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1주년/끝)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객관적인 눈? 국내 언론과는 다른 눈?
우크라 1주년/끝)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객관적인 눈? 국내 언론과는 다른 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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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2월 24일)을 계기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언론 기획물과 전문가 시각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반(反)러시아-친(親)우크라이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본 그 높이에 그 방향이다.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이다.

피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전쟁 1주년을 맞아 '숨어 있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판에, 제대로 모르는 제 3자가 너무 일방적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을 보는 눈도 필요한 법이다. 특히 '팩트'를 근거로 한 현실 분석이 중요한 시대다. 

많은 게시물 중에 그나마 몇 가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의 모든 국내 언론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나름 팩트를 근거로, 객관적이면서도 숨어 있는 배경을 제대로 분석한 의도가 돋보여 소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이런 측면도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만 이해해 준다해도 그걸로 족하다./편집자 

엊그제(2월 28일) 헤럴드 경제에 실린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칼럼 '더 뉴 월드 이코노미'(The New World Economy)는 전쟁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게 동정심을 표시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우크라 정부와 국민, 미·러에 대리전 거부한다고 말해야'는 제목이 달린 이 칼럼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곧 끝나고 경제 회복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가 자국이 2014년 발발한 미국-러시아 대리전쟁의 희생양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대신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키예플 방문한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제프리 삭스 교수는 왜 미-러 대리전 주장을 펼까? 그동안 미국 대리전의 희생양이 된 국가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대리전의 희생양으로 맨 먼저 꼽은 뒤 그 긴 역사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는 9년 전 미국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탄핵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점에서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죄목은 우크라이나(그리고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유지하려고 한 것이었다. 미국의 목표는 흑해 연안지역에서 나토 국가들로 러시아를 둘러싸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으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 왔다".

삭스 교수는 미국 측 주도자들로 바이든 대통령(2014년 당시에는 부통령)과 그의 안보보좌관 세이크 설리번,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그가 제시한 방안은 전쟁 발발전인 2021년 말,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요구한 세 가지 조건과 거의 유사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중립국이 된다. △크림반도는 1783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러시아 흑해 함대의 본거지로 남는다.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현재는 러시아와 합병)에 대해서는 영토 분할, 자치권 보장, 휴전선 설정 등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이 합의는 2021년 12월이나 2022년 3월(러-우크라 이스탄불 평화협상)에 나올 수도 있던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비판적 지식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엄 촘스키 미 MIT와 애리조나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인간적인 범죄'"라고 전제하면서도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를 도발했고(provoked), 앞뒤 가리지 않고 제재한 것으로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 미국의 전쟁 전문가 등은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 통신과 항만·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철저히 부숴놓을 것으로 봤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처럼 말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 초기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의 일상생활은 원활하진 않았지만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인식, 군사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형제국인 우크라이나의 삶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는 없다는 인간적인 감정이다. 그것은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군사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다. 물론, 이 접근법은 미국 등 나토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러 적대적 감정에 의해 퇴색됐고, 러시아군이 초기 군사작전에서 실패하는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암흑세계로 빠진 우크라이나(위)와 폭격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대피한 키예프시민들/사진출처:나사, 텔레그램 '바자'

촘스키 교수도 이를 의식한 듯 "요즘 러시아군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했던 것처럼 인프라를 철저히 부숴버리기 시작했다.(중략) 이런 전쟁 양상이 이어진다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더욱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우려하는 상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초정밀 장거리 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군이나 미국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초정밀 미사일을 운용하기는 불가능하기에 미국 쪽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잘 아는 러시아가 폴란드 등에 있는 미사일 병참기지 등을 공격하고 나서면 확전이 본격화한다. 그 결말은 입에 담기조차 부담스러운 국지적 또는 전면적 핵전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시절까지 되돌아가야 한다"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소련이 나토 안에서 독일이 통일(1990년)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나토는 독일 너머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에게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의 약속은 아주 분명했다. 오해의 소지도 없었다. 그가 고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이 문서로 남아 있다. 미국 국가안보문서국(National Security Archive)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부시가 고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을 문서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약속을 뒤집었다. 폴란드 등을 나토에 가입시켰다(1999년). 클린턴은 친구인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게 폴란드계 등 동유럽 출신의 미국인 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뒤 ‘미안하다!’고 말했다. 클린턴이 신냉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신냉전은 조지 W 부시(아들) 대통령 시절에 더욱 심해졌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까지 서방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해 무산됐다.”

