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1주년) 러-우크라 병력 손실은 진짜 얼마나 될까?
우크라 1주년) 러-우크라 병력 손실은 진짜 얼마나 될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2.2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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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1년간 상대의 전력 손실은 아주 많게, 자국의 손실은 매우 적게 추정, 발표했다. 전쟁 상태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와는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한 쪽이 승리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4일 지난 1년간 전장에서 희생된 양측의 인명 피해 규모를 산정하면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병력 손실에 대한 양측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선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한 달 보름 정도 지난 지난해 4월 15일 미 CNN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를 2,500~3,000명, 부상자는 약 1만명"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개월 쯤 뒤인 8월 22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약 9천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전선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CNN 인터뷰/캡처

흥미로운 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입' 역할을 한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추산이다. 그는 잘루즈니 총참모장과 비슷한 '1만명 사망설'을 제시했다. 문제는 기준 시점이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추산 시점보다 두달이나 빠른 6월에 약 1만명이 전사했다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 비율을 1대 10으로 추정(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대 6.5로 추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전쟁에서 공격하는 측의 병력 손실이 방어하는 측보다 3배나 더 많다는 게 전통적으로 확립된 손실 공식"이라며 "이 공식에 대입하지 않더라도 둘(잘루즈니 총참모장과 아레스토비치 고문) 중의 하나는 틀렸다"고 지적했다. 이미 죽어나간 병사가 6월~8월 두 달간 1천명이나 다시 살아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 나온 공식 자료는 지난해 9월 23일 안나 말랴르 국방차관의 전사자 발표다. 9천명이 죽었다고 했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발표와 비교하면, 전투 한달간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더욱 웃기는 건, 지난해 11월 30일에 추산한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전사자 규모다. 5개월전(6월)과 거의 다를 바 없는 '1만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튿날(12월 1일) 바로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에 의해 1만2,500면~1만3,000명으로 정정됐다.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인터뷰 장면

우크라이나군의 하루 사망자 수도 봄부터 가을까지 널을 뛰듯 들쭉날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하루 사망자를 약 60~100명으로, 6월에는 집권 여당의 '인민의 종' 원내대표인 다비드 아라하미아가 하루 200~500명으로, 8월에는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하루 30~50명이라고 각각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병력 손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라나.ua는 "그간의 많은 자료로 판단하면, 격전지 바흐무트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전사자가 급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흐무트 전투에서 많은 사망자및 부상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서방 언론에서 쏟아졌고, 개개인의 전사 소식도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각 지역에서는 군 장례식도 잦았다고 했다. 동시에 병력 충원을 위한 동원령도 강화됐다.

서방 측은 병력 손실이 급증하자, 우크라이나 측에 전력 유지와 추후 반격 작전을 위해 바흐무트 철군을 조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트라나.ua는 "바흐무트 전투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순간, 포돌랴크 고문도 바흐무트 방어에 큰 대가를 치루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이후 키예프 측은 병력 손실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의 병력 손실 추정 발언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묘지/사진출처:스트라나.ua

비공식적인 손실 추정은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 제1 부사령관 출신으로 대통령 산하 국가안보및국방회의(통칭 국가안보회의) 부서기(사무 부총장)를 지낸 세르게이 크리보노스가 지난해 9월 주장한 '수십만 명 설'이 유일하다.

당시 크리보노스 전 부서기는 "우리가 2월, 3월, 4월 (러시아군의 공세에) 버텼던 것은 정부가 나섰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군대를 조직하고(자원 입대), 막아 냈기 때문"이라며 "당국은 그때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왜 수십 명씩 죽어갔는지, 물어볼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갖고 있으며,  수십만 명이 죽었는데, 그들이 무엇을 위해 죽어갔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그는 수십만명이 민간인 손실인지, 순수한 군사적 손실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았다. 

서방 측의 추산은 아예 단위 자체가 달랐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10만명 이상이 죽거나 부상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아마 우크라이나 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다른 고위 관리들도 병력 손실을 비슷한 규모로 추산했다. 스트라나.ua는 "서방에서는 주로 이를(10만명) 병력 손실 규모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우크라이나군 사망자 추정 발표/사진출처:스트라나.ua

특히 곤욕을 치른 인물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30일 "러시아 침공 이후 1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가 우크라이나측으로부터 된통 당했다. 그녀는 "10만명속에는 부상자도 포함된다"며 한발 물러서야 했다. 그 후 서방측은 우크라이나군 병력 손실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중단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군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양측에서 너무나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기에 '고기 분쇄기'라는 별칭을 얻은 '바흐무트 전투가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도 꾸준히 증가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러시아 측이 지난해 9월 추정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은 11만명 정도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해 9월 말 우크라이나군은 6만1,000명이 사망하고 4만9,000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초에는 우크라이나군이 1월에만 6,500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죽었는지 다쳤는지는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적진을 향해 불을 뿜는 러시아군 탱크/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에 대해서는 서방 측에서 워낙 많은 추정 자료를 내놓았기에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눈길을 끄는 건, 서방과 우크라이나군의 추정 사이에 너무나 큰 간격이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합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월 현재 14만6천 명 이상을 잃었다. 하지만 영국 정보국은 러시아군의 사망자는 4만~6만명, 부상자를 포함하면 병력 손실이 2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러시아군 10만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공식 발표는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쇼이구 장관은 5,937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너무 적어 러시아내에서도 진실 공방을 불러 일으켰다. 

개전 초기(2022년 3월 말)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ok.ru에 올라온 전사자 주모 메시지/캡처 

그렇다면 실제 양측의 병력 손실은 얼마나 될까? 

핵심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손실 비율에 대한 추정치다. 전통적인 손실 비율은 방어와 공격이 1대3이다. 그러나 밀리 미 합참의장은 방어(우크라이나군)와 공격(러시아군)이 비슷하다고 했고, 영국은 러시아군 손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에 대한 영국 정보국의 추정치는 우크라이나군 합참보다 몇 배나 더 적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방어와 공격의 손실 비율 1대3 원칙'이 이번 전쟁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쟁정보팀'(Conflict Intelligence Team)의 창립자 루슬란 레비예프 등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에선 시가전이 아니라 포 공격으로 군인들이 사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년의 절반 이상은 러시아가 공격에 나서는 바람에 병력 손실이 우크라이나군보다 많은 수 있지만, 러시아군의 거센 포(미사일) 공격에 우크라이나군도 방어 진지에서 죽어나갔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망자 규모는 지난 21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서 나왔다. 2022년 2월 24일부터 2023년 2월 15일까지 지난 12개월 간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8,006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1만3,287명이 부상했다. 어린이 487명이 목숨을 잃었고 954명이 부상했다. 국제실종자위원회(헤이그)는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전쟁 중 실종자 수를 최소 1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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