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후-14일) 향후 전쟁 판도는 병력의 숫자에 달려 있다고?
전쟁 1년후-14일) 향후 전쟁 판도는 병력의 숫자에 달려 있다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15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군 최고위 작전회의를 통해 바흐무트 사수를 거듭 확인했다. 바흐무트 방어에 나선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포 공격에 적지 않는 병력 손실을 본 게 분명한데, 반격에 필요한 '시간 벌기' 차원에서 '사수 명령'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챙겨봐야 할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군 병력 (혹은 동원 가능한) 비교다. 비록 공격하는 러시아군이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병력 손실이 크다고 할지라도, 동원 가능한 병력 규모면에서 우크라이나는 객관적으로 러시아에 상대가 될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준비 중인 대규모 반격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느냐에 대해 서방 외신마저 의구심을 표시하는 이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우크라이나군 부상병 후송상의 문제로 아르테모르스크(바흐무트)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다/젠(dzen.ru)노보스티 캡처
바흐무트 시가전 모습/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14일 "현대전에서는 무기의 질적 수준과 물량, 전투 병력들의 훈련 상태와 사기 등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병력 규모"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의 앞날은 병력의 수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지난 1년의 전쟁 양상을 되짚어보며, 고비고비마다 병력 규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공격 개시 첫 2주일간 키예프(키이우) 외곽에 다다르고, 남부 헤르손주(州)와 자포로제주, 니콜라예프주와 하리코프(하리코우)주를 향해 손쉽게 진격했으며, 돈바스 지역의 루간스크주를 대부분 장악했다. 이같은 승전은 주요 진격 방향에서 러시아군의 수적 우위에 따른 것으로 스트라나.ua는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 연합군(돈바스 지역 친러 민병대 포함)은 17만~20만명으로 추정됐다. 우크라이나의 지상군(방위군 포함) 총 규모가 그 정도였다. 그 마저도 지상군 상당수가 돈바스 지역에 집중 배치돼 나머지 지역은 뻥 뚫린 상태였다. 

부교를 통해 강을 건너는 러시아군 탱크/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ok 계정

그러나 러시아군의 수적 우위는 매우 빠르게 사라졌다는 게 스트라나.ua의 분석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히 진격할수록 후방 보급로의 안전 확보에 취약성을 드러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병력을 더 많이 남겨야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직후 자원 입대자가 줄을 잇고, 총동원령으로 신속하게 예비군을 확보, 방어 전선에 투입했다.

특히 예비군동원 시스템인 '오베리그'(Обериг)를 통해 15만~20만명의 동원 예비군을 즉시 전력화했다. 이들은 이미 훈련을 받은 상태였고, 사기도 충천했으며, 대다수가 돈바스 지역 등에서 전투 경험도 갖고 있었다. 

한달여만에 전쟁 흐름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말 군사 작전을 변경해 병력을 돈바스 지역으로 돌리기 위해 키예프와 수미, 체르니코프(체르니히우)에서 철수했다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당시 러시아측은 '1단계 작전을 끝내고 2단계로 돌입한다' '튀크키예(터키) 이스탄불 평화협상에 맞춰 선의로 러시아군을 철수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특수 군사작전의 당초 목표인 '돈바스 지역 해방'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3월 29일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왼쪽)과 포민 국방차관/현지 TV채널 렌 캡처

러시아군은 군병력을 돈바스 지역으로 집중시키고, 우월한 화력을 앞세워 5, 6월 내내 진격을 계속했다. 하지만, 루간스크주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 장악이 한계였다. 군 병력의 우위는 이미 우크라이나측에 넘어가 있었다. 병력 보충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동원령이 필요했지만, 크렘린은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동원을 미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는 2009, 2010년에 걸쳐 단행한 '군 개혁 조치'로 동원 체제를 해제했다. 또 군 조직을 정예군 중심으로 재편했다. 2022년 초까지 러시아 지상군 규모는 제정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이후 가장 적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선이 1천km가 넘는 폭넓은 전쟁터에서는 일정한 수의 병력이 꼭 필요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처럼 수십만 명의 훈련된 예비군을 신속하게 징집할 수 있는 '오베리그' 시스템도 러시아는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성공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현대적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9월 하리코프(하리코우) 지역의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했다. 러시아군은 지원할 병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크렘린은 부분 동원령을 발령해야 했다. 그 사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지난해 11월 말까지 드네프로강 동쪽으로 철수해야 했다. 

