨 왼쪽 항구)/얀덱스 지도 캡처

주요 기술인력및 노동력 확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4개 지역의 인구는 모두 600만 명이 넘지만, 친우크라이나계 주민들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4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곳에는 특정 기술 교육을 받았거나, 이미 전문성을 지닌 근로자들이 많다고 한다. "만성적으로 기술 인력이 부족한 러시아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셀레즈노프 교수의 진단이다. 지역내 교육열도 대단히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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