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후-8일) 혼미한 바흐무트 격전 상황 총정리 - 철수냐 사수냐? 갈림길
전쟁 1년 후-8일) 혼미한 바흐무트 격전 상황 총정리 - 철수냐 사수냐? 갈림길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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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연합군(러시아 정규군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민병대, 용병 와그너 그룹 등)이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의 동부 지역에 진입한 뒤 본격적인 시가전이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철수냐? 사수(死守)냐?

그 어느 것도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군최고통수권자(대통령)와 부하들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군작전 최고지휘관 간에 갈등설도 터져나온 상황이다. 전황을 둘러싼 분석도 엇갈린다. 그만큼 공방전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혼란스런 바흐무트 상황을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의 최근 전황 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바흐무트 시가지 전투 장면. 피어오르는 연기속에 탱크(장갑차)의 모습도 보인다

 

◇ 2월 8일 상황 

- 러시아 용병 부대 '와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바흐무트 동부 지역 전체(바흐무트강 동쪽)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종군 텔레그램 채널은 '와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북서쪽 슬라뱐스크로 향하는 고속도로 인근 마을 '두보보-바실리예프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측은 이 주장을 확인하지 않았다. 

- 미국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동부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철수한 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강 동부 지역을 점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ISW는 "6, 7일 공개된 영상에는 바흐무트강에서 200m 이내 지역에 러시아군이 배치돼 있다"며 "그들은 이전에 목격되지 않았던 바흐무트 동부 지역에서 편안하게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중부와 서부로 철수했다"고 요약했다. 

바흐무트 상황 지도. 오른쪽이 러시아군 점령지. 노란색 지역이 주요 전투지역. 이 기사에 나오는 '흐로모보', '차소프(차시브) 야르' 마을 등이 왼쪽에 표시돼 있다.

-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은 "바흐무트가 며칠 내로 러시아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러시아가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걸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공격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지만, 바흐무트가 결국 며칠 내로 함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게 이번 전쟁의 변곡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장군이 최근 2주일내 네번째로 바흐무트를 방문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다단계 방어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각 단계마다 적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선 바흐무트 방문에서 현지 지휘관들에게 지원군의 바흐무트 파견이 결정됐다고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바흐무트로 향하는 주요 보급로(흐로모보~바흐무트, 콘스탄티노프카~이바노프스코예)가 적(러시아군)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은 주로 비포장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6일에는 봄철 해빙기에 진창으로 변한 비포장도로의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흐무트를 또 방문한 시르스크 우크라 지상군 사령관

-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바흐무트 상황을 논의했다. 그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현재 상황과 우크라이나 최고 지도부가 내린 결정을 미국 측에 알렸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는 "협의의 핵심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며 협의 내용을 이렇게 추정했다. 러시아군의 포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것과 우크라이나가 준비 중인 반격 작전에 서방 측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다. 

-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우크라이나가 오는 4월부터 대규모 공세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전쟁 초기부터 약속한 군사 지원의 40%가 최근 3개월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은 새로운 군단(군단은 6개의 여단, 총 2만명으로 편성, 여단은 3천300명으로 구성) 3개를 편성(총 6만명)할 만큼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공격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예비군을 전선에 투입하기 보다는 전력 강화를 위해 훈련해왔으며, 봄철 반격 작전에 이들을 동원할 것이라고 이 잡지는 예상했다. 하지만 동원된 우크라이나 예비군은 전투 경험도, 탄약도 부족해 반격 작전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사수 작전은 반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포위 위험을 무릎쓰고, 또 큰 손실을 보면서 바흐무트에 남아 있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바흐무트가 포위당해서는 안 되고, 도시를 방어하는 동안 우리 군대가 반격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CNN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러나 반격이 정확히 어디에서 준비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 7일 상황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아르테모프스크(바흐무트) 장악은 우크라이나군 방어 깊숙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아르체모프스크(바흐무트) 해방은 계속된다"며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의 중요한 방어 중심지인 바흐무트를 장악하면, 돈바스 지역 더 깊이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와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 그(쇼이구 장관)를 만난 적이 없다"며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 러시아인들에게 기쁨을 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화나게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폄훼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가 넘어간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들을 쉽게 점령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바흐무트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단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들(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지나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뱐스크로 향할 수 있으며, (도네츠크주 주도) 도네츠크시(市)쪽으로도 활짝 열린 도로(보급로)를 갖게 될 것"이라며 "군부로부터 철수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서방측 분쟁 정보 팀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동부 지역에서 철수했다"면서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서쪽) '차소프 야르'로 향하는 도로변의 흐로모보 마을 인근에도 진입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 AFP 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부대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바흐무트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차소프 야르' 마을 근처에서 만난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한 달 간의 전투 끝에 탱크를 수리하기 위해 왔다"며 "바흐무트가 곧 함락될 이다. 우리는 거의 포위되었으며, 소그룹으로 나눠 점차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무트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차소프 야르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뿐이라며 "탱크가 진창에 빠지면 적 포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창길로 변한 우크라이나군 비포장 보급로. 앞에 부서진 차량들도 보인다/사진출처:영상 캡처

