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10일) 유럽 순방 젤렌스키 대통령, 원하는 걸 얻었을까? 전투기는 아직?
우크라-10일) 유럽 순방 젤렌스키 대통령, 원하는 걸 얻었을까? 전투기는 아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2.11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10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공격을 러시아군에 의한 14번째 공습"이라며 "공습 간격이 길어지는 것은 미사일 부족 때문"이라는 우크라이나 공군측의 분석을 인용했다.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몰도바 영공을 통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오는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군 포로 현장 사살과 관련, 전쟁 포로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에게 러시아군 포로 처우에 우려 표명/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10일자/편집자

◇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기 지원 요청 결과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10일 영국과 프랑스, 브뤼셀을 돌며 유럽 정상들에게 무기와 탄약의 조속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서방측이 전투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기대하면서 '협상의 문제'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의 유럽 순방은 성공적이었을까? 러-우크라 언론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의 유럽 순방을 수행한 대통령실의 한 고위 인사는 미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전투의 강도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은 탄약이 다 떨어진 상태"라며 "우리는 무기와 탄약, 대포, 탱크, 장갑차, 전투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끈 무기는 역시 전투기다. 서방측으로부터 독일의 '레오파드2' 탱크 제공 약속을 받아낸 우크라이나에게 남은 현안은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 여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순방 중에 유럽 정상들에게 이 두가지를 간절히 요청했다. 하지만 전투기 제공에 대한 유럽 측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EU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0일 "프랑스와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도 전투기 공급은 비현실적이며 현재는 드론과 장거리 미사일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인도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혔고, 우크라이나로부터 F-16 전투기 지원 요청을 받은 네덜란드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전영국 총리는 전날(9일) 타이푼 전투기 10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을 제안했으나, 월리스 장관은 전투기의 생산과 관련된 여러 국가들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며 전쟁이 끝난 뒤 이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도 발트해 연안과 (중동의) 카타르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항공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측은 파리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간의 3자 정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로 전투기를 이전하는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은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이 결정적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폴란드도 전투기 제공에는 머뭇거리고 있다. "전투기를 키예프로 이전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앞장설 일은 아니다"며 "더 많은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미국)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고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에 스트라나.ua는 "EU 지도부엔 전투기 제공에 부정적인 신호들이 있다"며 "전투기 최대 생산국이자 운용국인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투기 제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늘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우크라이나 정권 내부에도 혼선이 있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전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무기와 전투기 (제공)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SNS에 올렸다가, 나중에 다시 글을 올려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고쳤다.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아예 "전투기 제공은 하룻밤 사이에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과 F-16 제공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전투기 제공에 가장 큰 걸림돌은 조종사다. 서방 전투기를 몰 조종사의 훈련은 '레오파드2' 탱크 훈련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 3년이, 적어도 몇 개월 이상 걸린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브뤼셀에서 "전투기 조종사 훈련 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인정했다. 이에 스트라나.ua는 "올 연말 전에 전선의 상황을 뒤집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의 F-16 전투기/사진출처:위키피디아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방의 퇴역 조종사들이 우크라이나군과 계약을 맺는 방법이다. 하지만 계약 조종사들이 러시아군에 포로로라도 잡히면? 나토 측으로서는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또 전장에서 전투기가 쉽게 격추될 경우, 세계 무기 시장에서 훼손될 브랜드 가치도 걱정된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EU 정상회담이 끝난 뒤 "EU 국가 지도자 중 서방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전투기 제공을 포함해)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할 것인지, 또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더 명확해지려면 올 봄의 대공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화상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일 폴란드를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말했다. 그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21일 러시아 연방의회(상원)에서 연례 국정 연설을 할 것이라고 크렘린이 발표했다. 21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DPR)와 루한스크주(LPR)의 독립을 승인한 날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24일) 러시아는 DPR과 LPR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특수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14번째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약 100발이 우크라이나로 날아왔으며, 이중 61발이 격추됐다고 한다. 그러나 하르코프와 자포로제 등 일부 지역의 전력 인프라는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많은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 러시아 민간 용병 업체 '와그너 그룹'의 창설자 프리고진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 해방에는 1년 반에서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크렘린이 오는 3월말까지 돈바스를 해방하라는 지시를 군사작전 최고 지휘부에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프리고진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크렘린은 전혀 다른 생각(장기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의 병사를 사살하는 장면이 담긴 텔레그램 

-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러시아 전쟁 포로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에 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이 기관의 마르타 후르타도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이 대변인 발언을 기관 사이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문제의 (러시아군 포로 사살) 영상은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군을 위협하지 않는 한 남자를 살해한 전쟁 범죄를 담고 있다"는 반러 성향의 분쟁정보팀 분석 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 미국, 독일을 포함한 35개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출전 금지 조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르기타 슈그즈디니에네 리투아니아 체육부 장관은 10일 영국의 주재로 35개국 장관들이 화상 회의를 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측은 "푸틴 대통령이 잔혹한 전쟁을 계속하는 한,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올림픽에 초청돼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여했다. 

- 러시아가 자국산 석유제품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서방측 조치에 맞서 내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씩 석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가격상한제를 직·간접적으로 따르는 모든 이에게 석유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른 석유국들과 상의하지 않은 독립적인 조치이며 시장의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표후 북해산 석유는 순식간에 배럴당 86달러로 치솟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