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성공 뒤에 어른거리는 불안한 그림자는 무엇?
우크라-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성공 뒤에 어른거리는 불안한 그림자는 무엇?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2.23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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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폴란드에서 두다 대통령과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인도될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을 '클릭'(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 군사 작전을 완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상원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동결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방안을 예산안 초안에 반영시키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젠(dzen.ru)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22일자/편집자

◇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는?

주요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내용과 현장의 뜨거운 반응, 수십차례의 기립박수 등을 근거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특유의 무대 장악력으로 초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분위기를 조성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겉보기에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내심 불안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22일 "서방의 많은 언론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을 2023 회계연도 미국 예산안의 의회 통과와 내년부터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는 하원의 주도권 변화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지원에 대한 현장 감사를 시작하겠다는 공화당내 (강경) 분위기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평가의 상당 부분을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제안한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과도 연계시켰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계속 '1991년 국경 (고수)'을 주장했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했다. 

회담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재정, 군사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전쟁을 계속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서방측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을 갖도록 하기 위해 그같은(지원 중단) 수단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외교 소식통의 말을 빌어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승리로 보이지는 말아야 한다는 정서가 미국과 서방 진영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퍼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 푸틴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도 영토에 관한 한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 방문에서 거듭 '1991년 국경 사수'를 외쳤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전쟁을 끝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 전선에서 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방측은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러시아군이 최소한 2월 24일 군사작전 개시 이전 상태로 물러나야 한다는 타협안이 가장 자주 거론되는데, 푸틴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의로운 세계'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텔레그램 캡처

관건은 전장의 분위기에 달려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반격을 막고, 나아가 더 많은 땅을 점령한다면, 현 전선에서 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아지고,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줄어들 것이다. 특히 새해 미국 하원을 장악할 공화당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론자들이 많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더 많은 군사적 성공을 거둬야 우군이 많아질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내다봤다. 

이 매체는 또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유럽의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안보 보장을 촉구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는 장기전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협상 트랙으로 조기 진입하려고 애쓰는 정서를 분명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동맹국(서유럽)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바이든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 따져보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회연설 직전, 우크라이나 국기를 의장단에게 전달하는 젤렌스키 대통령/텔레그램 영상 캡처

- 미국의 의회 전문지 '힐'은 공화당 소속 의원 213명중 86명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듣기 위해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젤렌스키대통령을 따뜻하게 환영했지만, 아직 우크라이나을 계속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소통 조정관은 "워싱턴은 러시아 민간 군수조직 '와그너 그룹'(러시아 식으로는 바이네르)이 북한에서 무기를 받았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무기의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와그너 그룹'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 주재 안보회의/사진출처:크렘린.ru

- 푸틴 대통령은 22일 안보회의를 끝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분쟁을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방어용 무기라고 주장하는데, 잘 알겠다"면서 그러나 "모든 건 반대급부가 있으며, 우리는 이 시스템을 클릭(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제공될 경우 러시아군이 이를 합법적인 목표물로 겨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외국 무관들에게 한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은 DPR의 영토 탈환에 집중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잘' 극초음속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됐으며,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군수 산업 단지를 파괴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1,300개 이상의 중요한 우크라이나 시설이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헤르손과 LPR(루간스크 인민 공화국) 등 총 815km에 이르는 최전선이 러시아군의 전투 능력 강화 조치로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최전선을 방문해 부대 배치 현황을 확인하고 지휘관들의 보고를 받았다. 그는 부대 방문 뒤 군 부대에 새해 인사를 건네며 "모든 게 괜찮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더 강력하고 현대적인 무기의 공급을 요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에 대규모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더욱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는 목적을 갖고 있었으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가 성공했다는 조짐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 2월 유럽연합(EU) 지도부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바렌드 레이츠 EU 대변인은 22일 "EU-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내년 2월 3일 열린다고 확인해줄 수 있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벨기에) 브뤼셀에 언제 방문해도 좋다는 열린 초대장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뤼셀 초청'이 정상회담 장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U가 제3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샤를 미셸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함께 대표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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