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밀착에 더욱 좁아진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택지- 시 주석 모스크바 방문 결산
시진핑-푸틴 밀착에 더욱 좁아진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택지- 시 주석 모스크바 방문 결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3.23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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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란스런 모스크바 방문이 끝났다. 시 주석이 탑승한 전용기는 22일 모스크바 브누코바 공항을 이륙했다. 그가 모스크바에 남긴 족적은 강렬하다. 미국은 그가 모스크바에 머무는 내내 그의 행보를 경계하고 비판한 게 이를 반증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 설리번 미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돌아가며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에 견제구를 날렸다. 

시 주석은 호스트인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국빈 방문이니 당연하다. 21일 크렘린 성게오르기 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은 '황제들의 만남'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서방 외신은 '황제의 권위'(imperial grandeur)로 빛난 의전이었다고 썼다. 커다란 황금 문이 열리고, 두 정상이 홀의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다가와 손을 맞잡았다. 상징하는 바가 크다.

시진핑 주석이 성 게오르기홀 문안으로 들어와
맞은 편에서 들어온 푸틴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사진출처:크렘린.ru 

실제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대해 세계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강력한 반미연대를 과시했다. 정상회담 후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양국의 밀착을 우려스럽게(?) 지켜본 우크라이나의 주요 언론 매채 스트라나.ua는 21일 "푸틴 대통령이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중국 평화안'(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이를 공동성명에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도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협상 재개에 찬성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공동성명이든, 발언이든 광범위한 양국 경제협력 계획에 비하면 군사 협력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이번 회담을 준비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회담에서 이 주제가 논의됐다고 확인해준 정도다. 

공동성명 서명식/사진출처:크렘린.ru

스트라나.ua는 22일 중-러 정상회담을 결산하는 기사, '중국의 한국식 시나리오 계획.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결과는 우크라이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Китайский план "корейского сценария". Что означают для Украины итоги визита Си Цзиньпина в Москву)에서 "공동성명은 분명히 중국 측의 요청에 따라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며 "서방의 추가 대응(제재 조치)을 감안하면 중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군사협력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봤다. 쇼이구 국방장관과 알렉산드르 포민 연방 군사기술협력 서비스 책임자가 배석한 것은 중국 측에서도 그들의 파트너가 있었을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중국이 러시아로 무기(또는 드론 등 전쟁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현지의 정치 분석가인 바딤 카라셰프는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내년 재선을 지지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재선 임기는 양국간에 체결된 경제협력 공동성명(2030년까지 양국의 경제 협력의 핵심 분야를 발전시킬 계획에 대한 성명)에 명시된 2030년에 끝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양국은 △러시아가 중국에 석유 공급을 늘리고 △대중 가스 공습을 위한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을 건설하며 △원자력 분야의 장기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제 3세계(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 교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고 △북극해 항로 개발을 위한 공동 작업 기구를 창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스트라나.ua가 우려한 것은 시 주석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접촉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응이라도 하듯 키예프(키이우)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선 기자회견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 평화안'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피해갔고, 시 주석과의 접촉(화상회의 혹은 전화통화)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을 태운 비행기가 모스크바를 떠났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시 주석의 공항 환송 장면 

시 주석이 모스크바 방문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접촉할 것이라는 서방 외신의 전망은 단순한 예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서 중국이 전세계에 보여준 대러 정치·경제적 지원에 대한 분명한 신호였다'는 해석(스트라나.ua)이 맞다면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면, 대서방 관계를 일부 훼손해야 한다는 데 딜렘마가 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는 아직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기시다 총리의 키예프 방문을 들었다. 대서방 관계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설사, 시 주석-젤렌스키 대통령이 접촉을 한다고 해도 지난해 11월 발리 G20정상회의에서 제안한 키예프의 평화안을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2일 크렘린 중-러 정상 회동에서 '키예프 제안 평화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노"라고 답하면서 "그것은 중국-우크라 사이의 문제"라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중국은 현재의 전선을 따라 휴전하는 '한국식 시나리오'를 자체 평화안으로 내놨다"며 "모스크바가 이번에 이 안을 지지했고, 앞으로 많은 비서방 국가들도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안을 거부하는 우크라이나에게 남은 선택은, 서방의 군사지원을 받아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고, 전쟁의 흐름을 바꾼 뒤 유리한 위치에서 평화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강조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경우, 더욱 그렇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은 21일 중국을 향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평화안을 걷어차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시 주석은 대러 지원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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