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음악원 교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출신 랄두긴 한국 공연
상트 음악원 교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출신 랄두긴 한국 공연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4.10.22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공연은 신비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동양문화를 접하면 연주하는 데도 강한 자극이 느껴지거든요.”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이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30년 이상 가깝게 지내는 ‘인생의 동반자’로 유명한 세르게이 랄두긴(53)이 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오는 26일 한국에 도착한 뒤 일주일 동안 머물며 첼로 독주회와 오케스트라 협연을 할 예정이지만, 전문 연주가답지 않게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방한을 앞두고 만난 그는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고도 말했다.

랄두긴은 “해외 공연 때는 낯선 환경이 내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 공연에서는 동양의 문화가 주는 신비한 자극이 연주하는 내 손 끝에 묻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보르자크와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곡을 연주할 예정”이라며 “연주의 차별성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주자 중에서도 역동성과 음의 정교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첼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에서 15년 동안 호흡을 맞춰오다 3년 전부터 솔로 활동에 나섰다. 게르기예프는 그의 천재적 재능을 계속 오케스트라에만 발휘해주기를 희망했지만, 랄두긴은 “평생을 연주해온 음악인으로서 더 늦기 전에 개인적 능력을 평가받고 싶다”며 독립했다.

랄두긴은 라트비아공화국 리가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음악학교를 다니며 피아노와 첼로 연주를 배웠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진학한 뒤부터는 건축과 디자인 등 도시 전체에 이탈리아 색채 물씬한 그곳에서 음악적인 재능을 키웠다.

랄두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첼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푸틴의 오랜 친구일 뿐 아니라, 대통령의 장녀(長女) 마리야(19)의 대부(代父)로, 대통령 딸의 인생을 이끄는 사람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가족과 공연을 보러 다니며,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음악에 심취하는 부드러운 면모를 갖게 만든 사람도 랄두긴이다. 마리야와 예카테리나(18) 등 푸틴 대통령의 두 딸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운 것도 다 랄두긴의 영향 때문이다.

랄두긴은 “한국의 오케스트라나 피아니스트 등과의 협연을 통해 더 많은 음악적인 교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이경미씨와 인연이 많다는 그는 기회가 되면 이씨와의 협연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학교에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며 “능력있는 학생들이 많아 조만간 훌륭한 연주자들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랄두긴은 한국 학생들을 직접 지도해 세계적인 연주자로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밝혔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정병선특파원 [ bschung.chosu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