나토의 동진정책에 러시아가 실제적인 위협을 느낀다는 점을 촘스키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도를 한번 보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활짝 열려 있는 ‘노는 골목’ 같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옛 소련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국내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란 책을 펴낸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세프리 삭스-노엄 촘스키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각을 보여준다. 문화웹진 '채널 예스'는 이해영 교수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일곱 가지 질문'이란 제목을 달았다. 

채널 예스의 이해영 교수 인터뷰/캡처

이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이 전쟁은 여러 가지 성격을 갖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중 하나로 2014년 키예프(키이우)에서 일어난 '유로마이단' 사건을 들었다. 그는 "한쪽에서는 '혁명', 한쪽에서는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유로마이단' 이후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내전이 시작되었다"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강경 우파가 키예프 정권을 장악한 뒤, 이에 항의하는 (러시아계) 돈바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2월 16일 상황은 더욱 긴박해졌다. 이 교수는 "2월 16일은 우크라이나 '통일의 날'"이라며 "이날을 맞아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향해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고, 돈바스에서는 총동원령이 발령되고 주민들은 러시아로 소개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월 24일 러시아군이 본격적으로 개입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개전에 관한 상세한 전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전쟁 1주년 특집 기사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추적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돈바스 공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껏해야 "그 이전의 전투 규모나 양상을 넘어서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대한 러시아군의 개입이 아니라, 러시아군의 의도된 전면 공격"이라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서방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게 2022년 9월 말 이후다. "연말과 2023년 초가 되면서 전쟁의 내러티브가 바뀌었다. 2022년 9월에 어떤 일이 있어났을까? 하르코프(하르키우)를 점령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후퇴하고, 헤르손 지역의 드네프르강 서안에 있던 러시아군도 철수했다. 서방 언론은 그 과정을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당시의 전황을 자세히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헤르손시의 드네프로강 서안에서 강을 건너 동쪽으로 철수하는 러시아군의 모습 

국내 언론은 러시아군의 철수를 '우크라이나의 승리' '러시아의 패배'로만 규정한다. 소위 '작전상 후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마저도 '러시아의 패배로 몰아간다'는 뜻이다. 그는 "하르코프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한 까닭은 투입한 병력에 비해 점령지역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고, 헤르손 지역도 러시아군의 보급로가 너무 길어 불안했기 때문에 작전상 병력을 빼내 전선을 재편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통해 전쟁에서 좀 더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게 한 뒤 협상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방의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각종 군수 물자 지원은 이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서방 주류 언론이 이야기하는 내러티브, 스토리 말고 이 전쟁의 본질과 실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에 실린 '강윤희의 러시아 프리즘'은 좀 더 현실적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돈바스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고전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전 세계적으로 반러시아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러시아 전문가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불편한 진실을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는 없다"며 (국내 언론보도와는 다른) 전황을 설명했다. 

강 교수는 "러시아군은 오합지졸이고 러시아 군지도부는 무능하고 러시아 탱크는 대부분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되었다고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그간의 언론 보도와 달리 돈바스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러시아군 장갑차가 파괴되는 모습/영상 캡처

첫째는 병력 문제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10차에 걸쳐 대대적으로 예비군을 동원하였지만, 그간의 치열한 전투로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녀는 "뉴스는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만 이야기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이 러시아군의 손실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황보고서도 있다"고 소개했다

둘째는 무기 부족 문제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측의 탱크 지원 요청에 따라 미국의 에이브럼스, 독일의 레오파트2 탱크 지원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해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는 역으로 우크라이나가 나토 측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들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부분동원령에 의해 30만 병력을 동원했고, 군수물자 생산을 급격히 늘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러시아 군수공장은 24시간 풀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병력과 군수 물자 보급만으로 전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 '물류(병참) 전쟁' 단계라는 게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현실 인식이다. 우크라이나군에게는 그만큼 군수물자 지원이 급박하다는 뜻이다.

나토측이 지원하기로 한 몇 백 대의 탱크가 제대로 최전선에 도착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화력 부문에서 앞서고 있는 러시아군을 점령 지역에서 밀어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정밀 장거리 미사일이나, 전투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현 상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역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중이다. 언제든지 현 전선에서 휴전하면, 러시아는 점령지역을 크림반도처럼 완전히 러시아 땅으로 만들 것이다. 실제로 그 지역에 러시아계 주민이 의외로 많아 러시아화가 생각보다 쉬울 지도 모른다.

이같은 현실적인 분석이나 전망을 도외시한 채 눈앞에 펼쳐지는 나토군의 군사지원이나 우크라이나군의 일시적인 드론 공격, 일진일퇴 공방전 속의 우크라이나군의 발표를 근거로 내일을 전망한다면, 나중에 크게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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