헤르손을 수복한 뒤 헤르손 시내로 들어온 우크라이나군 탱크/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으로 얼마나 많은 병력이 징집됐는지 정확하지는 않다. 러시아측 공식 발표로는 30만명이다. 하지만 정보 소식통에 따라 25만에서 52만명을 오간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제 최전선에서 수적 우위를 잃었다. 러시아군의 동원 병력이 50만명이라면, 앞으로 러시아측에 커다란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전망했다. 

동원 병력이 투입된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군이 다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교도소 등지에서 수만명의 병력을 모은 민간 용병 부대 '와그너 그룹'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함락직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돈바스 지역 최전선 상황은 대부분 바흐무트와 유사하다. 

우크라이나 군최고 지도부는 바흐무트를 사수하면서, 반격할 시간을 벌고 동시에 러시아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이같은 작전이 성공하려면 몇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충된 병력이 손실을 메우고 남을 정도로 많고, 동원된 병사들의 전투력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군이 현 전선에서 방어진지를 요새화하고 있어 반격에 나설 새로운 부대 편성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은 새로운 군단(군단은 6개의 여단, 총 2만명으로 편성, 여단은 3천300명으로 구성) 3개를 편성(총 6만명)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우크라이나군은 그간의 병력 손실로 반격에 나설 병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전투 경험이 많고 훈련된 병력들은 이미 전장에서 많이 사라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관리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미 12만명의 사상자(러시아는 20만명)를 냈다. 예비군과 신병들로 보충됐지만, 예전의 우크라이나군의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현대 무기·장비를 훈련을 받았지만, 러시아가 이미 구축한 견고한 방어선을 뚫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종군 텔레그램의 카메라에 잡힌 동원된 우크라이나 예비군의 모습. 장비만 여러 개 짊어지고 있다/캡처 

우크라이나의 추가 동원 과정도 험난하다. 주요 도시의 소환장 대량 배포와 강제 징집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전선으로 투입된 예비군들의 전투력과 사기는 의문시될 수 밖에 없다고 스트라나.ua는 꼬집었다.

우크라이나가 소환장의 전달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디예, Дие)를 가동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전쟁을 무서워하는 남성들을 전장으로 투입하는 일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원천적으로 쉽지 않다. 전투가 치열해지고, 전쟁이 길어질 수록 더욱 그렇다. 

◇오늘(14일)의 주요 뉴스 요약

-러시아 용병부대 '와그너 그룹'은 바흐무트 아좀(AZOM) 산업단지 북쪽에 있는 비철 금속 공장 '보스토크마쉬'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 최근 며칠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군정보 사이트 'Deep State'는 와그너 그룹이 올린 사진을 확인한 뒤, 지난해 12월 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장악한 '보스토크마쉬' 공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라고 한다. deep state가 비교해 올린 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 폴란드는 앞으로 4~6주 안에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가능한 대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폴란드 언론은 바르샤바가 이같은 구소련제 전투기를 약 30대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레오파드2 탱크의 조작및 운영 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훈련을 끝냈다고 밝혔다. 독일이 오는 4월 우크라이나에 탱크 납품을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미 공군의 정찰 무인기를 추락시켰다. 반정부 매체 미디어조나에 따르면 미 유럽 사령부는 14일(현지 시간) 오전 7시쯤 러시아 전투기 SU-27 두 대가 흑해 상공을 비행중이던 미군 드론 리퍼(MQ-9)에 접근한 뒤 연료를 끼얹고 드론 후미의 프로펠러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훼손된 드론은 흑해의 국제 수역으로 추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군과 러시아군 간의 직접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사령부는 "러시아 전투기가 무모하고, 불량하고 비전문적으로 접근했다"고 비난했다. 제임스 헤커 미 공군 사령관은 "우리 MQ-9는 국제공역에서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던 중 러시아 항공기에 요격당해 추락해 완전히 손실됐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