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한 고려인 원로 이일진 선생 별세
한러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한 고려인 원로 이일진 선생 별세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11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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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한-소(러시아) 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했던 러시아 고려인 출신 시인이자 원로 방송인 이일진 선생이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사할린 출신으로 모스크바국립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그는 한반도 전문가로, 시인·방송인으로, 한-러 전문 통역사로 한소 수교및 관계 증진을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우리 정부도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인정해 지난 2011년 대통령표창을 수여했다. 

러시아 한글 신문 '고려사람'에 실린 이일진 선생의 부음기사/캡처
고려인 동포 간담회 행사서 인사말을 하는 생전의 이일진 선생/사진 제공:김원일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현지 한글신문 '고려사람'은 그의 부음 소식을 전하며, '소비예트(소련) 페레스트로이카의 한국인 전령 사망' (~корейский глашатай советской перестройк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 시작된 1985년부터 2002년까지 이일진 선생은 소련 중앙 TV라디오 방송국(이후 러시아 채널-1) 한국어 방송 파트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어 전문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사할린의 한글신문 '레닌의 길로'와 카자흐스탄 알마타의 '레닌 기치'에 시 등을 기고했다. 

은퇴 후에는 한-러 통역및 번역 작업에서 거의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6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 '한반도의 평화통일 정책'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회에 통역을 맡은 게 대표적이다.

손학규 전상임고문의 강연을 통역하는 이일진 선생/사진 제공:김원일

그는 또 이기백(李基白) 박사가 저술한 대표적인 한국역사서 '한국사 신론'의 러시아어 번역작업에도 참여했다. 모스크바 현지의 삼일문화원(원장 이형근 목사)이 대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번역한 '한국사신론'은 영어 일어 중국어에 이어 4번째로 러시아어로 2001년 출간됐다. 이외에도 현대한국어사전과 한러 사전을 집필하는 데도 관여했다.

현지 지인들에 따르면 생전에 이일진 선생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러시아와 한국 소설의 번역과 사회 정치 전문 서적의 번역이라고 전했다.

민주평통 모스크바 협의회장을 지낸 김원일 박사는 "선생님은 모임에서 뵐 때마다 늘 즐거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던 분이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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