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슈진단-11일) 헤르손 철군을 계기로 부상하는 '동절기 휴전설' - 미군이 군불 지펴
우크라 이슈진단-11일) 헤르손 철군을 계기로 부상하는 '동절기 휴전설' - 미군이 군불 지펴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1.13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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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헤르손 철수 발표 하루만에 드네프르강 서안으로 철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헤르손시에 우크라이나군 선발대가 진입했고, 우크라이나계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끝내는 방법은 목표를 안전히 달성하든가, 평화 협상 등 두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벨라루스와의 접경 지대에 건설중인 장벽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군의 드네프로강 동쪽 지역으로 철수 완료 발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 찾아내 분석하는 '우크라 이슈 진단-11일'자다/편집자

◇ 헤르손 철군 후 '겨울 휴전'?

알렉세이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겨울철에는 부분적이라도 휴전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겨울에는 적대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모든 당사자(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그 기간에 영국에서 훈련 중인 수천명의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귀국해 군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계 휴전설'과는 별도로,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올 겨울엔 키예프(키이우)와 모스크바 사이에 협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백악관 비공개 회의에서 이를(협상)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군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전장에서 합리적인 목표(**헤르손 탈환을 뜻하는 듯)를 달성했다"며 "이제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보좌관들은 적대 행위가 중단되면 푸틴 대통령에게 군대를 재편성할 시간만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 순방길에 나서면서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할 때까지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연히(?) 우크라이나는 협상 반대다. 헤르손 탈환의 기세를 이어갈 태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에 따르면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고문은 "우크라이나인의 95%가 군사적 수단에 의한 영토 해방에 찬성한다"며 "이같은 조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방의 군사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군은 탈환 공격은 커녕 방어하기에도 버겁다. 미국 등 서방 측이 '협상의 주도권은 우크라이나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미국의 11·8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야당(공화당)에게 넘겨준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부터 지금과 같은 '백지수표'성 군사 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쓰지 않으면 고철로 변할 군수품의 재고는 이제 바닥이 났고, 모자라는 155㎜ 탄약을 우리나라에서 사가야 하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우크라이나군 탱크/사진출처:우크라이나 군사TV(Военное ТВ Украины)

스트라나.ua는 "현재 어느 당사자도 전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으며, 전쟁이 위치적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믿는다"는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러시아군이 드네프로강 동쪽에 방어 진지를 구축한 이상, 우크라이나군이 도하작전을 시도하거나, 동진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황 분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지루한 교착상태에서 희생자만 늘어나면 '휴전 협상'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가기록원의 6.25전쟁 4단계 편에는 '유엔군과 조· 중연합군은 1951년 6월 한반도 문제를 더 이상 군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협상에 의해 해결하고자 하였다'고 기록돼 있다.(네이버 참조) 한국전쟁이 개전 1년만에 지금의 휴전선 인근에서 지루한 밀고당기기(교착 상태)를 계속하자, '협상에 의한 해결'이 모색되듯, 우크라이나 전쟁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승만 정부도 휴전 협상을 끝까지 반대했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 일간지 '빌트'의 군사전문가 율리안 료프케(Юлиан Рёпке)의 전황 분석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료프케는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철수하고 드네프로강 다리들을 폭파함으로써 남부지역 전쟁을 끝냈다"며 "앞으로는 자포로제(자포리자) 지역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막는데 치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헤르손시에 진주한 우크라이나군도 약 1km 너비의 드네프로강에 막혀 진격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전선은 급격히 자포로제 지역으로 옮겨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CNN 방송도 막사르 위성 사진과 인터넷 영상 등을 인용, 헤르손시의 안토노프스키 대교 등 드네프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7개중 4개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또 노바카호프카 댐 꼭데기에 있는 다리 2개(철교와 차량용)도 파괴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네프로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러시아군이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CNN의 전황 지도. 오른쪽 아조프해를 끼고 길게 뻗은 연주황색 지역이 러시아군 점령지로 크림반도와 바로 이어진다/웹페이지 캡처 

러시아는 헤르손주의 드네프로강 동쪽 지역을 확보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자로포제 점령 지역을 점차 안정화시켜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로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군사력을 움직일 것이라는 게 료프케의 결론이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자포로제 지역의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해 아조프(아조우)해로 진격하는 길이 남아 있다. 지금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만약 현실화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의 완벽한 승리이고, 러시아군의 대패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러시아군이 서둘러 헤르손에서 철수한 것도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헤르손 안토노프스키 대교 인근(혹은 아래)에 설치된 부교를 건너는 러시아군의 모습
러시아군 트럭이 드네프로강 파괴된 부교에 걸려 있는 모습/사진출처: 텔레그램@Александр Коц kotsnews

-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 병력 3만여명과 5천여개의 각종 군사장비를 드네프르강 동쪽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또 수리 대상 장비까지 모두 옮겼다고 했다. 그러나 텔레그램 등 SNS에는 러시아군의 철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헤르손의 철군이 푸틴 대통령에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헤르손 지역에 대한 기존의 결정(합병)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일부 강경파가 헤르손 철군을 비판하고 있는 것과 관련, '헤르손 철군이 대통령에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변했다. 

에이든 애슬리

-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 포로로 잡혀 사형선고를 받았던 영국의 우크라이나군 용병 에이든 애슬리가 프로 교환으로 석방된지 몇 달만에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애슬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 유튜버가 되기로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인과 용병들의 삶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의 연장을 위한 러-유엔 간의 협상이 제네바에서 시작됐다. 이 협정은 오는 18일까지다. 알레산드라 벨루치 유엔 제네바 대표부 공보책임자는 “러시아 식량과 비료를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협상 개최를 알렸다. 이번 협의에는 러시아측에서 세르게이 베르시닌 외무차관이, 유엔측에서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마틴 그리피스 유엔 사무차장(인도주의, 긴급구호 담당)이 참여했다.

- 네덜란드 정부는 유엔의 요청을 받고 로테르담항에서 러시아 비료 2만t의 선적을 허가할 예정이다.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벨로루시와 접경지대인 볼린, 리브네와 지토미르 지역에서 건설중인 장벽 사진을 공개했다. 

벨라루스 국경에 설치되는 장벽/사진출처:스트라나.ru

-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7개 주요 은행들이 미국 기업 등과 에너지 관련 거래를 내년 5월까지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에 대한 제재 예외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러시아 에너지의 시장 공급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제재 예외 대상 은행에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브네시에코놈방크, 오트크리티예, 소프콤방크, 스베르방크, VTB, 알파방크 등 7개 주요 은행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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