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1주년) 냉정한 전쟁 2년차 전망은? 크림반도식, 한국전 시나리오, 제 2의 쿠바사태
우크라 1주년) 냉정한 전쟁 2년차 전망은? 크림반도식, 한국전 시나리오, 제 2의 쿠바사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2.27 0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전 1년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 표현으로는 특수 군사작전)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전쟁 종식에 대한 희망은 있기나 한걸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4일 "개전 1주년을 맞아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한 달 이상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궜다"면서 그러나 "예상된 대규모 공세는 없었다"며 전쟁 2년차를 냉정하게 전망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개전 1주년을 전후해 각 전선에서 지난 몇 개월과 다른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점령을 위해, 우글레다르와 아브데예프카, 마리인카 등을 향한 제한적 공격을 계속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는 러시아군이 화력의 우위를 앞세워 우크라이나군을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서쪽으로 밀어내는 지역적 공세에 초점을 맞췄다.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냉정한 분석이 아니라, '아니고 말고'식 감정적 전망이 가져온 결과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의 이같은 예측은 늘 빗나가곤 했다. 그럼에도 이를 반성하고 고개를 숙이는 법은 없었다. '전쟁이니 으레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다.   

러시아군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 장면/현지 매체 영상 캡처

스트라나.ua의 전쟁 2년차 예측은 다르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세를 펼치는 데 수반되는 제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고, 설사 이를 무시하고 러시아군이 총공격에 나서더라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스트라나.ua가 지적한 러시아군의 문제는 여러 가지다. 우선 최전선에서 수십km 떨어진 우크라이나 포병 부대를 공격할 고정밀 타격 무기가 부족하다. 또 부대간 교신을 위한 통신 시스템과 개전 초기에 러시아군 진격의 발목을 잡은 적 정찰및 위치 추적 시스템의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군와 마찬가지로) 포탄(탄약) 부족 문제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물론 있다. 러시아 군산복합체(방위산업체)가 제한된 자원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다른 국가로부터 사들이는 것이다. 확률이 높은 쪽은 구매다.

스트라나.ua는 "이란으로부터 무기 구매는 진행 중이지만, 최근 소문이 돌고 있는 중국의 무기 공급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면서 "하지만 그게(중국의 무기 판매) 현실화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서 러시아는 총공세에 요구되는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4개 점령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자포로제주, 헤르손주) 방어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점령한 4개 지역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군사적 정치적 승리가 될 것이라는 판단(스트라나.ua의 자체 평가)에서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전차 파괴 장면/우크라 군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루트/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군의 방어 전략은 어느 시기에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모두 늦봄이나 초여름 쯤 반격 작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반격의 주요 루트는 자포로제에서 남진하면서 러시아군을 동서로 분리한 뒤, 아조프(아조우)해 쪽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 길은 크림반도와 맞닿는다.

크림반도 경계지점에 도달하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크림반도로 진격하는 것과 (미국 고위 인사들이 목표로 제시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나서는 방안이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진입하기 보다는 '강력한 위치에서'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선택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평화협상'의 기본 골격을 인정한 셈이다. 이를 '크림반도 시나리오'라고 불렀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진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 등 서방의 태도다. 크림반도가 위협받을 경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서방 진영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나.ua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크림반도 공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초 우크라이나군의 헤르손시(市) 탈환 직전에도 비슷한(핵무기 사용) 우려가 예상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간과해서는 안될 건, 크림반도가 헤르손보다 훨씬 모스크바에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폴란드에서 도착한 레오파드2 전차 인수 장면.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슈미갈 총리가 직접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반격작전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군의 방어 역량뿐 만아니라 서방의 무기 제공 속도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서방의 무기·탄약 공급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공 속도다. 서방 측이 제공하기로 한 독일산 '레오파드 2' 탱크는 이제 겨우 폴란드로부터 4대가 도착했을 뿐이다. 독일은 (탱크를 제공하기로 한) 유럽 동맹국들의 협조가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전투기 이전은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설사 제공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올해내 인도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스트라나.ua는 '크림반도 시나리오'외에 '한국전쟁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잔전이 성공할 경우, 전쟁의 판이 바뀌고, '크림반도 시나리오'로 달려가지만,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전쟁 시나리오'와 같은 휴전협상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다른 가능성으로는, 양측이 새로운 유형의 무기 공급(우크라이나는 서방 무기, 러시아는 중국 무기)을 통해 판세 전환을 기다리면서 (지금과 같은) 소모전을 계속할 수도 있다고 했다. 

키는 주로 서방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서방 측이 오랫동안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전투를 축소하고 문제를 동결(휴전 혹은 종전)하도록 조언할 것인지 여부다. 서방에서는 지금 상충되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미 행정부가 겉으로는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속으로는 우크라이나 지원 자원이 무제한이 아니다는 주의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미국에는 전쟁의 장기화를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경제 관계 재개를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스트라나.ua는 지목했다.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러시아 경제다. 지난해에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하에서도 러시아 경제가 2.1% 마이너스(역)성장에 그치며 그럭저럭 버텨냈다. 그러나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미 유럽이라는 주요 에너지 시장을 잃었고, 수출 가격도 작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EU는 계속 대러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제재 회피나 우회로를 막기 위해 제 3국을 향해 '제재 경고'까지 날리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스트라나.ua는 내다봤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 정치국 위원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한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변수는 중국과 인도, 터키와 같은 친러 국가들의 움직임이다. 이들 국가가 계속 러시아에 경제적 도움을 줄 것인지 여부에 따라 러시아는 '전쟁과 협상' 중에서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협상이 아니라, 장기 소모전으로 가더라도, 양국의 주요 위험으로는 내부의 불안정(소요와 반전시위 등)을 스트라나.ua는 꼽았다. 내부 불안정은 전선, 군대 및 국가 행정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양국 내부에서 불안정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상대의 공작 등이 작동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마지막으로 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 2의 쿠바 사태'를 들었다. 러시아가 서방(나토)과 직접 대결하는 구도로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의 거듭되는 핵무기 사용 위협은 나토와의 '전략적 딜'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스트라나.ua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모두 이 시나리오를 믿지 않고 있지만, 100% 배제할 수는 없다. 러시아 군대가 패배의 길로 들어서거나, 서방의 대우크라 군사 지원이 급증할 경우, 더욱 그렇다.

여기에서 중국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평화안은 핵무기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스트라나.ua는 중국의 힘(?)으로 '제 2의 쿠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봤다. 거꾸로 조기 휴전및 협상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