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동원령을 피해 인천공항서 체류해온 러시아인 5명 중 2명은 G1비자 받고 입국한다
부분 동원령을 피해 인천공항서 체류해온 러시아인 5명 중 2명은 G1비자 받고 입국한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2.15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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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3명중 2명에 대해 "난민 심사를 통한 구체적 판단 필요" 원고 승소 판결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병력 보충을 위해 러시아가 지난해 9월 발령한 부분동원령을 피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해온 러시아인 5명 중 2명은 조만간 G1 비자를 받고 입국한다. 시민단체 '난민인권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법무부의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난민신청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사실상 난민생활을 하는 러시아인들/사진출처:공익법 센터 어필
한국 법원, 동원령 피해 한국으로 간 러시아인 2명에 대해 입국 허가 결정/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인천지법 행정1부(부장 이은신)는 14일 30대 A씨 등 러시아인 3명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를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2명에게는 원고 승소를, 1명에게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징집거부가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박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처분은 위법하고, 심사를 통한 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이중국적자인 B씨에 대해서는 "제 2국적국이자 거주국인 키르기스스탄에 보호를 요청하거나, 보호 요청이 거부된 적 없다"며 "'난민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처분은 적법하다"고 기각(원고 패소)했다. 

이같은 판결 가능성은 지난달 말 선고 기일이 갑자기 연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지법 행정1부는 지난달 31일로 예정된 선고일을 돌연 2월 14일로 연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판부가 선고 기일 전날 밤 돌연 선고를 보름 뒤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A씨 등 3명은 지난해 9, 10월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를 떠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우리 정부에 난민심사를 신청했지만,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A씨 등은 4개월째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대기실에서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이들의 소송을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는 "난민 인정 여부를 떠나 심사 기회를 받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며 "늦었지만 법원이 (러시아인) 2명의 청구를 받아들인 부분은 매우 환영하고 나머지 1명의 청구를 기각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에 대한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난민네트워크 기자회견 장면/사진출처:난민네트워크, MBC 영상 캡처 

이들의 노숙자 생활이 러시아 현지 언론 뿐만아니라 미 CNN 방송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행정소송 결과는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변호사는 CNN 인터뷰에서 "A씨 등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받을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며 열악한 이들의 생활상을 전했다. 

인천공항에서 생활하는 5명 중 남은 2명도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별한 사유(이중 국적자)가 없는 한, 이들은 원고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엄격한 난민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20년 기준 24.8%)보다 훨씬 낮다. 지난해 12월 출입국 외국인 정책 통계 월보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8만4,922명이며, 심사 결정 완료자는 4만6,506명이다. 이 중 1,338명(2.9%)이 난민인정을 받았다.

사진출처:OBS 영상 캡처

더욱은 이들은 병역 기피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이미지도 넘어서야 한다. 미 CNN은 "18~35세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 의무를 지는 한국에서 병역은 민감한 문제"라며 "국가대표 운동선수나 K팝 슈퍼스타조차 병역을 면제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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