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쏟아진 미국의 기밀 문건들, 누가 왜 어느 정도 유출했나? - 시작부터 총정리
인터넷에 쏟아진 미국의 기밀 문건들, 누가 왜 어느 정도 유출했나? - 시작부터 총정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4.10 2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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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 유출된 미국 군·정보당국의 기밀 문건들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문건에 등장한 나라들은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국가안보실 내부의 비밀스런 협의 내용이 도·감청됐다는 게 사실상 확인된 우리나라를 비롯,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들도 많은 군사 비밀들이 문건에 포함돼 있어 후속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의 양대 신문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WP)가 출처다. 미 국방부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가며 삭제하기 시작했으니 원본 확보도 여의치 않고, 1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문건의 내용을 일일이 실제 상황과 대조한 뒤 기사화하는 작업이 NYT와 WP 외에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영국 매체들도 일부 문건 내용을 발췌, 기사화하고 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러-우크라 매체가 중점 보도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기밀 문건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한다/편집자 주

◇ 비밀 문건 유출 사흘째 - 9일

러시아 매체 '가제타 루'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에 따르면 NYT와 WP는 2월 말~3월 초의 우크라이나 전황과 러-우크라 군사작전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비밀 문건에서 확인, 9일 보도했다. 

NYT는 "유출된 비밀 문건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당시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방어 계획과 우크라이나 군전력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며 "대부분의 자료는 미 합동참모본부가 첩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군사 전략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최고 정치및 군사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2월 25일 기준 바흐무트의 전황 분석이다. NYT는 비밀 문건을 인용해 "바흐무트 주둔 우크라이나군은 사실상 러시아군에 포위됐다"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RU)의 키릴 부다노프 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처한 상황을 '파국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로 향하는 군수물자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도록 적(러시아군)을 몰아내야 한다며 자신의 지휘 하에 우크라이나 정예 부대를 2주 동안 바흐무트에 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유출된 문서, 우크라이나 방어상의 취약점을 경고/NYT 웹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로만 마쇼베츠 부실장은 "바흐무트 서쪽으로 난 유일한 보급로가 적의 포 사정권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문건은 마쇼베츠 부실장의 발언을 근거로 "바흐무트 주둔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포위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적었다.

NYT는 미국의 국가안보국과 CIA, 국방정보국, 우주군정보국의 보고서 50페이지 이상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NYT가 기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비밀 문건들이 해당 국가의 관리들을 놀라게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도·감청 사실이 공개되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와 거래하기가 어려워진다.

- 우크라이나 정보 관리들은 "비밀문건들이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들(동맹국들) 사이에 불신을 일으키기 위한 '가짜'"라고 주장했다. 

- 모스크바의 공격 목표물과 시기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실시간 정보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수 있었다. 예컨대 미국은 러시아 국방부가 2월의 어느 특정 날짜에 우크라이나 진지와 12개 에너지 시설 및 교량에 대한 두 차례의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미 정보기관은 거의 모든 러시아 보안 서비스에 침투해 '일급 비밀' 정보들을 빼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 지역 설정과 서방 탱크에 대한 대응 훈련 계획, 이를 위한 러시아군 참모부의 논의 내용 등이 문건에 포함됐다. 또 러시아군 정보기관(GRU)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고,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신뢰를 훼손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선전 캠페인을 벌이려고 하는지 설명한 문건도 유출됐다.

NYT는 "비밀 문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모스크바가 앞으로 이같은 데이터 수집에 활용했던 정보 출처를 차단하고, 이로 인해 전황 평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출된 미 국방부 문건들은 친구와 적의 비밀들을 공개/WP 웹페이지 캡처 

워싱턴 포스트(WP)는 "기밀 문건은 2월 23일 기준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전황에 대한 분석에서 "지지부진한 소모전이 이어지면서 러시아군은 2023년 도네츠크주(州) 전체 지역을 점령하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러시아군을 추적하기 위해 최고 보안 상태의 '첨단 위성시스템 LAPIS'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번 문건 누출을 계기로 LAPIS에 대한 방해 작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WP는 우려했다. 

WP는 또 "소련제 S-300과 Buk(부크) 미사일이 전체 방공 시스템의 89%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군은 방공 미사일과 탄약(포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2월 말 기준 우크라이나군의 중거리 대공 방어 능력이 5월 23일로 끝날 것이며, 앞으로 겨우 두 세차례의 대규모 공습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방 측이 제공한 방공시스템 IRIS-T SL과 나삼(NASAMS)용 미사일도 재고가 바닥났다고 문건에 적혀 있다. 

미국의 나삼스 방공미사일

WP가 기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국의 공직 사회는 NYT가 비밀 문건 유출을 처음 보도한 목요일(6일)쯤 이 사실을 알게 됐으며, 관련 분야 관리들과 동맹국들은 기밀 문서 유출에 경악했고, 일부는 분노했다. 소식통들은 문서 유출 후 국방부가 기밀 정보의 이전을 제한했다며 미 국방부 수뇌부에는 '심각한 패닉 현상'이 빚어졌다. 

- 영국 공군의 RC-135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2022년 가을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에 의해 격추될 뻔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군과의 충돌을 우려해) 미 공군 조종사들에게 크림반도 가까이 비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 미 CIA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깊숙이 공격할 경우, 중국은 나토(NATO)를 침략자로 보고, 모스크바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세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미국 고위급 관리들이 매일 접하는 'World Intelligence Review'에 포함됐다. 

