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후-18.19일) 심야에 점령지 마리우폴 방문한 푸틴 대통령, 직접 차를 몰고 다녔다?
전쟁 1년후-18.19일) 심야에 점령지 마리우폴 방문한 푸틴 대통령, 직접 차를 몰고 다녔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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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연장되기는 했으나, 모호한 연장 기간 120일 vs 60일

푸틴 대통령이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과 지난해 점령한 도네츠크주(州) 마리우폴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마리우폴) 방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도네츠크주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최근 푸틴 대통령에 대해 발급한 체포 영장에서 아동납치 및 강제이주 범죄가 저질러진 장소로 적시한 곳이다. 그래서 서방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마리우폴 방문을 ICC 체포영장을 비웃는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매우 즉흥적인 방문이며, 도시내 이동이나 현지 주민과의 만남 모두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합병 9주년을 하루 앞두고 지난 17일 크림반도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즉흥적으로 현장 방문을 결심했을 수도 있다.

크림반도의 사회 경제적 발전을 위한 화상회의를 갖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18일 밤부터 1박 2일간 이뤄진 그의 지방 방문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접한 러시아 로스토프주(州)의 주도 로스토프나돈에 있는 특수 군사작전의 통합 사령부와 크림반도, 마리우폴 순으로 진행됐다. 육로 이동은 그가 차량의 운전대를 잡았다.

핵심 지역은 역시 점령지 마리우폴이다. 푸틴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마리우폴에 도착한 뒤 직접 도요타 차량을 몰아 러시아군의 점령후 복구한 새 아파트와 공연장, 해안가의 요트클럽, 나치 해방 기념비를 두루 둘러봤다. 점령한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복구 사업을 책임지는 마라트 후스눌린 부총리가 동행하며 재건 프로젝트의 세부 상황을 보고했다.

직접 차를 몰아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한 가정의 부엌을 직접 둘러본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19일 푸틴 대통령의 마리우폴 방문에 주목하면서, 그가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도착,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파트 내부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급여의 지급 지연과 러시아 시민권 등록, 여권 발부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크렘린이 공개한 30분짜리 영상에는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았으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이를 공개하며 푸틴 대통령이 조속한 해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여러 (점령)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푸틴 대통령이 마리우폴을 찾은 것은 러시아군의 점령 지역에는 더 이상 안전상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방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전후 복구 사업의 '쇼 케이스'격인 마리우폴을 공개함으로써 타 점령지역 주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마리우폴은 인구의 절반 가량이 러시아계이고, 대부분 주민이 러시아어를 쓰는 곳이다.

마리우폴 방문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로스토프나돈에 위치한 '특수 군사작전'의 통합사령부를 최고 지휘관들과 회의한 뒤 크림반도로 건너갔다. 18일은 크림반도 병합 9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대통령은 우리를 놀라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화상 회의를 통해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이곳으로 왔다"고 환영했다.

특수 군사작전 통합사령부를 방문해 수로비킨 전사령관(현 부사령관)을 만나는 푸틴대통령. 오른쪽은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통합군 사령관)/캡처
세바스토폴의 미술학교를 둘러보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라즈보자예프 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날 개교한 어린이 센터와 미술 학교 등을 둘러봤다. 

◇ 모호한 러-우크라-터키-유엔 4자의 흑해 곡물 수출 연장 합의

우크라이나의 해상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소위 '흑해 곡물 협정'이 기한 만료일인 18일 가까스로 연장됐다.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은 이날 러-우크라-터키-유엔의 4자가 흑해 곡물 협정의 재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터키는 일찌감치 협정의 재연장에 합의했고, 러시아 측은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과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이 이끄는 유엔 대표들과 만났다.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협상이 끝난 뒤 "60일간 협정을 연장하되, 은행 결제와 운송및 물류, 보험의 동결 해제 등 러시아 농산물 수출의 정상화에 대한 실제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장 기간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장 기간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고,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장관은 120일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측과 협상에서 2개월(60일) 연장에 동의했다"고 반박하며 유엔측 협상 대표들에게 보낸 서한을 전격 공개했다. 그 서한에는 60일 연장한다고 적혀 있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러시아는 60일간 곡물 협정을 연장하는데 동의했다고 발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그리피스 유엔 사무차장에게 보낸 러시아측 서한. '2023년 5월 18일까지 60일간 연장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흑해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이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흑해 항구를 봉쇄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터키와 유엔이 중재에 나서 지난해 7월 22일 러-우크라-터키-유엔 4자 합의를 일궈냈다. 120일을 기한으로 우크라이나 3개 항구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되,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17일 한 차례 연장됐고, 18일 재연장됐다. 

스트라나.ua는 18일 "우크라이나는 협정이 120일 연장됐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가 60일 연장을 주장하면서 다소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흑해 곡물 협정이 실제로 며칠 동안 연장됐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 협정의 체결로 러시아가 기대했던 농산물및 비료의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 기간을 줄이려는 모스크바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협정의 대가를 전혀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대국(우크라이나) 매체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스크바가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조치를 우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터키와의 갈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항구를 떠난 곡물 선적 선박을 침몰시키거나, 진로를 방해할 경우, 서방의 가혹한 제재 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친러 성향의 국가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가 굳이 60일 연장을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터키의 대선 일정 때문이라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터키의 차기 대선일은 5월 1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당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키 현 정권이 곡물 협정의 연장 기간에 무슨 관심을 보이겠는가라고 스트라나.ua는 반문했다.

◇오늘(18,19일)의 주요 뉴스 요약 

- 영국과 독일은 에스토니아 영공에서 공동 순찰작전 중 접근하는 러시아 전투기 등 항공기 4대를 요격했다고 18일 밝혔다. 독일 공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발트해 상공에서 긴급대응 비상대기(QRA)팀이 4대의 러시아 항공기를 몰아냈다"고 밝혔다. 투톨레프(Tu)-134 여객기와 수호이(Su)-27 전투기 2대, 안토노프(AN)-12 수송기가 요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영국 공군의 '타이푼'과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전투기들이 러시아 여객기와 공중급유기 등을 에스토니나 영공 밖으로 몰아낸 바 있다. 

-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징집 대상 연령을 현행 18∼27세에서 21∼30세로 상향 조정하는 병역 관련 법안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18∼21세 러시아 남성 중 많은 이들이 고등교육(대학)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징집 면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징집 병력을 늘리기 위해 병역의무 대상자의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전선(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을 확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에서는 구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징집 대상자들에게 1년에 두차례씩 입소 명령이 내려진다. 

-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5월 중순까지 약 3만명의 신규 병력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에서 지난주 러시아 42개 도시에 문을 연 모병 센터에서 하루 평균 500∼800명을 신규 용병으로 모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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