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후, 3일) 우크라 무장단체의 국경 마을 습격에 크렘린도 크게 놀랐다?
전쟁 1년 후, 3일) 우크라 무장단체의 국경 마을 습격에 크렘린도 크게 놀랐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04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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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1년을 되돌아보는 기획기사를 다섯 꼭지나 내보낸 뒤에도 현지 전황에선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개전 1주년을 전후해 러시아군이 총공격, 대대적인 공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만 요란했을 뿐, 실제로는 조용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측, 혹은 서방 외신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의도적으로 떠들기만 했다. 러-우크라 모두 준비된 병력과 무기, 탄약이 부족한 상태에서 '총공격'이나 '반격'이라는 단어는 현지에선 아예 설 자리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대치 중인 주요 전선에서 러-우크라 군간에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거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느 한쪽의 전과가 약간 예상될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같은 포맷으로 매일 정리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크라 전쟁 2년차에는 어떤 방향으로 다뤄야 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결론은 이렇다. 매일 매일 소식을 전했던 지금까지의 틀에서 벗어나, 눈에 띄는 변화를 지켜본 뒤 한번에 정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먼저, 러-우크라-벨라루스 3국 접경 지대인 러시아 브랸스크주(州) 국경마을을 습격한 친 우크라이나 '무장단체 RDK'와 그 의미, 후속 조치 등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친 우크라 무장단체가 습격한 러시아 국경마을. 왼쪽이 벨라루스, 아래가 우크라이나/사진출처:스트라나.ru

◇ 러시아 국경마을을 뒤흔든 총소리

러시아 브랸스크주는 우크라이나군의 포 공격이 잦은 곳이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하듯, 우크라이나군도 그랬다. 대상지역이 우크라이나 접경 브랸스크주, 쿠르스크주, 벨고로드주 등 3곳이다. 이 곳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폭격(혹은 포격)은 지난 1년간 으레 그러려니해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2일 상황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아침부터 40~50명의 무장군인이 우크라이나에서 국경을 넘어 국경 마을 2곳(클리모프스키 루베차네, 수샤니)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가스관과 전력 공급선을 폭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역 주민이 인질로 잡혔다는 등 흉흉한 소문도 순식간에 퍼졌다.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그룹의 브랸스크 공격을 (테러)라고 규정/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이 소문들은 나중에 현지 지역 당국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러시아 국경 수비대와 연방보안국(FSB) 소속 특수 부대가 '사보타주'(비밀 파괴공작) 요원들에 대한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는 공식 발표가 FSB로부터 나왔다. 또 민간이 2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한명이 다쳤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또다른 국경 마을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사건은 모스크바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우크라이나군이든, 반정부 무장단체든, 테러단체든, 러시아 영토로 들어와 총격을 가하고,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크렘린은 사건 직후 "푸틴 대통령이 지방 방문(일부 언론은 북카프카스 스타브로폴 방문으로 보도)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도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긴박하게 움직였다는 증거다. 현지 기자들도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에게 "이 사건을 계기로 특수 군사작전의 성격이 변할 것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직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을 습격한 친우크라 RDK(Русского добровольческого корпуса) 모습/RDK 영상 캡처
브랸스크 습격을 테러행위로 규정한 푸틴 대통령 발언 모습/

푸틴 대통령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소위 테러 단체들이 테러 행위를 저지른 뒤 "우리가 했다"고 나중에 발표하듯이, '러시아 자원의용군'(Русского добровольческого корпуса, RDK)이라는 단체가 "우리가 한 행위"라고 나섰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서 러시아인들을 향해 "함께 크렘린에 맞서 싸울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 자원의용군'이라는 반정부 무장단체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러시아 FSB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 단체'의 소행이라며 RDK라는 조직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트위트를 통해 “(가짜 깃발 작전과 같은) 전형적인 러시아의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우크라이나 연루 여부를 부인한 뒤 “러시아는 전쟁 개시 이후 자신들의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자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러시아를 겨냥한 현지 '빨치산'(게릴라) 단체는 더 강해지고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RDK의 행위에 '빨치산' 이미지를 부여했다. 반공 국가인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에서 빨치산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일 "RDK가 우크라이나편에서 싸우는 국제의용군의 일원"이라며 "우크라이나 당국의 동의 없이는 브랸스크 지역을 습격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습격당한 두 마을은 우크라이나 체르니히브주(州)에서 도보로도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가깝다. 두 마을간 거리는 약 20Km. 각각 300명 안팎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RDK의 습격 루트/사진출처:vk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흉흉한 소문들은 거의 모두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40~50명의 무장 그룹이 스쿨버스에 총격을 가하고, 마을을 점령하고 주민들을 인질로 잡았다는 게 대표적이다. 정황상 무장단체가 자동차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어린이가 부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이들이 타고 있던 '니바'(러시아 SUV 자동차 브랜드)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보타주 요원들은 국경마을을 한바탕 휘저은 듯 러시아 영토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RDK는 어떤 단체? 

이 단체는 러시아 국경마을 '루베차네 보건소'를 배경으로 찍은 무장 군인들의 영상을 올렸다. 노란색 완장을 찬 두 사람은 '러시아 자원 의용군'을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RDK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 러시아인들이 지난해 8월 결성한 단체"라며 "민족주의 무장단체 '아조프 대대' 전사들과 기타 부대원들이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소속으로, 러시아인들이 결성한 두 부대 중 하나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자유군'(Свобода России)으로 불린다. 

RDK 홍보 영상

RDK는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서 "러시아 자원의용군은 자유로운 러시아인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푸틴)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브랸스크 지역에 왔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올린 또다른 영상에서는 "우리는 RDK가 아닌 조국 해방군을 조국(러시아)에 보낼 것"이라며 "푸틴의 정권에서 당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 

영상에 등장한 한 사람은 지난 2017년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러시아인 데니스 니키틴으로 밝혀졌다. 우크라이나의 한 언론은 니키틴과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매체 자보로나(Заборона)는 지난 2020년 니키틴을 'White Rex'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극우세력이 참여하는 종합 격투기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네오-나치'로 분류했다. 

RDK가 이날 러시아 국경 마을 습격에 나선 이유가 뭘까?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역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푸틴 대통령을 엿먹이기 위한 상징적 행위"라고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드론이 지난 며칠간 러시아 영토 깊숙히(모스크바 인근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했다"며 "러시아에 큰 피해를 안겨주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사회에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당국의 권위를 떨어뜨려 반전 감정을 키우려는 의도와 다를 바 없다"고 해석했다.

물론, 이 사건이 몰고온 부정적인 결과도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빅토르 소볼레프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하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체첸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이번 공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지역을 정밀 폭격할 것"을 촉구하며 "가장 가혹하고 잔인하게 보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디로프는 크렘린을 향해 지역별 부분 계엄령 발동도 요구했으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것은 순전히 러시아 대통령의 권한으로, 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3일 밝혔다.

스트라나.ua는 "포돌랴크 보좌관이 앞서 지적한 것처럼, 모스크바는 이 사건을 '키예프=테러', '전쟁 확대 불가피' 등의 명분으로 삼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민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오늘의 주요 뉴스 요약

- 워싱턴을 방문중인 숄츠 독일 총리는 3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분열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우리는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평화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3일 SNS를 통해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며 "우크라이나군으로 통하는 길은 단 하나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 길을 통해 병력을 철수시키라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우크라이나군 일각에서도 "철수 명령을 받았다"는 군 지휘관의 발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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