- 러시아의 반체제 매체인 미디어조나에 따르면 WP는 러시아 민간 용병 업체 '와그너 그룹'의 수장이 지난 2월 초 아프리카 말리를 통해 터키와 무기 구매 협상을 벌였다고 전했다. 비밀 문건에서는 아시미 고이타 말리 임시 대통령이 "말리가 '와그너 그룹'을 대신해 터키로부터 무기를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터키 정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또 무기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지적했다. 터키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워싱턴 주재 말리 대사관도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와그너 그룹'에 대한 정보는 통신 감청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 쏟아진 1급 비밀 문건의 진위 여부는? 

기밀 문건 유출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한 공방도 뜨겁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미국 언론들은 진본, 러-우크라를 포함해 도·감청 피해를 본 미국 동맹국들은 조작 문건이라는 주장이 강하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유출된 비밀 문서들이 미 국방부 내부에 큰 동요를 일으켰다"며 "실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 전문 블로거들과 우크라이나 정보 관리들은 '가짜 문건'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문건에 나오는 구소련 무기 체계의 이름들이 가끔 나토식 표기법에 따르지 않고, 우크라이나로 이전된 여러 유형의 방공시스템이 과대 평가(나삼스 방공시스템을 49기로 실제로는 더 많이 적시)됐으며, 언어적 오류도 있다며 '가짜 문건'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미 이 문서들이 러시아가 만든 가짜라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는 문건 유출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언론 매체들은 문건들이 서방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것은 미국 등 주요 외신들이 계속 문건 유출에 관심을 갖고, 추적하며 신뢰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스트라나.ua는 이를 미국 정보기관의 능력에 대한 치하로 해석하면서 "미 정보기관이 러시아군과 군 사령부에 깊숙이 침투해 미사일 공격의 목표나 방향을 예측하고, 러시아군의 강점과 약점을 확실하게 파악했으며, '와그너 그룹'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내세우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스트라나.ua는 또 러시아 정보국도 우크라이나군에 제공된 서방의 군사 장비 분포에 관한 자료만으로도 흥미로울 수 있으며, 러시아가 이 자료를 조작하거나 게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방측이 제공한 군사장비를 우크라이나에서 하역하는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의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 작전 계획에 관한 유출 문건을 러시아 정보기관의 '특별 작전'으로 규정했다. 그는 "일부 문건은 부분적으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군 전사자에 대한 미국의 추정치는 부풀리고, 러시아군 추정치는 줄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리는 "문건 유출은 탄약 부족과 작전 계획상 취약점을 숨기려는 키예프(키이우)의 정치·군사 지도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키예프는 새로운 문서의 출현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 비밀 문건 유출 이틀째 - 8일

스트라나.ua에 따르면 NYT는 8일 "미 국방부의 새로운 비밀 문건이 발견됐다"며 "이번 문건은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중동, 중국, 인도 태평양 지역의 군사 정세도 다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들은 미 국방부가 문건 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금요일(7일) 익명 메시징(채팅) 플랫폼 '4chan'에서 발견됐다.

'일급 기밀'로 표시된 3월 1일자 문건에는 바흐무트와 하르코프(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지역 전황과 러-우크라군 동향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또 바흐무트와 하르코프 지도 위에 러-우크라군 병력이 각각 어느 규모로 어떻게 포진해 있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등 상세한 전황을 표시했다. 

바흐무트 교전 지도

중동과 중국, 인도태평양 지역, 테러 등에 관한 대외비 브리핑 슬라이드도 발견됐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대변인은 "인터넷에 유출된 우크라이나군 계획에 관한 미 국방부의 비밀 문건은 가짜이며, 러시아 정보기관의 비밀 작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가장 성공적인 작업은 지난 수십년간 포토샵(Photoshop)을 통해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증거로 '양국의 병력 손실에 대한 잘못된 수치' 들었다. 유출 문건에는 러시아군의 사망자가 1만6,000명~1만7,500명인데 반해 우크라이나군은 7만1,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적혀 있다는 것. 러시아 정보기관에 의해 수정된 게 분명하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 비밀 문건 유출 사건 - 7일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과 나토의 대우크라 비밀 군사 지원 계획을 알려주는 주요 문건들이 SNS 트위트와 텔레그램에 나타났다. 미 뉴욕 타임스(NYT)는 7일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 국방부가 문건 유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유출 문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어떤 군사 장비를 받고 훈련은 언제 받을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1월~4월 중 창설되는 우크라이나의 12개 전투 여단 중 9개 여단은 미국과 나토 회원국에서 훈련을 받고 장비를 제공받는다. 9개 여단 중 6개 여단은 3월 31일까지, 나머지 3개 여단은 4월 30일까지 편성된다. 우크라이나 여단은 4천명~5천명으로 구성된다.

독일산 레오파드-2 전차/사진출처:제조사
영국 챌린저 탱크/사진출처:위키피디아

문건은 9개 여단에 총 250대 이상의 탱크와 350대 이상의 장갑차량이 필요하다며 어느 여단이 어떤 장비들을 언제 수령할 것인지 일정도 담고 있다. 예컨대 82여단은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 90대, 독일 마더 장갑차 40대, 미국 M113 병력수송장갑차 24대, 영국제 챌린저 전차 14대 등 모두 150대를 갖추는 것으로 나와 있다. 33여단은 독일·캐나다·폴란드에서 온 레오파드 전차 32대와 미국 지뢰방호장갑차(MRAP) 90대 등을 받는다고 돼 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전투 여단 편성과 무기 공급, 기타 무장 계획에 대한 사진과 도표는 약 한 달 전의 실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건은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시작하는 시기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국방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3~5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디오 리버티(자유)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세부적인 내용 없이 (반격을)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군사 전문 블로거는 "러시아에게 허위 정보를 퍼뜨리려는 의도를 지닌 가짜 문서"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도 러시아가 포토샵으로 조작한 문서라고 반박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을 방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전투 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계획에 맞딱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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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2023-04-11 00:57:54
대단히 귀중한 정보 정리해 주어서 감사합니다.