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후-12, 13일) 3기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 사태에 직접 나선다?
전쟁 1년 후-12, 13일) 3기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 사태에 직접 나선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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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자체 평화안(정식 명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을 제시했던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 체제 구축과 함께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시 주석이 다음 주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이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외신 보도를 전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대화가 성사된다면, 유럽에서 회의적인 중국의 평화 중재 노력이 중요한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시 주석은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예상치 못한 외교적 화해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이 성사되면, 중-러 양국 정상이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난 후 6개월 만에 이뤄지는 직접 대면이다.

또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회담 가능성을 처음로 전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행보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가 쉬운 일은 아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크렘린은 오래 전부터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을 희망했지만, (그를 통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타결에 대한 신호는 보내지 않고 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평화 회담의 전제 조건은 없지만, 러시아가 설정한 목표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1991년 국경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러시아와의 협상에 반대한다는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군사적 지원'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지닌 서방 측도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때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무기들을 하역하는 모습/우크라 국방부 유튜브 영상 캡처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중동과 남미 등 남반구 신흥국가들)를 규합하면서 (자체 평화안을 통해) '평화협상 개시'를 요구했다. 스트라나.ua는 "중국의 안은 현 전선을 따라 휴전이 이뤄지는 것으로,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며 "모스크바에 유리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이 제안에 동의할지 알 수 없다"며 "설사 러시아가 수락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조만간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조기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우크라 종군 블로거들 사이에는 5~6월(이르면 4월)에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도로의 봄철 진창 상태가 사라지고, 서방의 군사 장비 도입이 마무리되며, 서방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귀국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반격작전의 세부 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만, 여름에는 크림반도가 가장 뜨거운 전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까지는 이제 2개월이 남았다고 말했다. 5월이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자주포/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시 주석이 평화 중재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 있다. 스트라나.ua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인 국가들(글로벌 사우스)을 규합해 '평화 협상'을 이끌어가려고 한다"며 "자칫하면 중국에게 (평화협상 거부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리상푸(李尙福) 장군이 시 주석 3기 체제의 국방장관이 된 것도 불안한 요인으로 봤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대러 군사지원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키예프와 워싱턴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한 이견이 커지고 있다/젠(dzen.ru)노보스티 캡처

워싱턴과 키예프(키이우) 사이에 전쟁의 목표, 혹은 종전 방안에 대한 이견이 커지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부담이다. 스트라나.ua와 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2일 "미-우크라 간의 갈등이 언제 어떻게 끝날 지 모르지만, 비등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전한 미-우크라 갈등은 △독-러 해저가스관인 '노드 스트림' 폭파사건과 △바흐무트 공방 △크림반도 탈환 이견 등이다.

노드 스트림 폭파 사건 당시의 해상 물결/사진출처:덴마크 국방부

특히 미 바이든 행정부는 친우크라이나 그룹의 '노드 스트림' 사보타주(비밀 폭파작전)를 우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사보타주에 연루됐다고 믿지는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러시아 유명 철학자의 딸 다리아 두기나가 살해됐을 때처럼, 우크라이나 밖에서의 폭력 행위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키에프에 보냈다고 미 관리들은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철군 여부를 둘러싼 서방-우크라 간의 이견은 이미 많이 알려진 상황이고, 크림반도 반환을 사실상 평화회담 시작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우크라이나 측에게 미국 측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측의 최신 무기를 받더라도 러시아군을 크림반도에서 몰아낼 수 있을 지에 대해 미 국방부 측은 끊임없이 의구심을 표명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반도 탈환 의지는 전쟁을 더욱 장기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워싱턴은 당연한 듯이 더 많은 무기를 빨리 보내달라는 막무가내식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러시아 전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겠다는 우크라이나의 행동도 막아서고 있다. 자칫하면 선례가 되어 미군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 진영에서도 전쟁 종식 방안이 하나 둘씩 나오지만, 중국의 역할을 아예 무시한 게 대부분이다. 스트라나.ua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물러난 볼프강 이싱거 전 뮌헨안보회의(MSC) 의장이 제안한 '평화 정착을 위한 외무장관급 연락그룹 창설' 방안을 들었다.

이 방안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유렵연합(EU) 나토(NATO) 등이 참여하는 '연락그룹'을 만들어 키예프와 모스크바 간의 평화 협상에서 핵심 혹은 중재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서방측의 국방장관 '람슈타인 연락그룹'과 유사한 구조다. 중국과 '글로벌 남부'는 아예 빠져 있다. 나아가 '연락그룹'이 러시아군의 철수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람슈타인 국방장관 연락그룹 회의/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이싱거 전 의장은 "우크라이나가 즉시 평화협상을 준비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우크라이나에게 항복하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언뜻 보기에도 중국의 평화안과 이싱거 전의장의 방안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마음이야 서방측 안으로 쏠리지만, 시 주석을 매정하게 내칠 경우 후과가 두려운 우크라이나다. 중국이 지금까지 취해온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러시아에 군사지원이라도 나선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보나마나'다. 제 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을 극히 우려하는 나토 측은 참전보다는 평화협상으로 등을 떠밀 가능성이 높다. 선택은 어차피 우크라이나의 몫이다.

◇ 오늘(12, 13일)의 주요 뉴스 요약

우크라이나의 수출 곡물의 선적

- 러시아는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을 2차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1차 연장 기간의 절반인 60일로 줄였다. 서방 측이 러시아의 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13일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과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이 이끄는 유엔 대표들과의 회담에서 "3월 18일까지 지속되는 현재의 곡물 거래를 60일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베르시닌 차관은 "앞으로는 은행 결제와 운송및 물류, 보험 등의 동결 해제를 포함해 러시아 농산물 수출의 정상화에 대한 실제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유엔 간의 협정 연장 협상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스크바 방문을 조건으로 키예프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La Nacion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키예프에 갈 준비가 되어 있고, 가고 싶다"면서 "그러나 조건이 있다. 모스크바에도 가는 것이다. 나는 두 도시에 모두 가거나, 둘 다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봄에 반격할 시간을 벌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바흐무트를 계속 방어해야 한다고 12일 주장했다. 그러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현지 우크라이나 주둔군의 한 지휘관은 "러시아군이 서쪽으로 나아가는 길목인 흐로모보를 장악하는 순간, 바흐무트는 요새에서 큰 집단 묘지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지휘관은 "유럽에서 3~4개월간 훈련받은 우크라이나군이 지원하러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들이 러시아군의 포위망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바흐무트 남동쪽 데발체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를 당했던 2015년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당시 데발체보 전투를 이끈 이가 바로 시르스키 사령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소식

-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 의장격)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대공 방어체계의 강화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잘루즈니-밀리 의장 간의 통화는 지난 8일에 이어 사흘만이다. 스트라나.ua는 통화가 지난 9일의 러시아 미사일 공격과 미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의 가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외신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배치됐다면, 러시아 미사일 공격, 특히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의 방어에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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