-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더 유리한 위치로 후퇴하기 위해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바흐무트 방어를 '전략적 성공'"이라며 "바흐무트를 방어하면서 군병력을 보충할 시간을 벌고 러시아 군대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동원 예비군)에게 훈련할 시간을 확보했다며 "우리는 1000% 목적을 달성했으며 바흐무트 사례가 앞으로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미국전쟁연구소(ISW)는 바흐무트 방어 전략이 우크라이나 측에 이점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ISW는 "러시아군은 이제 최정예 부대까지 바흐무트 공격에 투입했다"며 "방어하는 입장에서 러시아군의 최정예 부대에 큰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군이 바흐무트로 파견됐으며 전투 능력도 향상됐다고 했다. 

- 영국 정보국은 바흐무트 전투가 양측의 군사력을 계속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군이 주말 동안 방어선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진창으로 변한 비포장 도로를 사용하면서, 병참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잘루즈니 우크라군 총참모장과 어깨동무를 한 나토주둔군, 영국, 폴란드 군최고사령관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은 유럽 주둔 나토 통합군 사령관 크리스토퍼 카볼리 장군과 영국군 참모총장 토니 라다킨 장군, 폴란드 총참모장 라이문드 안드제이차크 장군, 우크라이나 보안부대장 안토니오 아구토 장군과 만나 바흐무트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 6일 상황

- 미 CNN 방송은 러시아 용병 부대 '와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동부 지역에 있는 전승 기념비 'T-34 탱크탑'에 깃발을 꽂았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4명의 와그너 전사가 기념탑을 향해 달려가, 탱크에 부착된 우크라이나 국기를 제거하고 바그너 깃발을 설치했다.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 바흐무트 방어 계속(사수) 명령/젠(dzen.ru)노보스티 캡처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재한 군 참모부 정례회의에서 바흐무트 방어 작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회의에서 바흐무트를 수차례 방문한 시르스키 지상군사령관이 현지 상황을 보고했으며, 잘루즈니 총참모장 등 군 최고 지휘부가 현 위치 사수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독일 주간지 빌트는 소식통을 인용,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몇 주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흐무트 철군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 스트라나.ua는 "바흐무트 방어작전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창모장간의 이견은 오랫동안 소문이 나돌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같은 소문(빌트지 확인)은 대통령실을 불안하게 한 것도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또 대통령실이 군 지휘부의 바흐무트 사수 결정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도 빌트지의 보도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빌트는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훨씬 많다고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많이 목숨을 잃었다"며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초기에 바흐무트 철군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부대장은 "우리가 여기(바흐무트)에서 완전히 포위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우크라이나군의 한 고문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북서쪽 '크라스나야 고라'를 점령한 3주 전에 군대를 철수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군 반대파는 "바흐무트를 떠나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그같은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며 "방어의 목표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고, 동시에 그들의 전력에 큰 손실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에 함락되더라도, 이번 전쟁의 흐름이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무트는 전략적 의미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큰 곳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서쪽으로 퇴각해 전열을 재정비하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을 전략적 차질로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미 CNN 방송은 "포위된 우크라이나 병사 수백명, 어쩌면 수천 명이 항복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손실과 사기 저하를 예상하면, 작전상 후퇴하는 것이 더 현명한 때가 온다"며 "철군이 질서정연하게 진행된다면 재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바흐무트의 전략적 중요성이 낮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점령하면, 이웃 도시에 대한 포 공격이 가능하고, 서쪽의 콘스탄티노프카, 슬랴반스크, 크라마토로스크, 세베르스크 등지의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우려하는 것은 바흐무트의 함락이 서방 측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욕을 떨어뜨리고, 지원 준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2023년 봄에는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밀어낼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해 왔는데, 이를 어떻게 해명할 지 곤혹스러운 것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 '와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슬라뱐스크(67여단), 세베르스크(81, 66여단), 차소프 야르, 콘스탄티노프카 등에 새로운 부대를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들이 바흐무트 공격에 나서는 '와그너 그룹'를 후방에서 습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에 대한 탄약(포탄) 공급을 또 연기했다고 비난하고, '와그너 그룹' 대표가 러시아군 지휘부 회의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고 항의했다. 

◇5일 상황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이 2월 말 이후 세 번째로 바흐무트를 방문했다. 그는 바흐무트 전투가 최고로 긴박한 상황에 도달했으며, 적(러시아군)이 도시를 포위하기 위해 '와그너 그룹'을 추가로 전투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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